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레이블을 통해 독자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인디 음악’(independent music)으로 출발했지만, 과거의 의미와 상관없이 오늘날 주류와 인디 영역 사이 경계를 오가는 세계적인 밴드들이 있다. 1990년대에는 라디오헤드, 토킹 헤즈, 너바나, 펄 잼 등 포스트 펑크, 그런지를 바탕에 둔 얼터너티브 밴드들이 주류 인기 밴드로 부상했는데, 세기가 바뀐 후에도 이들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은 스쿨 밴드들이 인디 영역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메인스트림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세기가 바뀐 후 결성되어 록 페스티벌과 뮤직 스트림 시장에서 대중들의 눈도장을 받아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진출한 21세기 인기 밴드 다섯을 살펴보았다. 이들 모두 스포티파이 월별 리스너 1,0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The Killers ‘Mr. Brightside’

2001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로, 고향 미국보다 영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었다. 이제까지 일곱 장의 앨범으로 2,800만 장의 음반을 판매하여, 21세기를 대표하는 록 밴드 중 하나로 인정을 받았다. 결성 초기에 데모용으로 만든 트랙들을 모아 발표한 데뷔 앨범 <Hot Fuss>(2004)가 뒤늦게 입소문을 내면서 발매 7개월이 지나 앨범 순위 톱에 올랐고, 무려 173주 동안 앨범 차트에 머물렀다. 이들이 낸 일곱 장의 앨범 모두 영국 앨범 차트에서 톱에 오를 정도로, 영국에서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다. 리드 보컬과 작곡을 맡은 프론트맨 브랜든 플라워스(Brandon Flowers)는 섹시하고 옷 잘입는 가수로 언론에서 인정을 받는다.

 

Arctic Monkeys ‘Do I Wanna Know’

영국 셰필드에서 2002년에 결성된 4인조 밴드로, 데뷔 앨범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2006)과 두 번째 앨범 <Favorite Worst Nightmare>(2007)이 모두 브릿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데뷔 초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다섯 번째 앨범 <AM>(2013)에서 싱글 ‘Do I Wanna Know?’가 영국을 넘어 해외에서 히트하고, 미국에서 앨범 차트 톱에 올라 밴드의 명성을 세계로 확장하였다. 여기에는 리드 보컬을 맡아 대부분 곡을 만드는 알렉스 터너(Alex Turner)의 인기가 한몫 하고 있다. 이제까지 일곱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여, 브릿 어워드 7회 수상과 그래미 후보 6회 선정 등 인디 밴드 중 2000년대 이후 가장 성공한 인디 록 밴드로 평가된다.

 

MGMT ‘Electric Feel’

미국 코네티컷의 웨슬리안 대학에 2002년에 입학한 신입생 친구들이 전설적인 밴드 토킹 헤즈(Talking Heads)을 모델삼아 결성한 사이키델릭 팝 밴드로, 졸업 후 컬럼비아 레코드의 낙점을 받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데뷔 앨범 <Oracular Spectacular>(2007)의 싱글 ‘Kids’와 ‘Electric Feel’이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일찍 궤도에 올라섰다. 이제까지 컬럼비아 레코드와 함께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하여, 그래미어워드에서 한 차례, NME에서 네 차례 수상했다. 2019년에는 메이저 레이블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적인 인디 레이블을 설립하였고, 지난 <Little Dark Age>(2018) 이후 5년 만인 올해 첫 인디 앨범을 낼 예정이다.

 

Florence+The Machine ‘Dog Days Are Over’

2007년 활동을 시작한 영국 밴드로, 클래식을 채용한 바로크 팝(Baroque Pop) 밴드로 불리기도 한다. 틴에이저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보컬리스트 플로렌스 웰치(Florence Welch)와 키보디스트 이사벨라 ‘머신’ 서머즈의 이름에서 밴드 이름을 땄다. 300만 장을 판매한 데뷔 앨범 <Lungs>(2009)와 200만 장을 판매한 두 번째 앨범 <Ceremonials>(2011) 모두 장기간 영국 앨범차트 수위에 올랐고, 세 번째 앨범 <How Big, How Blue, How Beautiful>(2015)는 미국에서도 차트 톱에 오르며 세계적인 밴드로 부상했다. 다섯 번째 앨범 <Dance Fever>(2022)에서 이사벨라 서머즈가 작곡과 투어에서 배제되며, 플로렌스 웰치가 모든 곡을 창작하는 실질적인 원맨 밴드로 변모한 것으로 보인다.

 

Tame Impala ‘Let It Happen’

2007년 호주의 퍼스(Perth)에서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 케빈 파커(Kevin Parker)의 사이키델릭 프로젝트로 시작했으며, 공연에서는 5인조 밴드 구성으로 나선다. 데뷔 앨범 <Innerspeaker>(2010), <Lonerism>(2012), <Currents>(2015), <The Slow Rush>(2020)로 이어지는 네 장의 음반을 냈으며, 네 장 모두 호주를 대표하는 아리아 음악제를 석권하였다. 파커 본인은 자신의 음악이 1960년대의 사이키델릭 록과 1980년대 일렉트로닉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케빈 파커의 목소리는 비틀스의 존 레논을 닮았다는 평가도 있으며, 예수를 닮은 외모와 높은 음악성에 착안하여 ‘Hipster Jesus’라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