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기록한 최초의 은행털이는 1798년이었다. 당시 펜실베니아 은행은 무려 16만여 달러나 강탈당했다. 현금을 쌓아 둔 은행이나 현금을 수송하는 열차는 무장 갱단의 주된 표적이었고, 그들을 추적하는 경찰이나 연방 요원들 간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당시 언론들의 주된 취재거리가 되었다. 은행이나 열차를 털어 무사히 달아난 범죄자들은 마치 현대판 ‘로빈 후드’처럼 대중의 낭만적인 열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삶과 죽음을 낭만적으로 내세워 영화사적으로 중요하게 평가받는 은행강도 영화(Bank Heist films) 네 편을 골라 보았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 커플의 실제 사진

원래 제목은 <Bonnie and Clyde>로, 1930년대 미국 중서부에서 악명을 떨쳤던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 커플의 범죄 행각과 최후를 다룬 영화다. 두 사람은 일당과 함께 주유소, 창고 등을 포함하여 수십 곳의 은행을 털었으나, 암울했던 대공황 시대에 세상에 맞서는 의적과 같은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숲 속에 매복한 경찰들에 의해 총탄 세례를 맞고 사살된 후 그들의 장례식장에는 2만여 명이 넘는 군중이 모이기도 했고, 두 사람의 일생을 다룬 영상물은 수없이 제작되었다. 당대의 스타 배우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열연한 영화는 아카데미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2관왕이 되었고, 영화사적인 측면에서도 섹스와 폭력을 노골적으로 다루어 느와르 시대를 연 랜드마크 영화로 손꼽힌다.

 

<내일을 향해 쏴라>(1969)

와일드 번치 갱단의 선댄스 키드(아래 왼쪽)와 부치 캐시디(아래 오른쪽)

1890년대 와일드 번치(Wild Bunch) 갱단을 이끌며 은행과 열차 강도 행각을 벌였던 부치 캐시디(Butch Cassidy)와 선댄스 키드(Sundance Kid)의 범죄와 도피 행각을 그린 영화로, 원래 제목은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다. 두 사람은 와이오밍 경찰의 추격을 받자 남미로 도피하였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애매하게 묘사된 것처럼 그들이 볼리비아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였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100여 년이 지난 1991년 조사에서도 그들이 묻혔다는 현지 무덤에서 DNA 확인에 실패한 바 있다. 당대 최고의 배우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이 출연한 영화는 아카데미 4관왕, 영국 아카데미 9관왕을 안으며 버디(Buddy) 영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영화관에서는 북미지역에서만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올렸으며, 영화 주제곡 ‘Raindrops Falling On My Head’는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영화 수록곡 ‘Raindrops Falling on my Head’

 

<뉴튼 보이즈>(1998)

1919년부터 1924년까지 수십 차례나 은행을 털어 최고 성과를 올린 강도라는 명성을 얻은 뉴튼 네 형제를 다룬 영화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5년 동안 87회의 은행 강도와 6회의 열차 강도에서 성공했으며, 단 한 차례도 사상자가 없었다고 했다. 현금을 강탈당한 은행들은 피해액을 부풀려 보험사에 청구하여, 은행의 경비가 강화된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결국 체포되어 징역형에 처해졌으며, 후일 TV 인터뷰에 출연하는 등 평범한 생활로 돌아왔으나 현금을 묻어둔 장소를 기억해내지 못하였다. 이들의 범죄 행각을 그린 영화 <The Newton Boys>는 맏형으로 매튜 맥커너히가 주연으로, 스키트 울리치, 에단 호크 등이 동생으로 출연했으나,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퍼블릭 에너미>(2009)

배우 조니 뎁(왼쪽)과 그가 연기한 실존 갱스터 존 딜린저(오른쪽)

1930년대의 대공황 시절 범죄가 들끓었던 시기를 딜린저 시대(The Dillinger Days)라 부를 만큼 존 딜린저(John Dillinger)는 악명이 높았고, 불황의 원인이라 비난을 받던 은행들을 털어 ‘로빈 후드’라 불리며 영웅시되기도 했다. 그가 주도한 딜린저 갱은 24곳의 은행을 털었고 4곳의 경찰서를 습격하였지만, 공공의 적 제1호로 지목되어 1934년 시카고 바이오그래프 극장에서 잠복한 FBI 요원들에게 사살되었다. 그 당시 시대상을 그린 영화 <퍼블릭 에너미>에서 조니 뎁이 존 딜린저를 연기하였고, 크리스찬 베일이 그를 추적한 실존 FBI 요원 멜빈 퍼비스를 연기하였다. 사건 속의 역사적 건물들을 찾아 최대한 당시 모습을 재현하였으나, 역사적인 정확도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범죄영화로 유명한 마이클 만(Michael Mann) 감독의 영화로, 1억 달러 이상 제작비를 투자하여 박스오피스에서 2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