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레트로 붐, 그리고 시작된 아날로그의 재발견은 음악 산업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끼쳤다. 마치 1990년대에 워크맨을 통해 카세트를 듣는 것 같은, 의도적으로 음질을 떨어뜨린 로 파이 사운드가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로 파이 사운드 그리고 레트로 감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다른 음반 매체들에 비해 획기적으로 낮은 제작비에 힘입어 수많은 카세트 발매 전문 레이블이 탄생했고 밴드 캠프(Bandcamp)를 통해 카세트가 전 세계로 유통되고 있다. 이제는 대세가 되어버린 카세트 발매 전문 레이블들 중 색이 짙은 7곳을 소개한다.

 

Genot Centre

이미지 출처 © Genot Centre

체코에 있는 익스페리멘탈(experimental), 일렉트로닉(electronic) 전문 레이블이다. 워낙 카세트 발매를 전문으로 하는 관련 장르 레이블들이 많아 어디를 소개해야 할지 고민하다 택한 곳. 체코 아티스트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발매한다. 레코드 레이블로서의 운영 외에도 체코 내에서 이벤트를 기획하고 아티스트들을 모으는 로컬 커뮤니티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매한 모든 음반이 매진되는 레이블 파워를 보여준다. 아직 다른 유럽에 위치한 카세트 전문 레이블들에 비해 회사의 규모는 작지만 판데믹 시대에도 정체되지 않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목할 만한 레이블이다.

Genot Centr 홈페이지

 

Press On Records

이미지 출처 © Press On Records

이 글에서 단 하나의 레이블만 소개해야 한다면 단연코 소개하고 싶은 곳이다. 이곳에서 발매한 어떤 음반을 들어도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근래에 미국에서 설립된 레이블로 자체 기획인 <Real Time Tape Club> 시리즈와 여러 미국 인디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카세트로 제작하고 있다. <Real Time Tape Club>는 각 테마에 맞춘 비트, 혹은 관련 소음, 소리 등을 담은 1시간짜리 믹스테이프이다. 모든 테마가 서로 겹치지 않아 흥미를 유발하며 긴 러닝타임 역시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발매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음반 역시 각각의 개성을 지닌 수작이다. 이른바 ‘음잘알’들이 만든 레이블. 꼭 한번 둘러보기를 권장한다.

Press On Records 홈페이지

 

Reborn Through Tapes Records

이미지 출처 © Reborn Through Tapes Records

이탈리아에 있는 록, 메탈 전문 카세트 레이블이다. 귀를 의심했는가?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메탈’ 음악을 ‘카세트’에 담아 발매한다. 근래에 정말 찾아보기 힘든 메탈 전문 카세트 레이블이다. 이 레이블은 예전에 발매되었지만 카세트로는 제작되지 않았던 명반들을 찾아 한정 수량으로 추후 재발매 없이 단 한 번 발매한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구매를 잠깐 미루면 품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메탈 음반을 주로 발매하지만 거칠고 헤비 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록 음악들을 모두 다룬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상치 못한 명반들이 갑자기 발매되는 경우가 꽤 있어 꾸준히 발매 소식들을 체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레이블이다.

Reborn Through Tapes Records 홈페이지

 

Genjitsu Stargazing Society

이미지 출처 © Genjitsu Stargazing Society

필리핀에 있는 인디 레이블이다. 퀴어 런, 퀴어 포커스(queer-run, queer-focused)를 표방하며 아시아를 기반으로 하는 카세트 전문 레이블들 중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레이블이기도 하다. 펑크에서 시티 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발매한다. 필리핀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타지역 해외 아티스트들의 음반도 드물게 발매한다. 필리핀에서 카세트를 발매하는 레이블들을 모아 카세트 스토어 데이를 처음으로 시작하고 주최하는 등 인디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필리핀 인디신 특유의 음악의 다양성을 잘 반영한 레이블로 신에 관심이 있다면 입문용으로 완벽한 레이블이다.

Genjitsu Stargazing Society 홈페이지

 

Ill-advised Records

이미지 출처 © Ill-advised Records

어딘가 나사가 빠진, 으스스한 느낌의 B급 공포영화 같은 콘셉트의 음반들을 취급한다. 북미 서브 컬처를 모아서 카세트로 발매하는 느낌이랄까? 뭔가 불량식품들을 전시해 놓은 느낌이다. 캐나다에 있으며 음반들과 함께 레이블 공식 유튜브 채널을 꼭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다크 로 파이 비트’ 같이 호러를 테마로 하는 믹스테이프 들과 DIY 레코드 레이블을 운영하는 브이로그 등을 볼 수 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등 정말 다양한 콘텐츠들을 보여주는 레이블인데 거의 대부분을 대표 혼자 DIY로 제작한다는 점은 정말 존경스럽다.

Ill-advised Records 홈페이지

 

Merica Records

이미지 출처 © Merica Records

당신의 ‘인디력’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바로 이 레이블에서 시험할 수 있다. 펑크와 포크에 기반을 둔 레이블이라 스스로를 소개하지만 사실 이 레이블이 발매하는 음반들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옆집 아저씨가 미지근한 버드와이저를 마신 뒤에 엉성하게 기타를 치며 괴성을 지르는, 그런 류의 것들이다. 레이블 공식 SNS는 찾을 수 없고 밴드 캠프와 유튜브 채널만 존재한다. 간간이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새로운 앨범들 덕에 아직 문 닫지는 않았다고 유추한다.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알아서는 안되는 음악을 카세트로 소유하고 싶다면 바로 여기다.

Merica Records 페이지

 

Inner Ocean Records

이미지 출처 © Inner Ocean Records

더는 카세트만 취급하는 레이블이 아니라 소개를 망설였지만 워낙 예전부터 카세트 시장을 대표하는 레이블이기에 소개한다. 2012년 캐나다에서 앰비언트 전문 카세트 레이블로 시작해 현재는 로 파이 힙합, 알앤비, 시티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인디 음악들을 취급한다. 트렌드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은 레이블이다. 발매했던 음반들을 살펴보면 그 당시에 유행한 장르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트렌드를 따라왔고, 다음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줄 아는 레이블이다. 레이블이 자체 기획하는 BLESS 믹스테이프 시리즈들을 추천하며 귀여운 상품들도 꼭 살펴보자.

Inner Ocean Records 홈페이지

 

Writer

낯선 음악들과 한정판 굿즈 모으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글 쓰는 것도 정말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