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즌의 성공 이후 내리 하향 곡선을 그렸던 HBO의 누아르 앤솔러지 <트루 디텍티브>가 네 번째 시즌에서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떠오르는 멕시코 여성 감독 이사 로페스가 원조 격인 ‘닉 피졸라트’를 대신하여 각본, 제작 및 감독을 모두 맡은 <나이트 컨트리>(Night Country)가 로튼토마토 90%를 넘어서는 찬사를 받으면서 첫 시즌의 영광을 재현한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가 방영된 후 시청자는 2,000만 명을 넘어서 HBO의 역대 기록을 일찍 갈아치웠다. 첫 시즌에 등장한 나선형 문양과 밀짚 인형 등 폐쇄적인 집단과 초자연적인 현상이 다시 나오고, 러스틴 콜 형사의 아버지(트래비스 콜)가 에피소드 2에서 잠깐 등장하는 등 첫 시즌과의 연결을 꾀하기도 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대한 해석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이 드라마의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앤솔러지 시리즈 <True Detective: Night Country>(2024) 예고편

 

멕시코에서 건너온 쇼러너

이사 로페스(Issa Lopez) 감독은 멕시코에서 이미 여러 차례 수상 경력을 보유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다. 그의 호러 최신작 <Tigers Are Not Afraid>(2017)이 97%의 로튼토마토 평점과 함께 여러 미국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았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나 소설가 스티븐 킹도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네 번째 시즌의 소재를 찾아 헤매던 <트루 디텍티브> 관계자들도 이 영화를 본 후 로페스 감독을 불러들여 아이디어를 구했는데,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이야기를 예상했던 관계자들에게 그는 알래스카와 초자연적인 존재 그리고 여성 형사를 결합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HBO는 이제까지 세 시즌을 맡았던 닉 피졸라트를 책임 프로듀서로 물러나게 하고, 로페스 감독에게 각본, 제작, 감독의 전권을 맡겼다. 여섯 편으로 구성된 네 번째 시즌 <Night Country>는 올해 1월부터 방영을 시작하여 92%의 높은 평점과 함께, 10년만에 첫 번째 시즌의 영광을 회복하였다는 환호를 받고 있다. 반면에 제작 전면에서 밀려난 닉 피졸라트는 부정적인 의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로페스 감독의 멕시코 영화 <호랑이는 겁이 없지>(Tigers Are Not Afraid) 예고편

 

‘극야’ 현상의 음울한 알래스카

네 번째 시즌이 진행되는 내내 어두운 밤이 지속되며, 음울한 영상과 배경음악을 통해 시청자에게도 극 지방의 분위기가 전달된다. 매년 11월 20일 경부터 두 달 동안 해가 뜨지 않는 알래스카의 ‘극야’(Polar Night) 기간에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다. 알래스카 원주민 이누피아크(Inupiat)족이 다수를 차지하며 극지방에 가까운 외딴 애니스(Ennis) 라는 가상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근세에 알래스카의 원주민들에게 서구 문명이 들어와 전통적인 생활 양식이 잠식되었지만,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옛 문화를 찾는 활동이 활발하여, 드라마 속의 원주민 여인들이 턱에 세개의 막대나 점을 문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극지방의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정신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상이나 자연과 소통하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감독은 첫 번째 시즌에 등장했던 ‘카코사’(Carcosa), ‘옐로우 킹’ 등의 모티프를 가져와 첫 시즌과의 연계고리를 모색했으며, <양들의 침묵>, <세븐>, <더 싱>, <샤이닝> 등 클래식 호러와 1959년 우랄산맥에서 발생한 구 소련의 디아틀로프 원정대 의문사(The Dyatlov Pass Incident) 사건에서 영감을 찾았다.

<How Alaska Native Women Are Healing from Generations of Trauma>

 

깨어난 그녀는 누구인가?

로페스 감독은 드라마의 키워드로 ‘알래스카’, ‘초자연’ 그리고 ‘여성’을 꼽은 적이 있다. 폐쇄적인 원주민 커뮤니티가 대다수인 소도시 애니스를 카코사(Carcosa)로 보았고, 여기에 초자연적인 존재를 설정하여 ‘그녀가 깨어났다’(She is awake)라는 경고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영화 <양들의 침묵>(1991)의 조디 포스터(Jodie Foster)와 프로복서 칼리 레이스(Kali Reis)로 대표되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는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핵심적인 캐릭터를 구성하며, 초자연적인 존재도 여성의 젠더로 표현된다. 감독이 전면에 내세운 배경 음악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의 ‘Bury a Friend’인데, 이 곡의 가사 또한 드라마의 내용과 맞아 떨어진다고 밝혔다. 결국 ‘그녀’는 겨울이 될 수도, 아니면 성난 땅(Mother Earth)일 수도 있다는 추론을 여러 기사에서 찾을 수 있으며, 마지막 장면에서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은 의문들이 여전히 남았음을 알 수 있다.

오프닝 타이틀곡으로 채택된 빌리 아일리시 ‘Bury a Friend’(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