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습니다. 따뜻해지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적어도 시린 계절은 지나가고 있지요. 봄이란 재촉을 해야만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꽃이 조금씩 피어나고 있는데, 사람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옷을 고르고, 머리를 새로 하고, 집안을 청소하고, 색채 가득한 음악을 들어볼까요.

2015년 내한 공연을 했던 퍼퓸 지니어스(Perfume Genius)가 새 앨범 <No Shape>와 싱글 'Slip Away'를 발표하였습니다. 시애틀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마이크 해드리아스(Mike Hadreas)의 예명인 퍼퓸 지니어스는 2014년에 'Queen'과 'Fool'을 수록한 앨범 <Too Bright>를 발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전의 작품들에 비하여 더 강한 사운드를 내며 그에 걸맞은 퍼포먼스로 큰 규모의 공연과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도 했지요. 동성애에 대한 폭력과 가정 폭력,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이를 극복하는 힘과 지혜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하고 있는 퍼퓸 지니어스의 새 앨범이 기대됩니다.

Perfume Genius ‘Slip Away’ MV

프랑스의 뮤지션이자 하비에르 지아놀리 감독의 영화 <비기닝(A L'origine / In The Beginning)>(2009)에 출연하여 배우로서도 호평을 받은 소코(SoKo)도 싱글 'Sweet Sound of Ignorance'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곡은 앨범 <My Dreams Dictate My Reality>(2015)에 수록한 곡인데요, 고딕의 어두움과 화려한 색채가 몽환적인 대비를 이루는 뮤직비디오는 본인이 직접 감독했다고 합니다. 같은 앨범의 수록곡 ‘Ocean of Tears’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토끼 인형 머리가 여기서도 나오는데요, 아마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에어리얼 핑크(Ariel Pink)와도 맥이 닿아 함께 작업하기도 했던 소코의 다음 앨범도 기대되네요.

SoKo ‘Sweet Sound of Ignorance’ MV

토와 테이(Towa Tei)도 앨범 <EMO>를 내놓았습니다. 이전에 골든두들이 소개해 드렸던 메타파이브(METAFIVE)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틈틈이 만든 이번 솔로 앨범에는 메타파이브의 멤버들, UA, 타카노 히로시(高野寛), 고키타 토모오(五木田智央), 더 버드 앤 더 비(The Bird and the Bee)의 이나라 조지(Inara George), 아톰 티엠(Atom TM)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마스터링도 직접 하지 않고 스나하라 요시노리(砂原良徳, 前덴키 그루브)에게 맡겨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었다고 합니다. 수록곡 중에서 유루메루모(ゆるめるモ, You’ll Melt More!)의 아노(あの, ano)가 참여한 ‘REM’ 먼저 들어보시죠.

TOWA TEI with Ano (You'll Melt More!) ‘REM’ MV 

앨범의 제목 <EMO>는 ‘emotional’의 의미라고 합니다. 영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Star Wars:The Force Awakens)>(2015)에 등장하는 악역 카일로 렌이 마스크를 벗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본인도 그런 마스크를 벗는 느낌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물론 토와 테이의 경우에는 선글라스가 되겠습니다만. 본인의 이야기로는 메타파이브의 활동에서 받은 작용과 반작용이 반영된 앨범이라고 하는데요, 거장들이 모여서 만든 메타파이브의 긍정적인 시너지가 여러 방향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수록곡 ‘Brand Nu Emo’에는 한국에서도 여러가지로 유명한 미즈하라 키코(水原希子)와 동생 유카(水原結花)가 참여했습니다.

TOWA TEI as METAFIVE with MIZUHARA SISTERS ‘Brand Nu Emo’ MV

위켄드(The Weeknd)의 노래 ‘I Feel It Coming’ 안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들어있고, 그 감정은 듣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 듣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추억할 것이고, 다른 사람은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터치에 감탄할 수도 있겠죠. 어떤 사람은 심지어 토토(Toto)까지 언급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골든두들은 옷에 달려 반짝이는 버튼에서 봄의 꽃봉오리를 떠올려봅니다. 옛 비디오 테이프의 느낌으로 표현한 뮤직비디오에는 앞에서 소개했던 미즈하라 자매 중에서 언니인 키코가 등장합니다. 감독은 역시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와 ‘Lose Yourself to Dance’를 만들었던 바로 그 Warren Fu가 맡았습니다.

The Weeknd ft. Daft Punk ‘I Feel It Coming’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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