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창립 60주년을 맞은 임펄스(Impulse!) 레이블이 특별한 음반을 내놓았다. 존 콜트레인의 미망인 앨리스 콜트레인(Alice Coltrane)이 재즈계를 떠나 힌두교 수행의 길로 들어간지 10여 년이 지난 1982년 혼자 연주하고 녹음했던 <Turiya Sings>을 40여 년 만에 새로운 버전으로 낸 것이다. 당시 카세트 테이프에 담아 수행자들과 제자들로 한정하여 배포한 앨범이었는데, 2007년 그가 사망한 후 아들 라비 콜트레인이 프로듀싱하여 그의 목소리와 월리처(Wurlitzer) 오르간 소리만 담아 더욱 장중하고 종교적인 앨범 <Kirtan: Turiya Sings>(2021)로 낸 것이다. 앨리스 콜트레인이 직접 노래한 아홉 곡의 산스크리트어 영가를 담고 있으며, 종교적 명상을 위한 배경 음악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앨리스 콜트레인 <Kirtan: Turiya Sings>(2021)

존 콜트레인이 40세의 젊은 나이에 간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1967년, 두번째 부인이었던 앨리스는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젊은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그가 활동하던 남편의 밴드가 해체되자 홀로 아이 넷을 키우며 솔로로 음악활동을 계속하던 그는, 남편을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체중 감소, 불면증, 그리고 심한 환영을 겪었다. 이를 스스로 종교적인 고난이라 여기며 힌두교에 귀의하였고, 1972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여 말리부 인근에 힌두교 사원인 베단타 센터(Vedanta Center)를 설립하고 수행자의 길을 걸었다. 그곳에서 투리야(Turiya)라는 이름으로 교인들을 가르치는 스와미(Swamini) 역할을 하면서, 오르간과 타악기, 그리고 신시사이저를 연주하고 노래하여 홀로 녹음한 앨범이 바로 <Turiya Sings>(1981)다. 이 앨범은 카세트 테이프에 담아 사원 내에서 교육과 명상용으로 배포하였을 뿐, 일반인에게는 판매하지 않아 대중적으로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앨리스 콜트레인 <Turiya Sings>(1981) 중 ‘Jagadishwar’

이 앨범이 녹음된 마스터 테이프를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는 재즈 색소포니스트로 현역에서 활동 중인 아들 라비 콜트레인(Ravi Coltrane)이었다. 그것도 앨리스의 목소리와 월리처 오르간 연주 만을 담은 오리지널 버전이었다. 당시 카세트 테이프에 담아서 배포했던 버전은 아쉬람(Ashram, 예배당)에서 쓰기 위해 여기에다 현악기와 신시사이저 연주를 추가로 합성한 것으로, 오리지널 버전이 개인적인 명상이나 기도 시간에 더 적합하였다. 이를 들어본 라비는 창립 60주년을 맞은 임펄스(Impulse!) 레이블에 제안하여, <Kirtan: Turiya Sing>란 제목으로 임펄스 60주년 기념음반의 일환으로 발매하게 된 것이다. 키르탄(Kirtan)은 힌두어로 ‘신을 찬미하는 종교적 노래’를 의미한다.

다큐멘터리 <Ashram: The Spiritual Community of Alice Coltrane Turiyasangitananda>

존 콜트레인은 생의 마지막 부분을 신성하고 종교적인 음악을 찾는 데 헌신했다. 특정한 음정과 박자가 종교적 체험에 도움을 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가 다 이루지 못한 종교적 여정을 어린 아내 앨리스가 계속 이어, 종교와 음악에 남은 삶을 바친 것이다. 앨리스 콜트레인이 2007년에 생을 마감한 후에도 그의 종교와 음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지속되었고, 그에 관한 서적과 음반은 끊임없이 출판되고 있다. 그가 재즈계에서 자취를 감추고 종교에 전념한 30여년의 시간을 메운 <The Ecstatic Music of Alice Coltrane Turiyasangitananda>가 2017년에 나온 바 있고, 여기서 다뤄지지 않은 <Turiya Sings>가 당시 배포된 버전과는 다른 원래의 모습으로 출반된 것은 다소 늦었지만 큰 의미가 있다.

 

앨리스 콜트레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