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대만은 밴드 음악, 인디 음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과거 2000년대와 2010년대를 전후로 인디 문화와 음악이 제각기 다른 형태의 호황을 누렸던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는 듯하다. 이에 발맞춰 대만 내 인디 음악의 양적 풍요와 다양성, 질적 우수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도 다방면으로 지속되고 있다. 올해 13회째 맞이하는 골든 인디 뮤직 어워드(Golden Indie Music Awards, 이하 GIMA)도 그 중 하나다. 

GIMA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한국대중음악상(Korean Music Awards)을 연상하게 한다. 대중성이나 상업성보다는 창작을 핵심으로 삼아 오롯이 독창적인 음악에 대해 시상함으로써 대만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꾸준히 지지를 얻고 있다. 2010년 출범 이후 올해로 벌써 제13회째에 이르렀으며, 대만 음악과 독창적인 음악을 우선한다는 점, 언어나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장르별 카테고리로 시상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13회 GIMA는 지난 9월 15일에 후보를 공개한 이후,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GIMA 아시아 롤링 뮤직 페스티벌을 펼치고, 뒤이어 마지막 행사로 11월 5일 타이베이 뮤직 센터에서 시상식을 개최했다. 총 3,725개 작품이 접수됐고, 1차 심사를 통해 111개 최종 후보작이 경쟁한 결과 후보 공개 당시 미리 발표한 심사위원상(Jury Prize)과 공헌상(Outstanding Contribution Award) 외의 21개 부문의 수상이 결정되었다.

‘Uncategorized Awards’(비장르 부문)에는 베스트 앨범, 베스트 밴드, 베스트 싱어송라이터, 베스트 뉴 아티스트, 베스트 인스트루멘탈리스트, 베스트 라이브 퍼포먼스, 베스트 아시안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상이 있었고, ‘Category Awards’(장르 부문)에는 베스트 록 앨범 & 노래, 베스트 포크 앨범 & 노래, 베스트 힙합 앨범 & 노래, 베스트 일렉트로닉 앨범 & 노래, 베스트 재즈 앨범 & 노래, 베스트 R&B 앨범 & 노래, 베스트 얼터너티브 팝 앨범 & 노래 등 7개 장르가 있었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후보, 수상작들을 살펴본다.

 

Best Band - 旺福(WONFU)

旺福(WONFU)는 4인조 밴드다. 1998년 결성된 경력 20년이 넘는 중견 밴드이며, 그 이름은 귀엽게도 결성 당시 멤버 ‘推機’(Twiggy)와 그의 친구들이 학교에 있었던 개에게 붙여진 이름에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활동해온 만큼 거쳐간 전 멤버들도 적지 않다. 결성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 중인 멤버는 Twiggy와 小民 두 사람. 독특한 곡 스타일을 통해 여러차례 상을 받을 만큼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점차 인기도 얻어 대만 내 대규모 페스티벌에도 종종 참여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래퍼 Kumachan 등과 함께 최다인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밝고 건강한 메시지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중국어 인사말로 모두에게 안녕을 건네는 노래 ‘大家好’를 들어보자. 절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旺福 ‘大家好’ 라이브 영상

旺福(WONFU) 인스타그램

 

Best New Artist - LÜCY

신인상격의 ‘Best New Artist’상은 LÜCY에게 돌아갔다. LÜCY는 이제 22세가 된 젊은 싱어송라이터다.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는 일상은 예술과 패션에 관심 많은 여느 20대와 다름없다. 하지만 야옹거리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뒤로 하고 자기 집 컴퓨터 앞에 앉은 LÜCY는, 기타 한 대를 메고 무대 앞에서 선 그는 독특한 아우라와 몽환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언뜻 우리가 근래 흔히 듣는 나른한 베드룸 팝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조금씩 예상을 벗어나는 구성과 LÜCY만의 페이소스가 묘한 중독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에 베스트 앨범, 베스트 포크 앨범, 노래 등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앞서 바르셀로나 프리마베라 사운드 페스티벌(Primavera Sound Festival)에 참여함으로써 첫 해외여행을 떠났고, 투어의 소소한 추억을 SNS에 공유하며 20대 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LÜCY ‘CACTUS’ 뮤직비디오

LÜCY 인스타그램

 

Best Asian Creative Artist – Yoshino Mickie

‘베스트 아시안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Asian Creative Artist) 부문은 대만과 대만인을 위한 이 축제가 외부인에게 열린 유일한 부문이다. 2020년에 이 부문을 새로 개설했을 당시, 국내 밴드인 쏜애플과 까데호가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 팀 가운데 모던국악프로젝트 차오름이 후보에 올랐고, 수상은 70세의 일본 뮤지션 Yoshino Mickie(요시노 미키)에게 돌아갔다. 그의 2021년작 <Keep On Kickin' It>은 일본의 대형 록 밴드 Tokyo Jihen의 베이시스트 Seiji Kameda가 프로듀싱한 앨범이다. 요시노 미키는 일본의 퓨전 재즈 전성 시대인 1980, 90년대에 밴드 Godiego에서 활약하며, ‘The Galaxy Express 999’(<은하철도 999> 삽입곡), ‘Monkey Magic’(이박사 ‘몽키 매직’ 원곡)과 같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곡들을 남긴 바 있다. 후보에 오른 차오름은 2020년에 결성한 5인조 퓨전국악 밴드로, 올해 1월 첫 EP를 발표했으며, ‘우리소리 우리가락’을 통해 선보인 21세기 차오름판 전래동아 <新심청전>으로 뮤지컬식 창극을 시도한 바 있다.

모던국악프로젝트 차오름 라이브 영상
요시노 미키 <Keep On Kickin' It> 수록곡 트레일러

차오름 인스타그램

요시노 미키 인스타그램

 

Best Rock Album - 野東西(Wild Thing)

록 앨범 부문은 野東西(Wild Thing)에게 돌아갔다. 1980, 90년대 하드 록, 개러지 록, 그런지 스타일로부터 영향을 받은 거칠고 강력한 사운드가 특징인 팀이다. 가사는 주로 일상과 경험에서 관찰, 발췌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며, 이번에 수상한 앨범 <UNDO>의 수록곡 ‘請你滾’(kigey mona)는 집단괴롭힘을 당하는 화자의 이야기와 심정을 다뤘다. 근래 몇 년 동안 세계적인 주목과 인기를 얻으며 2019년 내한하기도 했던 대만의 대표 매스록 밴드 Elephant Gym은 베스트 밴드와 베스트 록 앨범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모두 수상하지 못했다. 대신에 베이시스트 KT Chang이 베스트 인스트루멘탈 부문에서 공동 수상함으로써 아쉬움을 달랬다.

Wild Thing - 請你滾(kigey mona)

Wild Thing 인스타그램

 

Best Alternative Pop Song - 13月終了(Undecimber Fin.)

베스트 밴드 부문 후보에도 올라 베스트 얼터너티브 팝 부문에서 수상한 밴드 13月終了(Undecimber Fin.). 직접 들어보면 이들의 음악이 록이나 다른 장르가 아니라 왜 ‘얼터너티브 팝’으로 분류되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아래 ‘你們長得蠻像的’(You Look Quite Similar)를 들어보자. 전주 없이 시작부터 튀어나오는 노래. 전형적인 코러스와 후렴으로 구성되지 않은 비선형적 구성. 장르를 가늠하기 힘든 다양하고 풍성한 사운드와 미세하게 움직이는 기묘한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영상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연극에 삽입하는 음악 작업부터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가 Steve Reich, 20세기 가장 전위적인 록 스타 Radiohead에 대한 애정을 밝힌 멤버 Adlian의 경력과 취향에서 그 배경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을까? Adlian, Kang(리드보컬), Andy(기타리스트)가 먼저 학교에서 만나 밴드로 활동하다가 이후 합류한 기타리스트 Link의 경우 메탈과 포스트록을 오가며 활동하기도 했다.

Undecimber Fin. ‘You Look Quite Similar’

Undecimber Fin. 인스타그램

 

GIMA 아시아 롤링 뮤직 페스티벌 현장

올해 GIMA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해외 방문객에게 대만 국경이 개방된 해로, 시상이나 수상을 위해 혹은 행사 축하를 위해 국내외 예술가들이 다수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대표적으로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의 엔딩 테마를 맡은 일본 밴드 ALI가 참석해 Karencici와 함께 공연을 펼쳐고, 시상식에는 차트 1위의 일본 록 밴드 King Gnu와 홍콩 인디 듀오 Running Youth가 참석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King Gnu는 사전 녹화 영상에 프레젠터로 출연해 추후 대만 팬들을 위한 공연을 약속하기도 했다. 앞서 2021년에는 Yuna와 인디포스트에서 소개하고 최근 국내 뮤지션 수민과 협업하기도 했던 대만의 디바 9m88가 컬래버레이션을 펼치기도 했다.

 

제13회 골든 인디 뮤직 어워드 주요 부문 수상 결과

베스트 앨범(Best Album)
李權哲(Jerry Li) <AI-CHING>
베스트 밴드(Best Band)
旺福(WONFU) <Hello Everybody>
베스트 싱어송라이터(Best Singer-Songwriter)
葉穎(Leaf Yeh) <Live Like Me>
베스트 뉴 아티스트(Best New Artist)
LÜCY <LÜCY>
베스트 연주(Best Instrumentalist)
張凱婷(KT Chang) <Dreams>
明馬丁(Musa) <ON>
刁鵬(Diao Peng) <Rise & Shine>
베스트 라이브 퍼포먼스(Best Live Performance)
蘇珮卿(Paige Su)
베스트 아시안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Best Asian Creative Artist)
Mickie Yoshino <Keep On Kickin’ It>
베스트 록 앨범(Best Rock Album)
野東西(Wild Thing) <UNDO>
베스트 록 노래(Best Rock Song)
當代電影大師(Modern Cinema Master) 'Romance and Poems'
베스트 포크 앨범(Best Folk Album)
邱舒(Chiu Shu) <Waiting a present for>
베스트 포크 노래(Best Folk Song)
奇哥(Chico) 'Lao Tzu Said'
베스트 힙합 앨범(Best Hip-Hop Album)
熊仔(Kumachan) <PRO>
베스트 힙합 노래(Best Hip-Hop Song)
熊仔(Kumachan) 'Zenfire'
베스트 일렉트로닉 앨범(Best Electronic Album)
Oberka <BELTA>
베스트 일렉트로닉 노래(Best Electronic Song)
沙羅曼蛇(SALAMANDER) 'ASIA STRIKER (Original mix)'
베스트 재즈 앨범(Best Jazz Album)
Tonic 5 <Fusion World>
베스트 재즈 노래(Best Jazz Song)
明馬丁(Musa) 'On Truth'(feat. Wei Chih Chang)
베스트 R&B 앨범(Best R&B Album)
Karencici <99% Angel>
베스트 R&B 노래(Best R&B Song)
Karencici '99% Angel'
베스트 얼터너티브 팝 앨범(Best Alternative Pop Album)
13月終了(Undecimber Fin.) <One that reminds me of you>
베스트 얼터너티브 팝 노래(Best Alternative Pop Song)
13月終了(Undecimber Fin.) 'You Look Quite Similar'
주리 프라이(Jury Prize)
珂拉琪(Collage) <MEmento・MORI>
공로상(Outstanding Contribution Award)
謝明通(Sie, Ming-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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