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故 백남준(1932~2006)이 돌아간 지 10년이 되는 해다. 이에 그의 생일인 지난 7월 20일을 기점으로, 백남준을 회고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백남준이 학창시절까지 살았던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옛 한옥 집터에서는 백남준기념관 조성사업 발대식 <헬로 백남준>이 열렸다. 같은 날 마포구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는 ‘백남준 10주기 기념 음악공연’과 패션쇼 ‘비디오 아트 룩’이 열리기도 했다. 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10월 30일까지 진행하는 특별전 [백남준 쇼] 개막식이 21일 열렸다.

그중 가장 주목할 곳은 바로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다. 늘 백남준 관련 상설 전시가 열리는 가운데, 특별한 기획전이 포함됐다. 7월 20일 화려한 개막식을 치른 <뉴 게임플레이> 전(展)이다. 전(展)은, 백남준의 작품과 세계 아티스트들의 게임 미디어아트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곳에서 백남준의 미디어아트는 과거의 것이지만, 현대의 산물인 게임 미디어아트와 나란히 서 동시간을 공유한다.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거장이자 미래를 앞서 나간 선구자인 백남준이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세계로 넘어온 듯하다. 지금, 미디어아트를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면, 과거로부터 온 ‘백남준’의 작품과 현대의 ‘게임 미디어아트’가 새롭게 놓여있는 이곳으로 가야 한다.

 

백남준아트센터 기획전
<뉴 게임플레이(New Gameplay)>

단순히 ‘게임을 부추기는 전시인가?’라고 생각하면 큰 실수다. 게임은 이제 하나의 문화이자 중요한 기술 중 하나다.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형식으로 개발되어 온 컴퓨터 게임부터 모바일 게임까지, 이제 게임들은 단순한 오락의 기능을 넘어 예술적 미디어로서 새롭게 연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획전 <뉴 게임플레이>에서는 이러한 예술적 연구와 함께 사회적인 기능을 반영하고 분석하는 게임 미디어아트들을 선보인다. 게임을 넘어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전시 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백남준 ‘필름을 위한 선’ (1964)

첫 번째 섹션 ‘백남준에 대한 경의’에는 비디오아트의 아버지인 백남준의 작품 ‘필름을 위한 선’을 백남준아트센터가 재연해 전시했다. 영사기의 빛이 빈 필름을 비추면 필름 표면의 먼지와 스크래치가 화면에 투사된다. “미결정된” 작품이라는 백남준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작곡에 대한 그의 접근방식에서 유래하는데, 이는 미완적 측면에 근거를 둔 스코어인 존 케이지의 ‘4분 33초’에서 영향 받은 것이다.

 

2. 아티스트 듀오 조디 ‘무제 게임: 컨트롤-스페이스’. ‘무제 게임: 아레나’(1998-2001)

첫 번째 섹션에서는 폭력적인 1인칭 슈팅게임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바꿔 대상이 없는 게임으로 제시하는 네덜란드계 벨기에 출신 아티스트 듀오 조디(조안 헴스케르크&더크 피스만)의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무제 게임’ 시리즈는 일인칭 슈팅게임 ‘퀘이크’의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본 전시에 소개한 단계는 ‘컨트롤-스페이스’와 ‘아레나’로, 플레이어는 이미지 요소로 둘러 쌓인 흰색 화면만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삭제의 방식은 미술사에서의 단색화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1963년 노출되지 않은 빈 필름 롤을 상영한 백남준의 작품 ‘필름을 위한 선’과도 연결된다.

 

3. 제프리 쇼 ‘읽을 수 있는 도시’(1989-1991, 2013 버전)

게임의 맥락에서 본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관객이 자전거를 타면 스크린에 3차원으로 맨해튼, 암스테르담, 카를스루 거리의 전경이 나타난다. 참여자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 길의 방향을 따라 컴퓨터로 생성한 3차원의 ‘문자’ 빌딩들이 보이는데, 이러한 문자들은 그 장소만의 문학적,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컴퓨터 게임의 포맷이 미술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키아라 마치니의 글 참고)

 

4. 백남준 ‘닉슨 TV’(1965(2002))

인터렉티브 미술의 선구자로서 백남준의 역할을 살펴보는 ‘해킹/테크놀로지의 변형’ 섹션에 전시된 작품. 미국 전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영상을 담은 텔레비전 두 대에 자석 코일을 이용해 전류를 보내면, 닉슨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실제로 닉슨은 1960년 존 F. 케네디와의 대통령 선거 후보 TV 토론회에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낙선하였는데, 백남준은 이러한 미디어의 영향력에 주목했다.

 

5. 골드 엑스트라, ‘프런티어’(2006–2012)

다섯 번째 섹션 ‘게임과 사회’에 전시한 일인칭 슈팅게임 ‘프런티어’는 심각한 정치적 이슈인 유럽 접경지역의 난민을 다룬다. 플레이어는 난민 또는 국경 경비 중 역할을 선택, 4개의 다른 국경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게임과 사회’라는 표제 아래 정치적 구조와 과정을 게임 안에서 학습하게 하는 것이다.

 

6. 키요시 후루카와, 마사키 후지하타, 볼프강 뮌흐 ‘스몰 피쉬’(1999)

1999년 ZKM의 ‘Digital_Arts_Edition’ 시리즈의 일환으로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앱이다. 현재 아이폰, 아이팟터치, 아이패드에서도 상용화 되어있다. 추상적인 모양, 원, 점, 선 같은 각각의 요소들이 악보를 바꿔 음악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 플레이어는 15개의 다른 그래픽 악보 중 여러 부분을 재배치하여 즉각적으로 음악을 변형시킬 수 있다.

기획전 <뉴 게임플레이(New Gameplay)>
관람요금

성인 4,000원, 학생·군인·청소년 2,000원
단체 20인 이상 성인 2,000원, 학생 1,000원
20인 이상 단체 50% 할인, 경기도민 25% 할인

기간
2016.07.20(수) ~ 2017.02.19(일)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7~8월 오전 10시 ~ 오후 7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홈페이지 https://njp.ggcf.kr/archives/exhibit/new-gameplay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지도보기]

 

백남준아트센터의 또 다른 이벤트

백남준 상설전 <점-선-면-TV>

‘백남준 전’은 상설전시로 백남준 관련 작업, 예술을 주제별로 바꾸는 상설 전시다. <점-선-면-TV> 전은 텔레비전을 비롯, 스코어, 필름, 영상 같이 그가 다루었던 다양한 인터미디어적 매체를 평면성이라는 개념 안에서 탐구해 보는 전시다. 특히 그동안 자주 소개하지 않았던 백남준의 드로잉과 회화 작업들도 다수 구경할 수 있다.

기간 2016.07.05(화) ~ 2017.02.05(일)

 

2016 NJP Red Festival– ‘아마도이자람밴드’ 공연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무료 공연도 진행한다. 아마도이자람밴드는 이자람(보컬/기타)을 중심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활약하는 이민기(기타), 이향하(퍼커션/아코디언), 김정민(베이스), 김수열(드럼)로 구성된 5인조 밴드다. 아름답고 느린 선율의 곡부터 여름날의 무더위를 날려줄 흥겨운 록까지 다양한 노래들을 선보일 예정. 8월 20일에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신선한 전시와 함께 신나는 음악공연까지 즐겨보자.

사전 예약자 혜택: 앞자리 우선 지정, 사전 예약자 150명까지 방석 또는 돗자리, 시원한 물 제공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뒷동산
기간 2016.08.20(토)

(기사 및 이미지 : 백남준아트센터 ‘뉴 게임플레이’ 기획전 홈페이지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