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향한 현대인의 관심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고단한 삶을 달래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찾고, 만족스러운 한 끼를 위해 유명 음식집에 찾아가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먹방 혹은 맛집 방송을 사수하면서 일상의 공허함을 달랜다. 이렇듯 음식을 향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오늘날, 미술관에서는 ‘미각’을 주제로 한 이색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는 3월 19일까지 열리는 전시 <미각의 미감>은 유명 맛집이나 먹방, 먹스타그램처럼 새로운 ‘맛’에 탐닉하는 감각적 소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미각’을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을 형성하는 매개자로 바라보고 이와 관련한 활동에 주목한다. 전시는 크게 도시 생동(Food x Urban Mobility), 음식과 공동체(Food x Community), 음식을 통한 공유와 나눔(Food x Sharing Culture)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한다. 참여자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문화활동가, 요리사,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13인(팀)이다.

<보이즈 온 휠즈>, 2016, 감동환x스테파니 리틀x바스 스티겐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도시 피크닉>, 2016, 김태범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먼저 ‘도시 생동(Food x Urban Mobility)’에서는 현대인들이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음식을 즐기고 인간관계를 확장하며 도시를 생동케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실제 지역 아프리카 음식 축제에서 쓰인 이동식 부엌 장치 <보이즈 온 휠즈>나 도시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도록 각종 도구를 작은 도시락 형태로 만든 <도시 피크닉>이 적절한 예다.

‘음식과 공동체(Food x Community)’에서는 음식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했던 유명 작업을 선보인다. 고든 마타-클락이 1970년대 초 예술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운영한 레스토랑 ‘푸드’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상 <푸드>를 비롯하여 2012년부터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명동성당 등지에서 새로운 먹거리 문화를 생성해 오고 있는 마르쉐@친구들의 농부 시장 <마르쉐@>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고든 마타-클락, <푸드>, 1972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마르쉐@친구들, <시장>, 2016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마지막으로 ‘음식을 통한 공유와 나눔 (Food x Sharing Culture)’에서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문화로서의 맛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작가 김다움이 도시와 음식문화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를 채집하고 재편집한 오브제 <유통기한들>, ‘나는 [A. 효율적인 삶] [B.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나에겐 [A. 무엇을] [B.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하다’ 같은 질문을 통해 참여자의 취향을 유추하고 음식 문화를 즐기는 방법을 제안하는 아키타입(이지원)의 <가스트로노미 앙케트> 등이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김다움, <유통기한들 Expiration Dates>, 2016 / 아키타입(이지원), <가스트로노미 앙케트The Types of Urban Gastronomy>, 2016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 밖에도 관람객들이 참여하거나 경험할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 및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3월 11일(토) 오후 3시에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스튜디오 키친에서 10년간 일했던 미술가이자 요리사인 아사코 이와마의 강연이 전시실 8관에서 열린다. 3월 18(토) 오후 1시부터는 선착순 60명에 한하여 이동형 커피 바에서 내린 비씨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대학생은 학생증을 보여주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점(대학생이 아니라면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노려보자), 수요일과 토요일은 마감을 3시간 연장하여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 점도 참고하자.

이렇듯 독특하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미각(味覺)을 단지 감각 충족의 수단이 아닌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사회적 매개로서 접근하고자 한 <미각의 미감> 전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장소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도시의 미감(美感)을 마주할 기회가 될 것이다.

 

<미각의 미감 Activating the City: Urban Gastronomy>

기간 2016년 12월 5일 ~ 2017년 3월 19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간 전시실 8 외 기타 공간
시간 월, 화, 목, 금, 일 10:00~18:00 / 수, 토 10:00-21:00
홈페이지 http://www.mmca.go.kr/
관람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