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Pingpong>(2006) 중 한 장면

젊은 계모와 그보다 훨씬 어린 양아들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그린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였다. 앤소니 퍼킨스가 양아들로 나온 <페드라>(Phaedra, 1962), 제인 폰다가 계모로 나온 <Game Is Over>(1966), 그리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루나>(1979) 모두 이러한 부적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 상업적 흥행을 이룬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 계모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나 에로틱 스릴러들이 최소 규모의 예산으로 제작되어 영화제와 영화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00년도 이후 제작된 대표 영화 다섯 편을 뽑았다.

 

<Tadpole>(2002)

‘태드폴’(tadpole)은 올챙이라는 뜻인데, 이 영화에서는 추수감사절 연휴에 집으로 돌아와 심장 전문의인 계모 ‘이브’(시고니 위버)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는 15세 학생 ‘오스카’를 가리키는 말이다. 단 15만 달러(약 2억원)의 적은 예산으로 2주 만에 속전속결 제작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지만,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더군다나 드라마틱 디렉팅 상까지 수상하자 미라맥스 영화사가 나서 제작비의 33배가 넘는 500만 달러에 인수하였다. ‘놀랍도록 솔직하고 섹슈얼한 성장 영화’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줄을 이었지만, 15세 소년과 40세 여성 간의 로맨스 설정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기 드라마 <소프라노>에서 소프라노의 아들 역으로 친숙한 로버트 아일러(Rober Iler)가 ‘오스카’의 친구로 등장한다.

영화 <Tadpole>(2002) 예고편

 

<Forty Shades of Blue>(2005)

나이 많은 로큰롤 레전드 ‘알란’, 모스크바 행사에서 그를 우연히 만나 미국의 멤피스로 따라와 그의 아내가 된 러시아 여성 ‘로라’, 그리고 그들을 방문한 ‘알란’의 아들 ‘마이클’ 사이의 삼각관계 이야기다. 이국 생활에 지친 ‘로라’는 부자 사이를 방황하지만, 영화 제목이 시사하듯 마지막까지 ‘로라’와 ‘마이클’ 관계가 결실을 맺을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저예산 인디 영화지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로라’를 연기한 러시아 배우 디나 코르준(Dina Korjun)이 호평을 받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 <Forty Shades of Blue>(2005) 예고편

 

<Pingpong>(2006)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삼촌 집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 16세 소년 ‘폴’이 숙모 ‘안나’와 동년배기 사촌 ‘로버트’ 사이에 복잡한 가족 갈등과 적대감을 접하게 되고, 숙모와 불의의 관계를 맺게 되어 가족 관계가 결국 파국을 맞는다는 내용의 독일 영화다. 삼촌집 낡은 탁구대의 핑퐁 소리는 불편한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을 해소하는 유일한 탈출구를 의미한다. 2006년 칸영화제에서 SACD 스크린라이팅 어워드, 영 크리틱스 어워드, 팜 독(Palm Dog)의 3관왕을 안았다.

영화 <Pingpong>(2006) 예고편

 

<Queen of Hearts>(2019)

변호사 엄마 ‘앤’과 10대 양아들 ‘구스타프’ 사이의 불륜을 다룬 덴마크 영화로, 2019년 덴마크 국내 영화제인 로버트 어워즈(Robert Awards)에서 9개 부문, 보딜 어워즈(Bodil Awards) 4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받았다. 로튼토마토 평점 97%가 의미하듯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깔끔한 멜로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앤’ 역의 덴마크 배우 트리네 뒤르홀름(Trine Dyrholm)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에 호평이 집중되었다. 올해 프랑스에서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Last Summer>(2023) 역시 호평을 받으며 칸영화제 경쟁작 후보에 올랐다.

영화 <Queen of Hearts>(2019) 예고편

 

<A Fish Swimming Upside Down>(2020)

영화 제목은, 물고기는 일반적으로 배를 위로 뒤집고 수영하지 않는데 이를 뒤집었다는 의미로, 비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상징한다. 특수학교 교사인 40대의 매력적인 여성 ‘안드레아’와 50대의 남자친구 ‘필립’ 그리고 그의 19세 아들 ‘마틴’이 한집에 살게 되면서 그들 간의 비정상적인 삼각관계를 다룬 독일 영화다. 불가리아 출신의 여성 감독 엘리자 페트코바(Eliza Petkova)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양보다 더 큰 것을 원하는 인간의 부조리를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최소한의 대사와 냉정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여 초반의 멜로드라마에서 뒤로 갈수록 스릴러에 가까워진다.

영화 <A Fish Swimming Upside Down>(2020)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