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玆’나 ‘Fazi’라고 쓰는 밴드로 ‘파지’가 아니라 ‘파즈’라고 읽는다. 초기에는 ‘Fuzz’라고 쓰기도 했으니 말 그대로 퍼지(fuzzy)하고 노이지(noisy)한 사운드에 잘 어울린다. 스스로 포스트 펑크를 한다고 소개하는 밴드고, 중국 서북부 섬서성의 대도시 시안(西安)에 살고 있다. 오래 전 장안(長安)이라고 불렸던 곳, 진나라, 한나라, 당나라 등 제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왼쪽부터 보양(铂洋, 드럼), 자쉬앤(嘉轩, 베이스), 마청(马成, 기타), 류펑(刘鹏, 보컬/신시사이저). 류펑과 보양은 2010년 밴드 결성 때, 자쉬앤은 2015년, 마청은 2018년 각각 가입했다. 작년부터 기타와 신시사이저를 맡은 리총(李翀)이 합류하여 5인조가 되었다.

파즈의 류펑(刘鹏)을 처음 만난 것은 2019년 가을 망원동의 펑크 클럽 샤프(Sharp)에서 공연을 했을 때다. ‘중국의 3호선 버터플라이’라고 할 수 있는 PK14의 양하이송(杨海崧)이 2집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았다고 해서 초기 앨범에서 몇 곡을 들어 봤지만, 당시에는 수많은 펑크 혹은 포스트펑크 밴드 중 하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날 라이브에서 들은 음악은 스타일도 사운드도 내가 들었던 레코딩과 달랐고, 훨씬 좋았다. 그들이 가지고 온 바이닐을 모두 구매했다. 밴드캠프(Bandcamp)에 한 서양인이 이들 데뷔 앨범에 대해 “이 음반은 라이브 음악의 도취감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다.”라고 쓴 걸 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티켓 수입이 없을 테니 오늘밤 밥값이나 술값에 보태라.’는 심리가 있었을까? 미국과 유럽에 투어도 다녀온 밴드에 그럴 필요는 없었을 텐데 오버했다.

2019년 9월 망원동의 펑크 클럽 샤프에서 데드 버튼스와 합동 공연 DIY 포스터

류펑은 영어를 꽤 잘 해서 당시 연락처를 주고받고 이따금 연락했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연락이 뜸해졌다. 1년 전쯤 정규 5집 앨범 <Folding Story/折叠故事>가 발표되었다는 소식이 밴드캠프(bandcamp)에 공지됐다. 그날 구매한 4집 <Dead Sea/四海>(2018)는 ‘매우 실험적이지만 자주 듣지 않는’ 앨범이 되었지만, 5집은 실험적이면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했다. 그래서 다시 연락을 취하게 되었다. 이럴 때 신보 발표란 멀리서 온 편지와 같다.

지난 7월 이들이 연주하는 홍콩의 이어허브(EarHub) 페스티벌에 운 좋게 방문할 기회가 생겼고, 내친 김에 온주의 <시후(西湖) 록 페스티벌>도 찾아갈 계획을 세웠는데 이들은 거기서도 연주했다. 아주 대중적인 음악이 아닌데도 두 곳에서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연으로 잔다리 페스타(10월 7일)와 부산 록 페스티벌(10월 8일)의 무대에 서게 되었다. 차제에 한국에 오기 전 싱가포르를 먼저 찍고, 시안에 돌아가기 전 대만을 찍는 아시아 투어를 한다고 한다. 이 기회를 이용해 인터뷰를 청했다.

길고 장황한 질문에 류펑은 또렷하지만 명확하게 답했다. 그가 남긴 말 가운데 인상적인 말은 ‘현장정신’이었다. 사실 ‘정신’이라는 말은 요즘 부담스러운 말이 되었다. 그렇지만 차근차근 들으니 그게 뭔지 알 것 같다. 정리는 인터뷰 뒤에 하기로 하고 그의 말을 들어 보자.

* 중국의 록이나 인디 음악은 악곡이나 음반의 이름을 스스로 영문으로 번역한다. 그래서 표기는 ‘English/中文’으로 했다. 한글 발음이나 번역을 적으면 너무 길어져서 읽기 거추장스러우니 생략한다. 단, 사람이나 밴드의 이름은 ‘한글(中文)’로 썼다.
파즈의 2023년 10월 아시아 투어. 싱가포르(6일, 베이비츠 페스티벌), 서울(7일, 잔다리 페스타), 부산(8일, 부산 록 페스티벌), 타이페이(10일, 레거시)를 바쁘게 돈다.

 

1. 밴드/정비

Q 포스트펑크 장르를 직선적으로 추구했던 1집 <Running Horse/谁会做奔跑的马>(2013)를 발표한 지 10년이 되었네요. 밴드의 현재 라인업이 예전 라인업과 달라졌다면 언제 그랬고 이유는 무엇인지를 가볍게 이야기하는 걸로 시작할까요?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어떤 단계라고 보나요? 그나저나 새로운 기타 연주자 마청(马成)은 아주 젊어 보이네요. 어떤 밴드를 깨고 데리고 왔나요? (웃음)

류펑 지난 10여 년 동안 멤버들이 바뀌어 왔죠. 몇 명의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함께 음악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음악을 향한 애정과 더 좋은 창작물에 대한 욕망으로 지금의 멤버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된 것이죠. 멤버들이 바뀐 것은 음악적 이상의 차이 때문인데, 지금 라인업은 모든 면에서 아주 안정적입니다. 마청이 제일 젊은 건 맞습니다. 그는 시안에서 자랐지만 베이징에 가서 베이징 미디 음악학교(The Beijing Midi School of Music/北京迷笛音乐学校)를 졸업하고 2019년에 시안으로 돌아왔어요. 그가 했던 밴드가 깨진 것은 맞는데 파즈에 가입하려고 그런 건 아닙니다. 하하.

류펑의 공연 장면 © Ahsan Lin

 

2. 작업/협업

Q 밴드가 함께 음악을 어떻게 만드나요? 2020년대 이후 시그니처 곡이 된 듯한 ‘Eye in the Sky/带上我的眼睛’, ‘Body·Mind·Soul/身体与想象的距离’, ‘Falcon/隼’ 등은 베이스 리프가 먼저, 드럼 비트가 다음에 각각 등장하고, 그 뒤 기타와 신시사이저가 미니멀하게 음향을 쌓습니다. 음악을 만들 때는 각 멤버가 자기 역할을 맡아서 하나요? 리더인 류펑이 분배해 주는 편인가요? 이렇게 물어보는 이유는 <Dead Sea/四海>(2018)를 들었을 때는 “전자음악 밴드로 변모하나?”라고 쓸데없이 걱정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 곡들을 듣고는 파즈가 밴드로 돌아왔다고 생각했어요.

류펑 우리는 ‘밴드 멤버 모두’ 함께 창작합니다. 아무도 확신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때는 제가 악절(段落)을 분배해 주기는 합니다. <Dead Sea>는 즉흥 연주를 했던 음반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음반이죠. (파즈 멤버들 이외에) 다른 밴드의 많은 음악가가 참여했어요. 왕원(惘闻)의 셰위강(谢玉岗), 위치 파크(Which Park)의 왕야난(王亞南), 화이트 튤립스(The White Tulips)의 천전차오(陳振超), D.O.C.의 장하오(姜浩) 등입니다.

* 왕원, 위치 파크, D.O.C.는 랴오닝의 다롄(大連), 화이트 튤립스는 복건의 샤먼(廈門)에서 활동하는 밴드다. 21세기 이후 중국의 록과 인디 음악이 ‘베이징으로 가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그러기에는 중국이 너무 크다.
5집 정규 앨범 <Folding Story/折叠故事>(왼쪽)과 EP <Invisible Water/假水]>

 

3. 장르/스타일

Q <Folding Story/折叠故事>의 사운드는 전반적으로 ‘아메리카적’이라기보다는 ‘유럽적’으로 들리고, ‘영국적’이라기보다는 ‘독일적’으로 들려요. ‘Way to Atman/灯塔’ 같은 곡은 특별히 더 그렇게 들립니다. 이런 표현이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알 거예요. 이와 관련해서 밴드캠프(bandcamp)의 소개에는 이 앨범의 장르나 스타일이 “이전의 포스트펑크 스타일에 싸이키델릭 요소를 병합했다.”라고 써 있는데 여기서 ‘사이키델릭’의 의미도 부연해주면 좋겠습니다.

류펑 포스트펑크는 우리의 내핵(內核)이고 항상 변하기는 하지만 우리 피 속에 흐르는 것이죠. 사이키델릭이란 바로 독일 음악의 영향을 말한 것입니다. 사실 <Folding Story>는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독일적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독일 밴드들을 많이 듣는 것은 사실이고 우리가 좋아하는 밴드들도 독일 음악의 영향이 있어요. 네, 말한 게 맞습니다. 우리는 크라우트록(Krautrock)을 애정합니다. 사실 우리는 음악 스타일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을 쓰지는 않습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하드코어한 곡들을 쓸 계획이 있습니다.

* <Folding Story/折叠故事>는 개별 곡의 뮤직 비디오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의 음악을 비디오(동영상)로 만들었고 스스로 ‘앨범 영화(album film)’라고 부른다. 촬영지는 감숙성(甘肃省)의 위먼(玉门)이라는 도시(마을)인데 유정(油井)이 나와서 개발되었다가 점차 폐쇄된 뒤 고스트 타운이 된 곳이다. 이곳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발굴하는 서사를 영상에 담았다. 참고로 위먼은 만리장성 서쪽 끝의 관문인 옥문관(玉门关)의 ‘옥문’을 말한다.

 

4. 악곡/기악

Q 노래(악곡)가 ‘버스-코러스’ 혹은 ‘버스-프리코러스(pre-chouse)-코러스’와 같은 일반적인 형식을 따르기는 하지만, 코러스라고 해서 딱히 훅이 있거나 캐치(catchy)하지는 않아요. 보컬이 노래를 한다기보다 웅얼거릴 때도 있고, 보컬(성악)보다는 인스트루멘털(기악)이 더 인상적일 때도 있는데 제 말이 맞나요? 이걸 저 같은 평론가들은 ‘관습적인 팝에 반대하는 미학’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데 말이 될까요?

류펑 앞의 말은 맞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지은 곡들에서는 인스트루멘털(기악) 파트를 더 강조하고 싶었고, 보컬(성악)은 보조적 사운드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서는 빼어난 멜로디를 가진 곡들을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뒤의 말에 대해서는 딱히 그런 미학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듭니다. 부동(不同)의 시간, 부동의 상태가 있고, 음악이란 그것을 기록하는 수단입니다.

리총의 공연 장면 © 黑脸

 

5. 가사/영상

Q <Folding Story/折叠故事>에 관해 한 인터뷰에서 앨범의 타이틀곡은 처음에 “2분의 1의 인생”이라고 지었다고 말했습니다. 내 생각으로 류펑의 나이라면 반생을 생각할 때이기는 합니다 (웃음). 그런데 가사를 직접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사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대략 말해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내게는 홍콩 이어허브(Earhub)와 온주 시후 록 공연에서 첫 곡인 ‘Falcon/隼’이 아무래도 인상적이었어요. ‘매’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공연 때 나오는 동영상에는 붉은 화면에서 사람들이 집단으로 노를 젓는 모습이 나오고, “내 몸을 네 몸처럼 다뤄/내 상상을 네 상상으로 전환시켜”라고 소리칩니다. 멋진데 추상적입니다.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류펑 <Folding Story/折叠故事>의 가사들은 평범한 사람의 경험과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사람이 직면해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들만의 ‘아트만’(Atman), 힌두교에서 말하는 ‘범’(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앨범 전체 수록곡들의 가사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Falcon/隼’에서 ‘송골매’는 ‘정의’를 상징합니다. 이 곡은 에너지의 전달에 대해 노래한 것입니다. 일종의 전투가(戰鬪歌)죠. 이 곡을 연주할 때 나는 청중과 상호작용을 하려고 합니다.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드래곤 볼>에서 ‘원기탄’(元气弹)(조기탄(繰気弾)의 중국식 표현) 같은 곡입니다.

 

6. 작업실/스튜디오

Q 2020년 초 제가 방문했던 아파트 지하실에서 성내(城內)의 톈슈징(甜水井) 지역으로 스튜디오를 이사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EP <Invisible Water/假水>에 이 지역을 제목으로 한 곡도 하나 있더군요. 그 스튜디오에서 레코딩 작업이 대부분 이루어지나요, 아니면 정규 스튜디오를 이용하나요? 앨범 크레딧에 나오는 인물들과 장소들인 덩청롱(Deng Chenglong, 작곡/프로듀싱), 봐우테르 블래밍크 (Wouter Vlaeminck, 마스터링), 왕웬 스튜디오(WangWen Studio), 바이화 스튜디오(BaiHua Studio)에 대해서도 말해 주세요.

류펑 새로 이사한 곳도 평범한 작업실(rehearsal room)이고 비싼 데는 아니에요. 우리는 지금도 이상적인 스튜디오를 찾고 있고, 돈을 벌게 되면 그렇게 음악에 투자할 겁니다. 드럼 파트는 베이징의 바이화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나머지는 다롄의 왕원 스튜디오에서 레코딩했습니다. 덩청롱은 중국에서는 아주 훌륭한 튜너(tuner)이자 믹서(mixer)입니다. 싱글 하나에서 함께 작업한 이후로 그에게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맡기기로 결정했어요. 사실 최근 몇 개의 음반들을 상이한 프로듀서들과 작업하면서 사운드 프로듀싱에 가능성이 얼마나 더 있을지 지켜보는 과정이 있었어요. 봐우테르 블래밍크는 벨기에인이고 우리는 그가 마스터링한 사운드를 정말 좋아했어요. 최근 그는 (미국의 포스트록, 매쓰록 밴드인) 토오터스(Tortoise)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마청의 공연 장면 © Ahsan Lin

 

Q 양하이송이 프로듀서를 맡은 적이 있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류펑 양하이송은 우리를 많이 도와주었고 항상 좋은 친구로 지냅니다. 앞서 말한대로 우리는 상이한 프로듀서들과 합작하고 싶어 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변하고 있으니까요.

 

7. 장소/시안

Q 시안의 인디 음악 혹은 밴드 음악에 대해서는 파즈보다 선배로 록과 랩을 섞은 블랙헤드(Blackhead/黑撒乐队), 후배로 슈게이징/이모 밴드인 바이바이(Endless White/百白)가 제 귀에 잡혔습니다. 각각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더군요. 당신(류펑)이 도시에서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냈고 프로페셔널 음악인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짧게 듣고 싶습니다.

류펑 모든 장소는 그곳 나름의 음악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다 보니 시안에 존재하고 있는 거죠. 중학교에 다닐 때는 화얼밴드(花兒樂隊, Flowers)나 신쿠즈(新褲子, New Pants) 같은 중국 밴드를 주로 들었습니다. 카세트와 CD 등을 통해 음악을 듣고 잡지를 읽고 정보를 얻을 때였고 아직은 온라인으로 음악을 들을 채널은 없었죠. 그러다가 곧 서양의 록 음악을 접하게 되었죠.

노력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헌신적으로 일을 하면 보상받게 되어 있다는 점을 나는 항상 믿습니다. 우리가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우리는 계속 학습하고, 창작하고, 사유하고, 계속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보양의 공연 장면 © Ahsan Lin

 

8. 아시아/세대

Q 청소년기에 아시아 음악도 접했나요? 꼭 음악이 아니라 중국에서 일본의 팝 문화의 영향이 가장 강한 세대가 1980년대생, 이른바 바링허우(八零后)라는 말을 들었고, 류펑도 일본 만화인 <드래곤볼>을 자연스레 언급하네요. 그걸 소비하면서 무엇을 얻었던 것일까요? 1990년대생, 이른바 주링허우(九零后) 중국의 인디 밴드들 경우. 특히 남방의 밴드들 경우에는 ‘일본풍’ 혹은 ‘대만풍’ 밴드들이 종종 들립니다. 이런 경향에 대해서도 견해가 있을까요?

류펑 10대 시절에는 중국 밴드를 듣다가 서양 밴드를 들었으니 아시아 음악을 오래 들었던 이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네요. 아마 2~3년 정도일 겁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시아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그때 일본 문화를 소비하면서 중국 외부의 세계와 문화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생 밴드들의 경향에 대해서는 내가 특별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모든 시대는 각 특징을 갖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단지 자기 자신에 초점을 맞출 필요성을 느낄 뿐입니다.

2018년 미국 투어 중 뉴욕 맨해튼에서

 

9. 비즈니스/투어

Q 2019년 한국에도 오고 그 해 유럽 투어와 2018년 미국 투어를 했을 때는 메이비 마스에서 매니지먼트를 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회사가 맡았네요. 이번 여름에 시후 록 페스티벌과 (홍수로 취소되었지만) 텐무(天漠) 페스티벌에 초대되었고 일본 투어도 했습니다. 파즈와 비슷한 세대인 차이니스 풋볼(Chinese Football)이 일본과 유럽을 투어했다는 걸 류펑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밴드마다 레이블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파즈는 현재 순회공연(투어) 스케쥴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실례가 안 되면 이제 파즈는 레코딩과 투어로 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단계에 접어든 건지도 물어봅니다.

류펑 이전에는 메이비 마스가 파즈의 음반을 배급했습니다. 그 뒤로 우리가 음반의 저작권을 직접 갖고 싶어서 2년 동안 우리 스스로 독립적으로 경영을 했어요. 그렇게 전개해 오다가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회사인 스페이스 서클 음악/트리 엔터테인먼트(Space Circle Music/Tree Entertainment)와 협력을 시작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스페이스 서클 뮤직은 항저우(杭州)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는 어디서 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인터넷 시대라서 도시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전문적인 기획력과 실행력이죠.

음반 발매와 순회 공연(투어)이라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일은 1년 먼저 준비합니다. 해외 투어 기회에 대해서는 유연하고 낙관적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좋은 음악 페스티벌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그곳 주변의 투어를 기획하는 식이죠. 이번 10월의 ‘아시아 투어’가 그렇게 기획한 경우죠. 한편 우리에게 국내 이벤트인 중국의 음악 페스티벌 공연의 경우는 통상 3개월 이전에 확약(컨펌)됩니다. 우리의 소득이 안정적인 것은 물론이고, 그 소득으로 음악 만드는 일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올해 7월 홍콩의 <Earhub Festival>의 한 이벤트인 <All Ears Asia> (2023.7.2)과 일본에서 도미니코(Dominico)와의 합동 공연 <Big Romatic Live> (2023.7.25.)
한국에 오기 전 싱가포르 베이비츠 페스티벌 공연(왼쪽)과 타이페이 레거시 공연(오른쪽) 포스터. 한국 페스티벌에 초대받은 뒤 아시아 투어로 발전했다.

 

10. 사회/정치

1) 중국 사회는 지난 30-40년 동안 변화가 많았고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당신의 음악은 중국 사회의 어떤 면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면 좋을까요?

2) 동아시아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면 서로 쉽게 친해지면서도 국가 간에는 ‘불필요한’ 긴장이 많습니다. 음악이 이걸 개선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류펑 1) 우리가 사회에서 보는 모든 불공정한 것들이 우리 음악에 표현됩니다. 이건 분노는 아닙니다. 이건 우리의 책임입니다.

2) 음악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아직 못 봤네요. 내 생각에 록 음악은 20세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 들었고 비틀스, 롤링 스톤스, 너바나, AC/DC 같은 진짜 록 스타는 이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쉬앤의 공연 장면 © Ahsan Lin

 

11. 한국/거리

Q 파즈의 음악은 홍콩과 대만은 물론이고 일본, 북미, 유럽에 비해 한국에 덜 알려진 것 같습니다. 일단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들을 수가 없고요.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신의 음악을 한국 팬들에게 어필하고 싶다면 어떤 면을 강조하고 싶나요? 또한 한국 밴드들 가운데 이미 들어 보았거나 차후 협력하고 싶은 밴드들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그걸 지금 당장 할 수 없다면 장애물이 무엇이라고 느끼나요?

류펑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들의 ‘현장정신(現場精神)’입니다. (협력하고 싶은) 한국 밴드로는 데드 버튼스와 잠비나이입니다. 거리가 멀다는 게 문제네요. 이디오테잎도 수년 년 전부터 들어 봤습니다.

2019년 유럽 투어 중 프랑스에서

 

12. 마무리

Q 수고 많았습니다! 마무리로 한국에서 연주할 세트리스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고 한국 팬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구매할 게 있으면 지갑을 열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하하.

류펑 <잔다리 페스타>와 <부산 록 페스티벌> 모두 일곱 곡을 연주할 거고 2018년부터 2022년 사이에 만든 곡들입니다. (2019년에 발표한) ‘Mountain of Time/时间隧道’은 새롭게 편곡한 걸 현장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바이닐, CD, 카세트 테이프를 가져갈 거고, 사인회와 촬영회도 가질 예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페스티벌 측에서 안배해 줄 겁니다.

 

덧붙여

시안은 과거에는 ‘장안의 멋쟁이들’이 모여든 곳이었다지만 인디 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중국이 한국이라면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서 음악을 해 왔다는 뜻이다. 그때 서두에서 언급한 양하이송이 파즈를 처음 만났을 때 회고한 말이 떠올랐다. “시안의 씬은 조그많고, 아무도 그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다섯 명의 친구 정도를 빼고는 그들을 지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밀고 나갔다”는 말이다. (링크)

그가 말한 ‘현장 정신’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지역’에서 밴드를 만들고 음악을 레코딩하는 일을 꾸준히 한 뒤 라이브 공연의 ‘현장’을 전국적으로, 국제적으로 서서히 넓히는 고전적 방식을 취한 것이다. 2020년과 2023년 중국 투어(巡演) 포스터를 보니 현장의 범위가 한국보다 50배는 커 보여서 문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 같기는 하다. 그런데 한국 밴드들도 이 ‘시장’을 부분적으로 공유할 수는 없을까? 여기는 남의 나라라고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너무 가깝다. 일본이나 대만 밴드는 이미 그러고 있다.

이 인터뷰가 그 가능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불행히도 올해 여름 홍콩의 이어허브 페스티벌과 온주의 시후 록 페스티벌에서 일본과 대만 밴드들은 꽤 초청받았어도 한국 밴드는 거의 없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DMZ피스트레인에서는 일본, 대만, 태국 밴드들이 무대에 섰어도 중국 밴드는 없었다. 중국의 코리아 패싱과 한국의 차이나 패싱 때문일까? 기획자들이 패싱하려고 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라고 들었다. 이유는 뻔하다.

그렇다면 거추장스럽더라도 서로 손을 조금 더 가까이 내밀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색하더라도, 뻘쭘하더라도.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혹은 다른 나라)이 싫다는 사람은 그러라고 놓아 두고, 취향과 감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는 국경 따위는 잊어버리고 함께 음악 듣고 노는 일을 계속 해야 한다.

2020년 (왼쪽) 및 2023년(오른쪽) 중국 혹은 전국 투어(巡演) 포스터. 2020년은 14회, 2022년은 10회 공연을 기획했다. 2020년은 상당 수 공연이 취소되었다.

 

인터뷰 신현준

중재, 중문번역 순이(sun Yi, 孙怡)

사진, 중문번역 펑한(Zoe Feng, 冯浛)

 

파즈(Fazi) 페이스북

류펑(刘鹏) 페이스북

파즈(Fazi) 인스타그램

파즈(Fazi) 잔다리 페스타 소개

 

Writer

대중음악 연구자, 성공회대학교 교수
hyunjoon.sh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