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있는 영화 제작사 인근의 ‘클로버필드’ 거리 표지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제작한 괴수 영화 <클로버필드>(2008)가 세상에 나왔을 때, 이 영화가 프랜차이즈로 발전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클로버필드’(Cloverfield)라는 제목도 J. J. 에이브럼스가 설립한 영화사 ‘배드 로봇 프로덕션’(Bad Robot Production)이 있는 지명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8년이나 지난 후 유사한 제목의 <클로버필드 10번지>(2016)가 나왔을 때도, 전작과 스토리의 유사성이나 관련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2년이 지나 우주 재난 영화 <클로버필드 패러독스>(2018)가 나오면서 ‘클로버필드 3부작’(Cloverfield Triology)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프랜차이즈 영화라 부르기에는 어색했다. 이 세 편이 동일한 세계관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 조금씩 힘을 받으면서, 이제 네 번째 프랜차이즈 영화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느슨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역사로 들어가 보았다.

 

특이한 괴수 영화 <클로버필드>(2008)

할리우드의 베테랑 프로듀서 J. J. 에이브럼스(J. J. Abrams)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 3>(2006)의 홍보를 위해 일본에 갔을 때 ‘클로버필드’ 프로젝트가 첫 시동을 걸었다. 그는 이곳에서 어린 아들과 함께 선물 상점에 들렸다가, 수많은 괴수 피규어를 접하고 영감을 받았다. 일본 괴수 ‘고질라’에는 미국의 킹콩이 채워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제작사 배드 로봇 프로덕션(Bad Robot Production)에서 괴수 영화 기획을 시작하였다. 다만 흥행 여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화려한 CG의 블록버스터 대신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방식의 독특한 영화로 만들었다. 기획 단계에서 영화사 인근 지명인 클로버필드(Cloverfield)를 프로젝트 이름으로 썼는데, 몇 차례 다른 후보 제목이 거론되었다가 결국 원래의 프로젝트명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축구장 크기의 괴수 이름도 자연히 ‘클로버’가 되었다. 제작비 2,5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클로버필드>는, 예상 밖으로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여 1억 7,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흥행 영화로 도약했다.

영화 <클로버필드>(2008) 예고편

 

엉뚱한 후속작 <클로버필드 10번지>

이 영화는 외계인의 습격과 이에 따른 대기 오염을 피해 깊은 지하 벙커에 숨은 사람들의 긴장과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원래 이 영화는 외계 괴수와는 관계없이 <The Cellar>(지하실)라는 시나리오 공모작에 기반을 두었으나,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J. J. 에이브럼스 사단에게 제작을 맡기면서 <클로버필드>의 후속 작품으로 급선회하였다. 당시 루키였던 데미안 셔젤 감독이 맡았지만, <위플래시> 제작이 확정되자 중도에 하차했다. 대신 인기 단편 <포털>(Portal)을 만들어 할리우드의 부름을 받은 신예 댄 트랙턴버그(Dan Trachtenberg) 감독의 데뷔작이 되었다. <클로버필드> 후속 작품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제작비도 1,500만 달러로 상향 조정하여, 제목을 <10 Cloverfield Lane>으로 바꾸고 외계 괴수가 습격하는 마지막 장면이 추가되었다. 영화는 로튼토마토 90%의 호평을 받았고, 박스오피스 수입도 1억 달러를 넘기는 흥행작이 되었다.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 예고편

 

기이한 멀티버스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클로버필드 10번지>를 제작할 당시 J. J. 에이브럼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클로버필드 세계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이를 클로버버스(Cloververse)라 불렀다. 바로 이어서 어떻게 클로버버스가 만들어졌는지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세 번째 영화 <클로버 패러독스>가 기획되었다. 원작의 제목은 <God Particle>(신의 입자)였는데, 양자물리학에서 파생된 가설에서 영화의 모티프를 찾은 것이다. 우주정거장의 다국적 연구원들이 지구의 에너지 결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모종의 실험을 하게 되는데, 그 결과 모든 것이 뒤죽박죽 뒤틀리게 되고 다수의 세계가 공존하는 멀티버스 현상이 생긴다. 하지만 실험 후의 장면들이 너무 기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로튼토마토 평점은 22%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생존한 연구원들이 지구로 귀환할 때 거대한 괴수가 포효하는 장면은 다소 생뚱맞다는 의견이 있다.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소개되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다.

영화 <클로버필드 패러독스>(2018) 예고편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SF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가 잠깐 클로버필드의 네 번째 영화로 검토된 바 있으나, 결국 별도의 프랜차이즈 영화로 독립하였다. 그 후 파라마운트와 배드 로봇 프로덕션은 클로버필드 프랜차이즈의 네 번째 영화를 함께 공동 기획하기로 합의하였다. 현재 단편 <Two & Two>로 유명한 공포영화 감독 바박 안바리(Babak Anvari)가 프로젝트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클로버필드의 프랜차이즈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획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