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중반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재즈의 서브 장르 중 ‘하드 밥’(Hard Bop)이 있었다. 그 전부터 지배적인 재즈였던 비밥(Bebop)과 대중적인 알앤비(R&B) 음악에 심취한 젊은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비트가 강한 음악으로 발전했는데, 이를 펑키 하드 밥(Funky Hard Bop)이라 부르기도 했던 것. 아트 블레키의 재즈 메신저(Jazz Messengers)는 하드 밥 뮤지션들이 성장해 나가는 사관학교였고, 블루노트(Blue Note) 레이블은 이들의 성공 무대로 함께 발전했다. 10여 년 동안 흑인 음악의 대세였던 하드 밥은 블루노트의 쇠락과 함께 주류에서 밀려나고 곧이어 1970년대의 재즈 퓨전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하드 밥의 전성기에 사랑을 받았던 대표곡 다섯을 골라 보았다.

 

Sonny Rollins ‘Blue 7’(1956)

하드 밥의 시작을 알린 소니 롤린스의 명반 <Saxophone Colossus>(1956)에 수록한 다섯 곡 중 칼립소(Calypso) 분위기의 ‘St. Thomas’ 외에도 블루스 곡인 ‘Blue 7’가 명곡으로 손꼽힌다. ‘St. Thomas’가 앨범의 대표곡으로 인지도가 더 높기는 하지만, ‘Blue 7’이 롤린스의 최고 솔로 연주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 곡은 녹음 당일 스튜디오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한 곡으로, 11분이 넘는 길이에 세 번의 롤린스의 솔로 연주가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이 앨범은 프레스티지 음반사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음반으로, 2017년 미국 국회의사당에 영구 보존되었다.

 

Art Blakey & The Jazz Messengers ‘Moanin’’(1959)

1950년대 초부터 시작되어 밴드의 리더 아트 블레키가 생을 마감한 1990년까지, 40여년 동안 존재했던 재즈 메신저(Messengers)는 유망한 실력파 뮤지션들을 키워낸 사관학교였다. 아트 블레키는 젊은 뮤지션에게 동기를 부여하면서 최상의 음악을 끌어냈다. 이들을 대표하는 히트곡이 동명의 앨범 <Moanin’>의 타이틀 곡이다. 이 곡은 당시 밴드 일원이었던 피아니스트 바비 티몬스(Bobby Timmons)와 색소포니스트 베니 골슨(Benny Golson)의 창작으로, 가스펠의 ‘Call-and-Response’ 형식을 띠고 있으며 하드 밥 장르를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후일 가사를 붙여 많은 가수들이 노래로 부르기도 했다.

 

Cannonball Adderley ‘Dat Dere’(1960)

마일스 데이비스로부터 독립하여 동생과 함께 밴드리더로 나선 캐논볼 애델리는, 하드 밥 시절의 최고 스타였다. 왕성한 식욕과 함께, 음반도 한 해에 서너 장씩 출반하면서 ‘This Here’, ‘Work Song’, ‘Mercy, Mercy, Mercy’ 같은 히트곡을 꾸준히 만들어냈다. 1960년에 낸 <Them Dirty Blues>에도 두 곡의 유명한 재즈 스탠더드를 포함하고 있는데, 동생 냇(Nat)이 작곡한 ‘Work Song’과 바비 티몬스가 작곡한 ‘Dat Dere’다. 이 곡은 같은 해 바비 티몬스의 <This Here Is Bobby Timmons>와 재즈 메신저의 <The Big Beat>에도 수록되었고, 오스카 브라운의 작사로 쉴라 조던의 <Portrait of Sheila>(1963)에서도 들을 수 있다.

 

Lee Morgan ‘Totem Pole’(1964)

리 모건의 <The Sidewinder>(1964)는 부진한 실적으로 파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던 블루노트 음반사를 구한 앨범으로 유명하다. 초판으로 찍은 4,000장의 음반은 단 3~4일 만에 소진되었고, 블루노트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인기 앨범으로 남았다. 인기의 중심에 섰던 타이틀곡은 뒤늦게 싱글로 발매되어 빌보드 핫100 차트의 81위에 올랐고, 빌보드 앨범 순위도 25위까지 올라 팝 앨범 같은 인기를 구가했다. 이 앨범에는 리 모건의 오리지널 6곡을 담고 있는데, 그 중 ‘Totem Pole’은 리 모건의 트럼펫과 조 헨더슨의 테너 색소폰 연주를 번갈아 가며 들을 수 있는 곡이다.

 

Horace Silver ‘Song for My Father’(1965)

호레이스 실버의 아버지 사진을 앨범 자켓에 담아 아버지에게 헌정한 <Song for My Father>는 저물어가는 하드 밥 시절을 대표하는 명반이다. 아버지는 아프리카 서안의 케이프 베르데(Cape Verde) 출신으로, 실버가 브라질을 여행하고 돌아온 후 불현듯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앨범을 냈다. 1963년 말부터 1964년 말까지 세 번의 세션에 걸쳐 녹음했는데, 트럼펫의 블루 미첼(Blue Mitchell)과 테너 색소폰의 주니어 쿡(Junior Cook)이 전반을, 두 사람이 밴드를 떠난 후에는 조 헨더슨이 후반 콤보를 대표한다. 가장 유명한 타이틀곡에는 조 헨더슨의 테너 색소폰 솔로를 들을 수 있다. 그 외에 ‘Que Pasa?’(What’s Happening?)가 사랑을 받은 인기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