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 혼영 등 무언가를 혼자 하며 시간 보내는 게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 힘든 시기를 지내면서 이 같은 풍조는 더욱 가속화되어 그 전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전체 가구수의 30% 이상이 1인 가구라 할 정도가 되어, 주택, 식품, 소형 가전 분야에서 혼자 사는 싱글족을 겨냥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다만 외부와의 대화가 줄어들고 소통이 단절될 때 거기서 오는 외로움과 공허함은 어쩔 수 없을까? 홀로 살아가는 외로운 인생 이야기를 담아 호평을 받은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2003)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신예 감독에게 아카데미 각본상과 골든글러브 3관왕을 안겼다. 감독이 일본에 잠시 머물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에 대한 불안과 소외감을 안고 살아가던 두 사람이 이국적인 문화 환경의 일본에서 우연히 만나 정서적인 교감을 갖게 되는 이야기다. 당시 50대의 중년 배우 빌 머리(Bill Murray)는 20대의 신예 감독에게 ‘보스’라 부르면서 두 사람의 첫 페르소나 프로젝트가 되었다. 소수의 스태프와 캐스팅 그리고 즉흥적인 촬영 방식으로 제작비 400만 달러만 들였으나, 극장에서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였다. 하지만 일본이나 아시아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만들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예고편

 

<토니 타키타니>(2003)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에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 이 두 가지 조합만으로 화제를 낳은 일본 영화다. “외로움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다룬 우울한 영화”라는 로튼토마토 평가가 많은 것을 설명한다. 어릴 때부터 외롭게 살아왔고 그렇게 사는 게 익숙한 남자 ‘토니 타키타니’의 고독한 일상을 그린 영화로, 우리나라 개봉 당시 1만 2,000명의 관객으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열광적인 팬들을 가진 컬트 영화로 남았다. CF를 주로 제작한 이치카와 준 감독이 8년 동안 구상하여, 독특한 질감의 실험적 영상으로 표현했다. 푸른색 배경에 검은색 옷을 입은 무표정한 표정의 미야자와 리에의 포스터는 상당히 많이 퍼져 있다.

영화 <토니 타키타니> 예고편

 

<인 디 에어>(Up in the Air, 2009)

작가 월터 컨(Walter Kirn)은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서 영감을 받아 소설 <Up in the Air>(2001)을 썼다. 월터 컨이 만난 남자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해고 통보를 하는 해고 전문가, 즉 다운사이저(Downsizer)였던 것.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은 어린 시절 양로원에 들어가는 할머니를 보먀 ‘사람은 혼자 죽는다’라는 것을 깨닫는다. 빙햄의 유일한 삶의 목표는 1,000만 마일리지를 달성하는 것이다. 영화는 배우들의 수준급 연기와 영화 <주노>(2007)로 호평을 받았던 제이슨 라이트맨(Jason Reitman) 감독의 각색에 높은 평가를 받아 골든글러브 각색상을 받았다. 제작비 2,500만 달러를 들여, 극장에서 1억 6,000만 달러의 높은 성적을 거두고 그 해를 대표하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인 디 에어> 예고편

 

<크리스틴>(2016)

크리스틴 처벅(Christine Chubbuck)은 플로리다의 방송사 기자로 일했던 실존 인물로, 1974년 뉴스 생방송 도중 권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여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29세의 나이였던 그는 우울증과 자살 충동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다. 특히 이성과 사귀고 교감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고민이 컸지만, 그렇게 하리라고는 주위의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 영상은 방송사에서 봉인하고 미디어에서 그에 대해 다루지 않고 금기시했는데, 40여 년이 지나서야 영화 <크리스틴>(2016)와 다큐 영화 <Kate Plays Christine>(2016)가 제작되었다. 최근에 감독으로 데뷔한 영국 배우 레베카 홀(Rebecca Hall)이 주연을 맡아, 시카고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넷플릭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2020)의 안토니오 캄포스 감독 작품이다.

영화 <크리스틴>(2016) 예고편

 

<혼자 사는 사람들>(2021)

소통이나 대화보다 이어폰을 낀 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일하는 것이 편한 홀로족 ‘진아’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담은 독립영화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의 홍성은 감독의 데뷔작으로, 로그라인의 ‘1인분의 외로움’이란 말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집약적으로 설명한다. 이 영화에 출연한 SM 연습생 출신 배우 공승연은 전주 국제영화제와 청룡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로튼토마토 97%의 신선도 지수를 포함하여 언론의 호평을 받았으며,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5월에 개봉하여 1만 2,000명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하면서 선방하였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