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픈 베타를 내놓은 ‘미드저니’(Midjourney)는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오픈 인공지능 영상 생성 프로그램(A.I. Video Generator) 중 하나다. 텍스트로 된 설명문이나 이미지 파일을 삽입하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알아서 유저가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해준다. 이후 이를 활용해서 만들어진 이미지나 영상들이 온라인에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최근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스타일로 만들어진 영화 예고편 패러디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발하고 별난 캐릭터, 대담한 색채의 영상미, 올스타 캐스팅, 좌우 대칭의 화면 등 감독 특유의 영화 기법을 차용하여 ‘만약 그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하는 가정에서 A.I. 프로그램을 실행한 결과물을 올린 것이다. 물론 감독의 외도와 생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패러디물이다.

Curious Refuge의 <Avatar> by Wes Anderson

웨스 앤더슨 패러물은 대부분 짧은 영화 예고편 형식을 띠고 있다.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명배우들, 가령 빌 머리, 티모시 샬라메, 틸다 스윈튼, 스칼렛 요한슨을 A.I. 영상으로 살려낸 것이다. 영상은 등장 인물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 화면으로 표현했고, 감독이 즐겨 사용하는 화려하고 밝은 색감을 보여준다.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유튜버는 여럿 있으나 가장 많은 조회 수를 올리는 곳은 최초의 A.I. 영화 스튜디오를 자처하는 ‘Curious Refuge’다. 이들이 만든 <아바타>, <반지의 제왕>, <스타워스> 패러디 영상은 유튜브에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들의 홈페이지에서는 A.I. 비디오 제작을 가르치는 유료 온라인 강좌를 매달 열고 있다.

Curious Refuge의 <Lord of the Rings> by Wes Anderson

이러한 풍조를 비난하는 기사도 등장했다. 이들 영상은 대가의 스타일을 흉내만 냈을 뿐 진정한 창조 정신과는 거리가 멀기에 콘텐츠로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빌 머레이의 얼굴 모습을 가져와 ‘간달프’의 몸에다 붙인다 한들, 이는 본 영화에서의 간달프의 위상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 또 다른 우려는, 인공지능이 더욱 고도화됨에 따라 인간의 창작에 대한 필요와 가치가 폄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A.I. 패러디에 관한 질문에,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으나, 자신의 향후 작품에 영향을 줄까 봐 전혀 찾아보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Curious Refuge의 <Star Wars> by Wes Ande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