저성장 시대에 돌입한지 오래된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취업의 문이 좁다. 더군다나 일본의 기업들은 엄격한 조직형 인재를 선호하기 때문에, 기업의 조직문화에 맞는 인재로 보이기 위한 노력은 실로 엄청나다. 일본예술대학의 한 대학원생이 졸업작품으로 제작한 <취활광상곡(就活狂想曲, Recruit Rhapsody)>은 위선으로 그득찬 취준생의 애환을 7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취업박람회, 취업 매뉴얼, 그룹 토론, 면접, 낙방 통보, 그리고 새로운 구직활동으로 이어지는 취준생의 쳇바퀴 같은 삶을 냉소적으로 다뤘다. 이 애니메이션은 2014년 일본 디지털시네마 영화제(Skip City International D-Cinema Festival)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대사가 없는 작품이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일본어를 한글로 번역한 영상으로 보자. 일본의 취업활동 현실을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다.

작품은 1986년생의 마호 요시다(吉田まほ) 감독이 동경예술대학원 영상연구과를 다니면서 졸업 제출용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감독에게도 취업은 최대 현안 문제였을 것이었기에 더 실감나는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취활광상곡>은 해외 영화제에서 대화 한마디 없이 취준생의 복잡한 딜레마를 묘사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거기에는 배경음악(Yukiko Yoden 작곡)도 한몫했다. 제목의 ‘광상곡’이 의미하듯,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Rhapsody in Blue>(1924)처럼 특별한 악곡 형식 없이 스토리를 따라 전개되는 음악이 좋았다는 평가다. 감독은 취업에 성공하여 현재 NHK-ART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들이 어떻게 조직형 인간으로 변신하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로 면접자를 향하여 훈련되고 과장된 미소와 태도를 보이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열정, 도전, 진취 같은 속마음에도 없는 단어를 열거해야 하는 현실, 취업생의 성공과 실패에 따른 인생 행로의 갈림길 등 사회 초년병들이 짊어져야 하는 부조리를 잘 다룬 훌륭한 단편 애니메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