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당신이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을지라도, 지금부터 소개하는 개막식 장면들이 이들의 손에서 빚어졌다는 것을 알면 올림픽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당신이 영화팬이라면 말이다. 스크린 밖을 나와 스타디움에서 자신만의 미쟝센을 꽃피운 세 명의 세계적 영화감독을 소개한다.

 

‘2016 리우올림픽’,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전하는 다양성과 포용의 메시지

'2016 리우올림픽 개막식 영상

 ‘신의 도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서 열리는 이번 ‘2016 리우올림픽’의 개막식은 <시티 오브 갓>, <눈먼 자들의 도시>의 명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맡았다. 쇼는 포르투갈에 침략당한 아마존 원주민, 정복과 점령, 팔려온 아프리카 노예들의 고통스러운 과거부터 슬럼가인 파벨라의 현재까지 삼바와 힙합의 역동적인 리듬에 실어 소개했다. 복잡한 역사와 정치, 경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결코 생기를 잃지 않는 브라질인들의 긍정적 에너지를 강조한 연출이다. 이 감동적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흑인, 여성, 트랜스젠더의 파워를 강조한 장면이었다. 슈퍼모델 지젤 번천, 트랜스 젠더 모델 레아 T, 12살 천재 래퍼 MC 소피아 등이 출연하여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활력 있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증명한 것. 개막식은 ‘새로운 세상’이란 테마에 걸맞게 자연파괴를 경고하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마무리했다. 이 연출에 대해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이번 개막식의 포용력과 환경 보호 메시지 때문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불편해할 것”이란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대표작, <눈먼 자들의 도시> 예고편

 

‘2012 런던올림픽’, 대니 보일의 ‘브리티시 인베이전’

2012 런던올림픽 007 오프닝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명성은 ‘2012 런던올림픽’ 개폐막식에서 다시 한 번 빛났다. 단, 침략과 정복이 아닌 문화의 힘으로. <트레인스포팅>,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감독 대니 보일은 영국이 이룩한 문화적 자산의 황홀함을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더 템페스트>의 문구인 ‘경이로운 영국’을 테마로 한 개막식은 공개 전부터 그 어떤 올림픽 개막식보다 더 전 세계를 설레게 했다. 바로 ‘브리티시 인베이전’ 주역들의 출연 여부 때문. 비틀스를 시작으로 영국 팝스타들이 세계를 정복한 영국 팝의 전성기를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 부르는데, 기대에 걸맞게 폴 매카트니가 개막식에 나와 ‘Hey, Jude’를 불렀고, 폐막식에는 데이비드 보위, 펫 샵 보이즈, 뮤즈, 퀸, 스파이스 걸스 같은 어떤 록 페스티벌도 다 섭외하지 못할 영국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해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영국식 위트도 빠지지 않았다.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가 맡은 007 제임스 본드의 수행을 받는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애견 웰시 코기 두 마리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 헬리콥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려 스타디움에 도착하는 퍼포먼스로 개막식을 시작한 것. 낙하산을 탄 86세의 여왕과 007 제임스 본드, 귀여운 웰시 코기라니, 과연 영국답지 않은가.

대니 보일의 대표작, <트레인스포팅> 예고편

 

‘2008 베이징올림픽’, 장예모가 연출하는 압도적이고 거대한 화려함

2008 베이징올림픽 하이라이트

이 세상에 영국보다 문화적 자부심이 높은 나라가 있다면, 아마 중국일 것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식은 <양귀비>, <황후화>, <영웅> 등에서 눈부신 미쟝센을 선보여 온 영화감독 장예모가 연출했다. 중화주의를 바탕으로, 화려한 영상미와 엄청난 규모로 ‘중국다운 것’이 무엇인지 스크린을 통해 제대로 보여왔던 그는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식 역시 어마어마한 스펙터클로 꾸며 지상 최대의 쇼를 완성해냈다. 전통 무술을 선보이고, 우주를 유영하며 공중을 걷고, 인간 탑을 쌓는 등 어떤 상황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2만여 명의 공연단도 단연 화제. 비록 노래를 부른 소녀에게 립싱크를 시켰다는 문제 제기와 소수민족 복장을 한 어린이들이 사실은 한족이었다는 등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장예모 감독은 역대 가장 아름다운 개막식이란 찬사를 받으며 다시 한 번 중국의 위세를 만방에 떨쳤다.

<황후화> 공식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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