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의 편지>

チャンオクの手紙│2017│감독 이와이 슌지│출연 배두나, 김주혁, 이주실, 신은수, 정준원

<장옥의 편지>는 영화 <러브레터>(1995),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하나와 앨리스>(2004)로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이 '네슬레 씨어터(Nestle Theater)'와 손을 잡고 만든 콘셉트 무비다. 총 4편의 단편 연작으로 이루어졌으며, 러닝타임은 합하면 약 1시간 정도다. 영화는 병든 시어머니 ‘장옥’(이주실)을 모시고 사는 평범한 주부 ‘은아’(배두나)의 일상을 그린다.

 1화. <장옥의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은 주인공이자 장옥의 며느리인 은아다. 그는 채 잠이 깨지 않았음에도 호출 벨을 듣고 거동이 불편한 장옥을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간다. 그 사이에 아이들과 남편을 깨워 아침을 먹이고, 장옥의 식사까지 따로 챙긴다. 하지만 장옥은 별다른 이유 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 며느리”라며 그를 구박한다. 이를 유연하게 받아넘기는 은아의 태도에서 베테랑 주부다운 노련함이 엿보인다. 영화는 13분간 끊김 없이 원테이크로 이어진다.

2화. <장옥의 밤>

모처럼 외식을 하러 나온 은아. 하지만 친구들과의 수다도 잠시, 시어머니로부터 '당장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이후에도 밤에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올 테니 안주와 술을 부탁한다는 남편의 연락이 더욱 화를 돋운다. 영화는 고단한 은아의 하루를 따라가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장옥과 남편을 향한 그의 귀여운 보복은 통쾌한 웃음을 전한다.

3화. <장옥의 딸>

장옥의 딸로 배우 서영화가 출연했다. 딸은 오랜만에 엄마를 찾아왔지만, 반가움을 숨기고 무뚝뚝한 태도로 일관하는 장옥에게 “생판 남한테 병수발 들게 하면서 그렇게 큰소리만 치시면 누가 계속 모시고 싶겠어요"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딸이 가고서야 눈물을 흘리는 장옥과 그런 시어머니를 바라보는 며느리의 마음이 먹먹함을 자아낸다. 

4화. <장옥의 연과 편지>

장옥이 남긴 연과 편지를 매개로, 가족들이 그간 서로에게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고 웃음을 되찾는 과정을 담았다. 은아는 본인에게만 편지를 쓰지 않은 장옥에게 섭섭함을 느끼지만, 남편의 편지를 읽고 그동안 시어머니가 느꼈던 마음을 깨닫는다.

 


빛을 활용한 따스한 필름의 색감, 피사체를 따라가는 롱테이크, 인물 간의 갈등을 비교적 담담하게 그리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연출법은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과 국내 드라마에서 번번이 다뤄지는 고부간의 갈등을 사실적이고도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점이 새롭다. 무엇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영화 OST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극 초반에 흐르는 연주곡 ‘Dawn and dusk’는 윤한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감미롭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극하며, 엔딩에 흐르는 곡 ‘Moment’는 감독이 작곡뿐 아니라 작사까지 맡아 더욱 긴 여운을 전한다(배우 이영진이 ‘Rieyz’라는 가명으로 직접 노래를 불렀다).


부부로 출연한 배두나와 김주혁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도 인상 깊다. 배두나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린다 린다 린다>(2005),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2009)에서 주연을 맡으며 몇 차례 일본 감독과 작업한 경험이 있다. 그는 워쇼스키 자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와 미국 드라마 <센스 8>(2015~)에도 출연하며 세계적인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으로 등장하는 아역배우 신은수와 정준원은 각각 영화 <가려진 시간>(2016)과 <그래, 가족>(2017)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 역할로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외에도 서영화, 이영진, 박희본 같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감초로 등장했다.


참고로 영화에는 보기 불편한 장면이 더러 있다. 가령 남편이 아내에게 어머니의 시중을 들게 하고, 늦은 밤에 직장 동료들을 불러 술상을 차리게 하는 모습, 술 취한 남편의 옷과 양말을 자연스럽게 벗겨주는 아내의 태도가 그렇다. 오늘날에도 한국의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가부장의 잔재이기에 더욱 쓸쓸하고 공감된다.

 

이미지- 네스카페 바리스타 단편영화 <장옥의 편지> 캡쳐
영상 출처 - 네이버 블로그 'Eye of the Be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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