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기 좋은 날>

Day to drink│2013│7분│감독 정가영│출연 허정도, 신사랑

벤치에 앉은 남자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그에게 전화를 걸며 멀찍이서 지켜보던 여자는 남자에게 다가가 어떻게 찾아온 거냐며 쏘아붙인다. 냉랭한 분위기가 어째 심상치 않다.

단편영화 <여기 술마시기 좋은 날>

옛 연인을 마주한 당혹스러운 상황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말문이 막힐까, 아니면 냅다 피하기 바쁠까. 영화 속 주인공들은 좀 다르다. 한때 연인이자, 이제는 각자 결혼을 앞둔 두 사람. 이들은 현 애인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땐 왜 그랬네! 저랬네 하며 티격태격 다투기 여념 없다. “담배 다시 피우니? 술 끊었나 보네”, “나 간다?” 아슬아슬 줄타기하듯 이어지는 대화는 꾸밈없고 사실적이다. 마지막에 이르러 남자의 대사와 여자의 웃음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수록곡 ‘다림의 waltz’와 맞물리며 달콤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헤어질 때 "내가 너한테 돈을 얼마나 썼는데?"라는 말로 가슴에 비수를 꽂은 남자. 배우 ‘허정도’는 2004년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데뷔, 2008년에는 <예의 바른 살인범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어느 쌀쌀한 보름밤>(2010), <가면무도회>(2013), <타이레놀>(2014), <그 밤의 술 맛>(2014) 같은 독립 단편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 교사자격증을 땄지만 결국 연기를 택한 그는 2016년 상반기에만 드라마 3편, 영화 5편을 찍었다. 현재 출연 중인 화제의 드라마 <W>에선 여주인공이 근무하는 병원의 괴팍한 교수로 나와 감초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차기작은 개봉을 앞둔 <범죄의 여왕>(2016)과 심은경 주연의 <걷기왕>(2016)으로,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저력의 배우다.

자칫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 정가영 감독. 그는 단편 <혀의 미래>(2014)로 ‘2014 olleh 국제스마트폰영화제’ 특별상-비퍼니상을, <내가 어때섷ㅎㅎ>(2015)로 '2015 대단한 단편영화제' 대단한 관객상(제목상)을 받았다. 두 작품은 모두 감독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정가영 감독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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