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의 스포일러가 다수 있습니다.

 

액션과 호러 장르로 뒤덮인 넷플릭스 드라마 순위에 따뜻한 감동을 주는 드라마 한 편이 주목을 끌었다. 원래 제목은 ‘가정부’라는 의미의 <Maid>로, 정신적인 학대를 일삼는 남편에게서 독립해 ‘홀로서기’하는 싱글맘의 이야기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투적인 소재 같지만, 미국 빈곤층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고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보며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평이 이어졌다. 지난 10월 1일 넷플릭스에 올라온 10부작 미니시리즈로, 한달 사이 6,700만 명이 시청하여 넷플릭스 최고 화제작 <퀸스 갬빗>의 6,200만을 넘어설 정도로 제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로튼토마토 역시 95%의 높은 평가를 내렸고, 포브스는 넷플릭스 최고의 미니시리즈라고 추켜세웠다.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조용한 희망>(2021) 예고편

 

미국의 현실적인 극빈층 이야기

작가 스테파니 랜드(왼쪽)와 원작 <Maid> 표지

드라마의 원작은 스테파니 랜드(Stephanie Land)의 회고록 <Maid: Hard Work, Low Pay, and a Mother’s Will to Survive>다. 그는 20대 후반 무일푼의 미혼모가 되어 생계비를 벌기 위해 6년 동안 파출부로 일하면서 정부의 보조금과 무료 식사쿠폰에 의존하는 극심한 빈곤 상태를 경험했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과 마찬가지로 학자금 대여에 의존하여 몬타나 대학 창작과를 졸업하고 전문 작가가 되었는데, 대학에 다니며 블로그에 연재했던 파출부 시절 경험담을 모은 회고록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미국 사회에 ‘빈곤’이라는 사회적 화두를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인용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조용한 희망> 소개 영상

 

실제 모녀인 앤디 맥도웰과 마가렛 퀄리

주인공 ‘알렉스’를 연기한 마가렛 퀄리(Margaret Qualley)와 엄마 ‘폴리’를 연기한 앤디 맥도웰(Andie MacDowell)은 실제 모녀 사이다. 앤디 맥도웰은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 <그린카드>(1990), <사랑의 블랙홀>(1993) 등에서 주연을 맡은 모델 겸 배우인데, 막내 딸 마가렛 퀄리는 발레를 배우다가 부모를 따라 모델 일을 시작해 스무 살 무렵부터 연기를 겸업하고 있다. HBO 드라마 <The Leftovers>(2014~2017) 등 단역과 조연으로 꾸준히 출연하던 그는 F/X 드라마 <Fosse/Verdon>으로 에미상 후보에 올랐고 미니시리즈 <Maid>에서 처음 주연을 맡아 뛰어난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KENZO World>(2016) 광고에 출연한 마가렛 퀄리
앤디 맥도웰과 마가렛 퀄리의 인터뷰 영상

 

‘네이트’와 ‘알렉스’는 이루어질까?

드라마에 관한 많은 기사가 순정남 ‘네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주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실현될 지에 관한 것이다. 오래 전부터 알렉스를 마음에 두고 있던 네이트는 그가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처지의 알렉스는 동등한 상태가 아니라며 선뜻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전형적인 ‘착한 남자’(Nice Guy)로 나오는 네이트에 대해 팬과 언론의 안타까운 심정이 확인된 만큼, 만약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네이트’의 비중이 확대될 지도 모르겠다. ‘네이트’를 연기한 레이몬드 어블랙(Raymond Ablack)은 캐나다 출신의 배우다.

드라마 <Maid>에서 알렉스와 네이트의 편집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