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영화 평가 사이트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는 온라인 영화 비평가들의 평가를 모아 영화 평점을 매긴다. 비평가들의 의견은 토마토미터(Tomatometer)에, 일반인들의 의견은 오디언스 스코어(Audience Score)에 점수로 매겨진다. 좋은 영화 또는 그렇지 않은 영화를 가릴 때, 두 가지 지표가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된 두 편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토마토미터는 형편없는 수준인 20%대였으나, 일반인들은 반대로 괜찮은 영화라는 평가를 내렸으며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 역시 분분했다. 언론에서는 이들 영화에 대한 리뷰어들의 평가가 왜 낮은지 분석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두 편의 영화 모두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이들이 어떤 영화인지 알아보았다.

 

마약 진통제를 퍼뜨리는 부패 제약사 <페인 허슬러>

기소된 인시스 제약사 실존 인물(흑백)과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

에밀리 블런트, 크리스 에반스, 앤디 가르시아. 세 명의 배우 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지만, 영화에 대한 평점은 형편없다. 로튼토마토 리뷰어(Reviewer)들의 23%만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그들의 평점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점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오디언스 스코어’는 71%로 리뷰어들의 평가와는 차이가 크다. 부정적 평가의 원인으로는 <해리 포터>와 <신비한 동물들> 등 판타지 시리즈의 흥행으로 각광받았던 데이비드 예이츠(David Yates) 감독이 내부 고발자 ‘라이자’을 영웅으로 몰아간 스토리 구도가 다소 억지스러우며, 유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에린 브로코비치>(2020)과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4)를 섞어 놓은 것 같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있었다. 주연급으로 출연한 크리스 에반스의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캡틴 아메리카’로 출연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 50% 미만의 낮은 평점을 받았다

영화 <Pain Hustlers>(2023) 예고편

이 영화는 말기 암환자들을 위한 펜타닐 계열의 마약성 진통제를 일반인에게도 과다 처방하도록 의사들을 매수한 혐의로 2019년에 기소된 ‘인시스 제약사’(Insys Therapeutics)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펜타닐은 모르핀의 50~100배 약효를 지닌 초강력 진통제로, 2010년대 마약 용도로 퍼져 나가 수많은 사망자를 내면서 당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탐욕에 빠진 일부 제약사들이 FDA와 의사들에게 뇌물을 주고 블루칼라 계층이 많은 낙후된 지방 도시에서 처방전을 남발하게 하여, 이를 ‘Opioid Overdose Epidemic’이라 불렀다. ‘인시스’ 사건을 심층 취재한 에반 휴즈(Evan Hughes) 기자의 동명 서적을 바탕으로 이번 영화가 제작되었고, 앤디 가르시아가 인시스의 소유주 존 카푸르(John Kapoor)을, 크리스 에반스가 세일즈 임원 알렉 벌라코프(Alec Burlakoff)을 모델로 하였다. 그들은 미모의 여성들을 판매원으로 고용하여 의사들을 매수하였고, 각종 마케팅 행사를 통해 부당 이득을 제공하였다. 에밀리 블런트가 맡은 ‘라이자’는 실제로 일했던 여러 명의 판매원들을 조합한 가공의 캐릭터다. 올해 10월 27일 공개되어 로튼토마토 최악의 평점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차트 최상단에 올랐다.

 

‘라떼’ 세대의 이유있는 푸념 <늙은 아빠들>

<페인 허슬러>보다 일주일 앞선 10월 20일 넷플릭스에 올라온 <Old Dads> 역시 토마토미터 24%의 최악의 리뷰어 평점을 기록했으나 바로 옆의 오디언스 스코어는 88%로 극단적으로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할리우드 리포트(Hollywood Report)지는 <Old Dads>가 리뷰어와 시청자를 이분법으로 나누어 놓았다고 영화 소개기사의 헤드라인을 뽑기도 했다. 독설의 코미디언 빌 버(Bill Burr)가 배우와 감독을 맡은 블랙 코미디 영화로, 마치 스탠딩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다른 세대를 향하여 끊임없이 독설을 날린다. 그와 비슷한 생각의 친구들과 어울려 왕년의 좋았던 시절들을 아쉬워하면서 술집이나 카지노 리조트에서 여흥을 즐긴다. 이들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 스포츠 스타 케이틀린 제너(Caitlyn Jenner)을 소재로 하여 비아냥거리는 잡담을 하며 다른 세대들의 위선적인 사고와 행위를 꼬집기도 하는데, 이런 점들이 리뷰어들의 미움을 산 것이라는 언론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 <Old Dads>(2023) 예고편

이 영화의 주인공 ‘잭’은 51세에 다섯 살 아이의 아빠가 된 늦깎이 아빠로, 자신보다 젊고 생각이 완전히 다른 30대 학부형들과 어울려야 한다. 20대의 밀레니얼 세대가 회사 CEO로 들어와 밀려나거나 해고당하고,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유치원 원장에게 잘 보여야 하는 요즘 세태에 짜증이 난다. 분노를 참지 못한 그가 좌충우돌 부딪히면서 결국 가정의 위기를 가져오게 되고, 유치하지만 색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게 되는 전형적인 미국의 블랙 코미디 영화다. 스탠드업 코미디로 유명한 빌 버의 영화 답게 과장되고 불편한 대사로 넘쳐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바탕을 둔 지적으로 일면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로 1968년생인 빌 버는 45세에 결혼하여 49세에 첫 딸을, 그리고 52세에 아들을 가지게 되어, 개인적인 경험이나 소회가 이 영화에 상당히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 역시 낮은 평점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선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