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애니메이션 <Teeth>(2015)는 자신의 이빨에 대해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는 한 외톨이의 일생을, 음울한 목소리의 내레이션과 함께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그의 입 주변, 그가 먹는 음식과 잇몸에서 분리된 이빨들, 그리고 입 속의 관점에서 보여지는 기분 나쁜 장면들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생경한 색채와 그림체의 비주얼만이 아니라 고기를 자를 때 쓰는 톱니칼로 이빨을 긁는 소리나, 벌레들이 윙윙거리는 소리, 치과 치료를 받을 때 들리는 소리 등 소름 끼치는 소리들이 계속 들려온다. 애니메이션 듀오 다니엘 그레이(Daniel Gray)와 톰 브라운(Tom Brown)이 8년 동안 공들여서 만든 작품으로, 유튜브에서 1,100만 조회 수를 넘긴 화제작이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애니메이션을 함께 전공한 두 사람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미국 뉴욕에서 각각 활동 중이다. 유튜브에서 한국어 자막으로 전환하여 감상할 수 있다.

단편 애니메이션 <Teeth>(2015)

전체 극을 이끌어 가는 인상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 리차드 E. 그랜트(Richard E. Grant)로, 독특한 카리스마의 목소리를 가져 사회자나 성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음향 디자인은 미국, 브라질, 네덜란드에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전문 스튜디오 ‘앤트푸드’(Antfood)가 팀을 이루어 지원했다. 2015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Teeth>는 SXSW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브리티시 애니메이션상, 암스테르담 영화제,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에서 상을 타면서 주목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듀오는 “당초 호러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불편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는 의도였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하였다”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