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 입고 무대를 누비는 아카펠라 혼성 4인조 그룹의 전설 맨해튼 트랜스퍼(Manhattan Transfer)가 올해로 창단 50주년을 맞았다. 이들은 완벽한 하모니를 바탕으로 아카펠라, 보컬리즈(Vocalese, 사람의 목소리로 악기처럼 연주하는 재즈 장르), 스윙, 브라질 보사노바, 알앤비, 그리고 팝 음악의 영역까지 확장하면서 그래미 11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40여 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그룹을 창단하고 안정적인 팀워크를 유지한 리더 팀 하우저(Tim Hauser)가 2014년에 생을 마감하자,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던 아카펠라 그룹 엠팩트(M-Pact)의 트리스트 컬레스(Trist Curless)을 영입하여 그룹의 좌초 위기를 극복하였다. 한동안 림프종을 치료하느라 자주 대타에 자리를 내줬던 셰릴 벤타인(Cheryl Bentyne)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 완전체를 이루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팀 하우저는 광고회사에 취직하여 평범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래하기를 좋아하던 그는, 3년 만에 직업적인 가수로 나서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1969년에 ‘맨해튼 트랜스퍼’란 이름의 보컬 그룹을 조직하여 음반을 냈으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생계를 잇기 위해 택시를 몰던 그는, 식당에서 일하며 가수를 꿈꾸던 로럴 마스(Laurel Masse)를 승객으로 태우면서 의기투합했고, 음악을 하던 친구의 파티에서 재니스 시겔(Janis Siegel)을 만났다. 마지막 퍼즐로 남자 가수 앨런 폴(Alan Paul)을 영입하여, 두 번째 혼성 4인조 ‘맨해튼 트랜스퍼’을 구성한 것이다. 이 때가 1972년 10월이었다. 그 후 1978년 심각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그룹 활동을 접은 로럴 마스가 ‘셰릴 벤타인’으로 교체한 것을 제외하면 멤버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애틀랜틱 레코드가 클럽에서 노래하던 4인조의 데모 테입을 듣고 바로 계약을 체결하고 음반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의 데뷔 앨범 <The Manhattan Transfer>(1975)는 ‘Java Jive’, ‘Tuxedo Junction’, ‘Operator’ 같은 히트곡을 냈고, CBS는 이들을 내세운 TV 쇼를 제작할 만큼 탄탄대로를 달렸다. 이들의 네 번째 앨범 <Extensions>(1979)에는 인기 TV 드라마 <Twilight Zone>의 동명 테마곡과 재즈 퓨전그룹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의 ‘Birdland’를 리메이크하여 그래미 2관왕이 되었다. 1981년에는 ‘Boy from New York City’가 빌보드 첫 톱10에 진입하였고, 그해 빌보드 팝 부문과 재즈 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시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의 아홉 번째 앨범 <Vocalese>(1985)는 빌보드 12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그 때까지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에 이어 가장 많은 그래미 후보를 낸 앨범이 되었다.
그들은 이전의 보컬 그룹과는 달리 4인 4색의 화음을 세련되게 구현했고, 마치 재즈 밴드가 연주하는 듯한 아카펠라 재즈 그룹이었다. 그들은 1950년대 후반의 램버트, 헨드릭스 & 로스(Lambert, Hendricks & Ross) 이후 재즈 장르로 분류된 최초의 보컬 그룹이었고, 수많은 히트곡을 내고 다수의 그래미를 수상한 보컬 그룹도 전례가 없었다. 전설의 중심에 서 있던 팀 하우저가 2014년 심장마비로 72세의 나이에 사망하자, m-Pact, Take 6, New York Voices 등 많은 보컬 그룹에서 활동 중인 트리스트 컬레스를 영입하여 활동을 계속 하였다. 2018년에는 새 멤버 영입 후 처음으로 정규앨범 <The Junction>(2018)을 내기도 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맨해튼 트랜스퍼는 재즈로 분류되는 아카펠라 보컬 그룹의 전설이 되었다.
맨해튼 트랜스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