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장에 <바벤하이머>(바비+오펜하이머)의 돌풍이 거세다. 북미 시장에서 올해 7월 21일 같은 날에 개봉한 두 편의 기대작이 한달도 지나지 않아, <바비>는 10억 달러, <오펜하이머>는 5억 달러를 빠르게 넘어섰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역사 사실에 바탕을 둔 전기 영화로, 부모가 동반하지 않으면 청소년관람불가영화(R-rated)인데다 러닝타임 세 시간이라 지루할 수도 있지만, 놀라운 기록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전기 영화는 실존했던 인물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어 사실 관계에 관한 논란이 생길 수 있으며, 실존 인물을 닮거나 그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야 하는 등 제약 요소도 상당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자신의 첫 전기영화에서 원자폭탄의 개발 주역이던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American Prometheus>(2005)를 바탕으로 직접 각색했고, 킬리언 머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디테일을 완성했다.

영화 <오펜하이머>(2023) 예고편

이제 영화 <오펜하이머>는 역대 박스오피스 성적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전기 영화인 <킹스 스피치>(2010)의 4.3억 달러와 <쉰들러 리스트>(1993)의 3.2억 달러를 가뿐히 넘어섰으니, 앞으로 흥행을 지속하여 최고의 전기영화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는 북미 시장보다 3주나 늦은 8월 15일에 개봉했으며, 원자폭탄의 피해국인 일본에서는 아직 개봉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 어떤 영화들이 역대 최고의 전기 영화에 올라와 있는지 살펴보았다.

 

전기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3위,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미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씰(Navy Seal)의 저격수 크리스 카일(Chris Kyle)의 자서전 <American Sniper>(2012)를 바탕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영화로 제작했다. 크리스 카일은 명예 제대 후 사설 훈련소를 운영하다가 자신의 참전 경험을 담은 이 책으로 37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지만 영화가 완성되기 전인 2013년 2월, 텍사스의 실탄 사격장에 갔다가 함께 갔던 동료의 총격으로 38세의 이른 나이에 사망하였다. 처음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 제작에 나섰으나 영화사와의 이견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대타로 나섰고, 결과적으로 그의 최고 흥행영화가 되었다. 원작자의 사망 후 개봉된 영화는 5억 5천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었고, 기존의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의 다섯 배를 훌쩍 뛰어넘은 최고의 스나이퍼 영화가 되었다. 주인공 크리스 카일 역은 브래들리 쿠퍼가 맡았다.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예고편

 

 

전기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2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이라 부르는 그리스도 예수의 마지막 12시간을 그린 영화로, 멜 깁슨 감독이 성서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최고의 종교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반-유대인(Antisemitism) 정서를 부추기고 폭력적인 묘사가 과도하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원래 제목을 간결하게 <The Passion>로 지으려 했으나, 다른 영화사가 사전에 등록하여 어쩔 수 없이 고쳐야 했다. 이탈리아에서 현지 촬영하였으며 조나단 모리스 등 종교 전문가들이 촬영 현장을 방문하여 디테일에 관한 조언을 하였다. 예수에 관한 영화는 그동안 많이 나왔으나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았고 이 영화 역시 로튼토마토 평가 역시 49%에 불과했지만, 박스오피스 성적은 6억 달러를 넘어서는 대성공이었다. 현재 예수를 연기했던 배우 짐 커비즐(Jim Caviezel)과 멜 깁슨 감독은 후속 영화를 기획하고 있으며, 예수의 재림을 주요 내용으로 2부작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예고편

 

전기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1위, <보헤미안 랩소디>(2018)

영국의 전설적 록 밴드 퀸(Queen)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사망한 지 20여 년이 흐른 2010년부터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전기 영화를 구상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가 그를 연기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샤 바론 코헨(Sacha Baron Cohen), 다음에는 벤 위쇼(Ben Whishaw)를 거쳐, 2017년이 되어서야 배우 레이미 말렉(Rami Malek)와 브라이언 싱어(Bryan Singer) 감독이 확정되었다. 중도에 싱어 감독이 하차하자 최종적으로 덱스터 플레처 감독이 나머지 3분의 1의 촬영을 마무리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영화의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옛 히트곡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9억 1,000만 달러에 이르는 수입을 올렸으며, 아카데미 4관왕과 함께 역대 최고의 전기 영화로 등극하였다. 특히 한국에서 7,700만 달러를 벌어들여 북미 시장 다음의 두 번째 흥행 기록을 세웠다. 브라이언 메이는 현재 후속편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