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 케셀(Barney Kessel)은 재즈 기타리스트 중에서도 정석에 가까운 정확한 멜로디 선택으로 유명하여, 영화나 TV 배경음악 또는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기타리스트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소위 ‘First Call’ 세션 연주자였다. 오클라호마 출신인 그는 1940년대 초반부터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하여 수많은 뮤지션과 재즈 밴드, 그리고 레코딩 스튜디오의 세션 초빙을 받아 150여 앨범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고, 특히 컬럼비아 영화사와 컨템퍼러리 음반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일했다. 특히 1947년부터 1960년까지 <에스콰이어>, <다운비트>, 그리고 <플레이보이>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잡지에서 선정하는 최고 기타리스트로 수시로 이름을 올렸다.

컨템퍼러리 음반사에서 출반한 <The Poll Winners> 시리즈

재즈가 전성기를 누리던 1940년대, 그는 빌리 홀리데이, 찰리 파커, 레스터 영 같은 당대 최고 스타들의 밴드에 고용된 유일한 백인 연주자로 재즈 팬들의 뇌리에 깊이 남았다. 1950년대 들어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멤버로 잠깐 있다가,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산실 컨템퍼러리 레코즈(Contemporary Records)로 이적하여 베이시스트 레이 브라운(Ray Brown), 드러머 셸리 맨(Shelly Manne)과 함께 트리오 형식으로 일련의 스탠더드 앨범을 남겼다. 당시 세 사람은 다운비트, 메트로놈, 플레이보이 등 재즈 장르를 대표하는 전문가 투표 순위에서 각자 톱을 차지하여, 이 슈퍼 트리오를 ‘폴 위너스’(The Poll Winners)라 불렀다.

 

<The Poll Winners>(1957)

 

<The Poll Winners Rides Again>(1958)

‘폴 위너스’는 1957년부터 4년 동안 매년 앨범을 냈고, 네 번째 앨범을 출반한지 15년이 지난 1975년 다시 만나 시리즈 마지막이 된 다섯 번째 앨범을 냈다. 다섯 장 모두 당대를 대표하는 세션 뮤지션 셋이 연주한 재즈 스탠더드를 담고 있어, 재즈 기타 트리오 분야의 클래식으로 평가된다. 이 다섯 장의 음반은 재즈 콜렉터의 아이템 중 하나로 손꼽히며, 2021년에는 컨템퍼러리 설립 70주년 기념 음반으로 1957년의 첫 번째 앨범이 재발매해 더욱 재즈 콜렉터들의 구미를 당기는 앨범이 되었다.

 

<Poll Winners Three!>(1959)

 

<Exploring the Scene!>(1960)

앨범 <Exploring the Scene!> 중 ‘Misty’

당시 재즈 피아노 트리오 형식은 흔했지만, 기타리스트가 리드하는 트리오는 흔치 않았다. 첫 앨범 <The Poll Winners>(1957)가 정규 앨범 형식으로 녹음된 최초의 재즈 기타 트리오라 할 수 있다. 컨템퍼러리 레코드의 뒤를 이어, 리버사이드(Riverside) 레코드가 1959년이 되어서 찰리 버드(Charlie Byrd)와 웨스 몽고메리를 불러 재즈 트리오 형식으로 녹음한 걸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재즈 기타 트리오 형식을 시도한 것은 컨템퍼러리 레코드를 창업한 프로듀서 레스터 코에닉(Lester Koenig)에게 공을 돌려도 무방할 것이다. <The Poll Winners> 시리즈는 재즈 기타 트리오라는 새로운 포맷을 정착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명반이라 할 수 있다.

 

<The Poll Winners: Straight Ahead with Ray Brown, Shelly Manne>(1975)

앨범 <Straight Ahead> 중 ‘Carav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