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이 다가오면 길거리와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 캐럴과 관련 음악이 넘쳐난다. 냇 킹 콜,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나트라, 그리고 최근에는 머라이어 캐리와 같은 대형 알앤비나 소울 가수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주류를 이룬다. 빙 크로스비의 <White Christmas>(1986)은 5,000만 장, 엘비스 프레슬리의 <Elvis’ Christmas Album>(1957)은 2,000만 장, 머라이어 캐리의 <Merry Christmas>(1994)는 1,500만 장을 팔아, 시즌 음악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만 크리스마스 앨범을 낸 것은 아니다. 인디 뮤직이나 록과 같은 다른 장르에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앨범들이 많은데, 이들 중 색다른 의미를 담은 다섯 장을 골라 보았다.

 

Jimmy Smith <Christmas Cookin’>(1964)

하몬드 오르간에 매료된 재즈 피아니스트 지미 스미스(Jimmy Smith)는 한 대를 직접 구입하여 창고에 틀어박혀 한동안 연습에 매달린 후 하몬드 오르간의 진정한 달인이 되었다. 그의 새로운 악기 연주를 직접 보고 들은 블루노트 창업자 알프레드 라이언은 즉각 계약하였고, 그로부터 8년 동안 40여 장의 세션을 가지면서 재즈계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했다. 1963년에는 크리드 테일러의 버브(Verve)로 이적하여 당대의 스타급 뮤지션 답게 크리스마스 앨범 <Christmas ‘64>를 냈고, 2년 후에 같은 음반을 재발매하면서 <Christmas Cookin’>로 타이틀을 고쳐 썼다.

앨범 <Christmas Cookin’>에 수록한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Low <Christmas>(1999)

미네소타 출신의 3인조 인디 록 밴드 ‘로우’(Low)가 팬 서비스의 일환으로 크리스마스 EP 앨범을 발매하였다. 그들은 부부 듀오로 시작하여 베이시스트를 영입한 트리오로 주로 활동하였으며, 느린 템포와 미니멀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여 록의 서브 장르로 불린 “슬로우코어”(Slowcore)을 대표했다. 부부 사이인 앨런 스파호크(Alan Sparhawk)와 미미 파커(Mimi Parker)의 음울한 보컬 하모니를 내세워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고향 덜루스(Duluth)의 인디 신에서 활동하다가 그들의 음악이 영화나 드라마에 채택되면서 전국구 밴드로 성장했다. 2022년에 미미 파커가 난소암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밴드의 활동은 멈추었다.

앨범 <Christmas>에 수록된 ‘Just Like Christmas’

 

Sufjan Stevens <Songs for Christmas>(2006)

수프얀 스티븐스는 2000년에 데뷔하여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Visions of Gideon’과 ‘Mystery of Love’로 널리 알려진 미국 인디 싱어송라이터다. 다섯 번째 앨범 <Illinois>(2005)의 상업적인 성공으로 정상급 뮤지션으로 발돋움했으며, 몽환적인 사운드와 영적인 가사로 평론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크리스마스 관련 음악을 모아 다섯 장의 EP로 구성된 박스 세트로 출반한 바 있으며, 2012년에는 후속으로 58곡을 수록한 <Silver and Gold: Songs for Christmas, Vols 6-10>을 내놓았다.

앨범 <Songs for Christmas>에 수록된 ‘O Come O Come Emmanuel’

 

Tracey Thorn <Tinsel and Lights>(2012)

다양한 장르의 록 밴드와 콜라보레이션 작업했던 트레이시 손은, 특히 스타일 카운슬(Style Council)의 ‘The Paris Match’(1984),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Protection’(1995)의 보컬을 맡아 유명세를 탄 싱어송라이터다. 후일 부부가 된 캠퍼스 친구 벤 와트(Ben Watt)와 결성한 듀오 ‘Everything but the Girl’에서는 ‘Missing’을 영국 차트 3위에 올려놓았다. 그의 네 번째 솔로 앨범 <Tinsel and Lights>은 크리스마스 시즌 음악으로 구성하였으며, 그의 아이 셋이 백 보컬로 참여한 자작곡 ‘Joy’가 영화 <All Is Bright>(2012)에 수록되기도 하였다. 영국 앨범차트 94위, 미국 인디앨범 차트 22위에 올랐다.

앨범 <Tinsel and Lights>에 수록된 ‘Joy’ 뮤직비디오

 

Bob Dylan <Christmas in the Heart>(2019)

이 앨범을 출반한 2019년 당시 나이 68세였던 포크 레전드 밥 딜런의 서른네 번째 앨범이었으며, 그의 생애 첫 크리스마스 앨범이었다. 찬송가, 캐럴, 그리고 크리스마스 노래들로 모두 15곡을 구성하였으며, 수익금은 전액 어린이의 영양실조를 구원하는 비영리 단체 세 곳에 찬조하였다. 싱글로 출반된 ‘Must Be Santa’는 마케팅을 위해 뮤직 비디오로 제작되었으며, 그 결과 빌보드 홀리데이 앨범과 포크 앨범 차트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그가 크리스마스 앨범을 발매할 것이라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부정적이었으나, 막상 발매 후 앨범을 들어본 후 긍정적인 태도로 선회하여 괜찮은 리뷰를 남겼다고 한다.

앨범 <Christmas in the Heart>에 수록된 ‘Must Be Santa’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