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세 명의 작가 앨런 긴즈버그(왼쪽), 윌리엄 S. 버로스(가운데), 잭 케루악(오른쪽)

비트 세대(Beat Generation)란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보수화된 기성 세대에 반발하여 저항적인 문화와 기행을 추구했던 젊은 세대를 이른다. 이들은 대공황이 있던 1920년대에 태어나 참혹한 세계 전쟁을 직접 체험하고 출세, 교육, 도덕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거부하여 마약, 비밥 재즈, 자유 연애, 대륙횡단여행 등 자유로운 생을 추구했다. 이들을 대표하는 작가와 예술가들이 샌프란시스코의 노스 비치(North Beach), 로스앤젤레스의 베니스 웨스트(Venice West),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로 모여들었는데, 시인 앨런 긴즈버그(Allen Ginzberg), 소설가 잭 케루악(Jack Kerouac), 윌리엄 S. 버로스(William S. Burroughs) 세 사람이 가장 유명하다. 그들은 1944년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에서 처음 만나 함께 어울리며 한 시대를 풍미하였는데, 이들을 만나볼 수 있는 필수 영화 두 편이 최근에 연이어 제작되었다.

 

<온 더 로드>(2012)

핵심 인물 세 사람 중 하나인 잭 케루악은 컬럼비아대 퇴학 후 1947년부터 3년에 걸쳐 미대륙을 횡단하는 방랑 여행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전적 소설을 썼다. 그와 함께 여행했던 친구들 중에는 나머지 두 사람 앨런 긴즈버그와 윌리엄 S. 버로스도 있었다. 케루악는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얼터 에고(Altar Ego)인 ‘샐 파라다이스’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여행 중 함께 했던 인물들을 별칭으로 내세운 소설 <On the Road>(1957)을 냈다. 샐 파라다이스가 컬럼비아대에서 덴버에서 온 ‘딘 모리어티’을 만나며 소설이 시작되며, 이는 케루악의 여행의 동반자였던 닐 캐서디(Neal Cassady)를 바탕으로 하였다. 기존의 틀을 깨고 자유로운 문체로 유명했던 <On the Road>는 평단의 찬사의 대상이 되었고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바이블로 부상했다. 후세의 작가들은 물론, 밥 딜런, 밴 모리슨, 데이비드 보위 등 많은 창작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영화 <온 더 로드>(2012) 예고편

잭 케루악은 자신의 책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출간 직후 명배우 마론 브란도(Marlon Brando)에게 자신의 상대인 ‘딘 모리어티’ 역을 맡아 달라는 제안 편지를 보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훌쩍 지나 작가가 사망(1969)한 이후에, 영화 판권을 인수한 사람은 다름 아닌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었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업이나 ‘딘’과 ‘샐’ 역의 캐스팅이 여의치 않으면서 또 다시 20여 년을 허비했다. 결국 유사한 로드무비 장르인 <모터사이클 다이어리>(2004)을 감독했던 월터 살레스(Walter Salles)가 적임자로 부상되었고, 두 주인공 역에 샘 라일리(Sam Riley)와 개릿 헤들런드(Garrett Hedlund)가 낙점되었다. 출간 후 50여 년이 지나서야 우여곡절 끝에 영화로 겨우 제작되었지만 상업적으로 실패하였고, 개릿 헤들런드의 ‘딘’ 연기만이 찬사의 대상이 되었다. 작가의 ‘비트’ 열정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킬 유어 달링>(2013)

‘Kill Your Darlings’는 글을 쓸 때 작가의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라는 문학 용어로, 1940년대 절정을 이루었던 비트 세대의 기행 중 가장 유명했던 사건의 영화 제목으로 인용되었다. 이 영화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시인 앨런 긴즈버그, <On the Road>의 작가 잭 케루악, <Junkie>의 작가 윌리엄 S. 버로우즈 3명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하며, 그리고 살인 사건의 당사자 루시앙 카(Lucien Carr) 등 비트 세대의 주역들의 젊은 시절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루시앙은 1944년 8월 13일 자신을 지난 5년 동안이나 성적으로 지배하고 스토킹하던 14년 연상의 데이빗 캄머러(David Kammerer)를 리버사이드 공원에서 살해하고 다음 날 자수하였는데, 이 사건의 실체가 영화 후반부에 세세하게 묘사되었다.

영화 <킬 유어 달링>(2013) 예고편

당시 루시앙은 뉴 비전(New Vision)이라는 문학 서클을 주도하면서 비트 세대의 뮤즈로 추앙되던 캠퍼스 스타였다. 영화에서 루시앙을 연기한 배우는 데인 드한, 그리고 앨런 긴즈버그를 막 <해리포터>에서 벗어난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연기했고, 윌리엄 S. 버로스와 잭 케루악을 각각 벤 포스터와 잭 휴스턴이 맡았다. 당시 이 사건은 동성애자의 일방적인 구애에 대한 불가피한 반격, 소위 명예살인(Honor Slaying)이라는 동정 여론이 일면서 살인자는 단 2년의 실형을 살고 출소한다. 작가로 성공한 ‘비트’ 동료들과는 달리 루시앙은 출소 후 언론사의 편집자로 일하며 언론에 드러나는 것을 회피하여, 그가 2010년에 생을 마치고 나서야 당시 사건에 관한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모두 영화의 묘사에 불만을 표하였으며, 영화에 대하 호평과 수상 실적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성적은 실패에 그쳤다.

살인 사건을 보도한 당시 뉴욕타임스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