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애시드 재즈 밴드 ‘마더 어스’(Mother Earth)의 명반 <The People Tree>(1992)의 25주년 바이닐 앨범이 다시 발매되면서 이들이 활동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더 어스는 1991년 자미로콰이(Jamiroquai)와 거의 동시에 데뷔 앨범을 발매하면서, 애시드 재즈 열풍의 선두주자로 기대를 모았던 영국의 4인조 밴드다. 맷 데이튼(Matt Deighton)의 호소력 짙은 보컬과 독특한 하몬드 오르간 연주를 전면에 내세우며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단 5년 만에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남긴 채 해체되어 열혈 팬들의 기억 속에 컬트로 남았다. 특히 프론트맨이었던 맷 데이튼은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그가 주도한 밴드와 솔로 음반들은 수집가들이 자랑스럽게 진열대 위에 올려놓는 희귀 음반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제작된 다큐멘터리 <Matt Deighton: Overshadowed>(2019)의 제목이 의미하듯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그의 음악성을 일부 사람들은 깊이 애석해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Matt Deighton: Overshadowed> 예고편

영국의 애시드 재즈 열풍을 타고 설립된 애시드 재즈 레코즈(Acid Jazz Records)는 1991년에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활동하던 밴드 두 팀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들을 ‘타운 앤 컨트리클럽 2’(Town and Country Club 2)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공연에 초대했다. 두 밴드는 자미로콰이(Jamiroquai)와 마더 어스(Mother Earth)였으며, 이들의 프론트맨 제이 케이(Jay Kay)와 맷 데이튼은 애시드 재즈 신을 대표할 인물로 각광을 받았다. 이듬해 마더 어스는 데뷔 앨범 <Stoned Woman>(1992)을 발매했는데, 여느 애시드 재즈 그룹처럼 여성 보컬리스트 쇼나 그린(Shauna Green)에게 리드 보컬과 코러스를 맡겼다. 하지만 두 번째 앨범 <The People Tree>(1993)부터는 맷 데이튼이 전면에 나서 리드 보컬과 기타를 맡으면서 평론가들의 찬사의 대상이 되었다. 그의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는 마치 영국 포크의 레전드 닉 드레이크(Nick Drake)나 데이비 그래함(Davey Graham), 또는 존 마틴(John Martyn)과 비교될 만했다.

두 번째 앨범 <The People Tree>의 ‘Apple Green’

하지만 밴드의 수명은 길지 않았다. 스타일 카운슬(Style Council) 해체 후 솔로로 나선 폴 웰러(Paul Weller)의 레코딩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인 프로젝트 밴드로 출발했기 때문인지 멤버들 사이 결속력이 크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지만 내놓는 앨범마다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자미로콰이’에 비해 상업적인 결과가 미미했고, 무대 공포증을 안고 있는 맷 데이튼은 공연을 전후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결국 단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남긴 채 5년 만인 1996년에 공식 해체되었고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맷 데이튼은 한 동안 폴 웰러의 기타리스트로, 록 밴드 오아시스(Oasis)에서 노엘 겔리거의 대타로 공연에 나서면서, 솔로 앨범 <Villager>(2021), <You Are the Healer>(2000), <The Common Good>(2001) 등을 냈다. 그의 솔로 앨범 역시 영국 포크록의 클래식으로 평가되었으나, 여전히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브라이튼 페스티벌(1994)에서의 라이브

2000년대에 들어와 맷 데이튼은 음악 신에서 보기가 힘들어졌다. 데이튼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수수께끼의 뮤지션으로 소개하며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소개하는 르포 기사들이 간간이 나왔다. 밴드의 최고 히트곡 ‘Jesse’와 ‘Apple Green’을 수록한 명반 <The People Tree>이 바이닐로 재발매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자 오랜만에 이들이 활동을 재개했다. 스타일 카운슬의 키보디스트 믹 탈봇(Mick Talbot)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여 1990년대의 음악을 기억하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네 번째 솔로 앨범 <Today Become Forever>(2023)을 발표했는데, 언론은 그를 여전히 ‘잃어버린 보석’(Lost Jewel)이라 부르며 아쉬워했다.

앨범 <Today Become Forever>(2023)의 ‘When All Heaven Breaks Lo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