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역사는 서양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당연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로마 제국의 황제와 검투사, 그리고 로마 군대의 전투를 소재로 다루었지만, 때로는 역사적 사실의 과장과 왜곡이 지나쳐 ‘칼과 샌들 영화’(Sword-and-Sandal films)라는 서브 장르로 일컬어지며 비난과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두 편의 다큐드라마(Docudrama)는 역사적 진실과 드라마적 재미를 모두 잡으려 했다. 이들 역시 역사적 사실에 관한 논쟁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로마제국에 대한 역사학자나 전문가의 해설을 담아 그들의 검증을 거쳤다. 한 편은 로마제국 전성기의 역사적 인물들을 중심으로 했고, 다른 한 편은 로마제국의 최종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소재로 하였다.
<로마제국>(2016~2019)

호주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드라마로, 이제까지 세 시즌에 세 명의 역사적 인물 코모두스(Commodus, 161~102), 카이사르(미상~BC44), 칼리굴라(12~41)를 앤솔러지 형식으로 담았다. 2016년에 공개된 첫 시즌 여섯 편은,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의 배경이 된 코모두스 황제를 주인공으로 했다. 오현제 시대의 마지막 황제이자 명저 <명상록>을 남긴 마르커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자질이 부족한 아들 코모두스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코모두스는 잃어버린 로마시민의 인기를 되찾고 자신의 실정을 만회하기 위해, 목숨을 건 검투사 싸움에 직접 나서는 장면이 압권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며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젊은 황제가 과거 장군이었던 노예 검투사와 결투에 나서는 극적인 장면에 영감을 주었다.
2018년에 공개된 두 번째 시즌에서는 기존 여섯 편에서 다섯 편으로 줄어, 로마의 황금기를 연 시대적 영웅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의 출세부터 암살까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하지만 로마제국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인물을 또 다루게 되어 평단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고, 더군다나 평단의 극찬을 받고 다수의 에미상을 받았던 HBO 드라마 <로마>(2005~2007)에 비교되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백병전 중심으로 보여지는 전투 장면이 당시 대형을 짓고 전투하던 로마군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이듬 해 나온 세 번째 시즌은 폭정을 일삼은 로마의 3대 황제 칼리굴라에 대해 다루었다. 드라마의 분량은 더욱 줄어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탈리아 감독 틴토 브라스의 영화 <칼리굴라>(1979)에 비해, 어린 시절의 불우했던 시절을 포함하여 객관적인 모습을 조명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셉티무스 세베루스(Septimus Severus), 유스티니아누스 1세(Justinian I) 등 좀 덜 알려진 인물을 다루었으면 하는 의견도 나왔으나, 다음 시즌에 관한 소식은 아직 없는 상태다.
<오스만 제국의 꿈>(2020)

BC 8세기에 일어나 지중해 지역을 제패했던 로마제국은 서기 395년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으로 분열되고,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로마제국은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476년에 몰락한다. 그로부터 약 천년 동안 제국의 명맥을 유지한 동로마제국(비잔틴 제국)은 1453년 5월 29일 수도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이 정복자 메호메드 2세가 이끄는 오스만 제국의 군대에 함락되어 명을 다한다. 터키에서 제작한 6부작 <오스만 제국의 꿈>(Rise of Empires Ottoman)은 술탄 메호메드 2세를 중심으로 세계 전쟁사에 기록된 53일 간의 공성전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천년 동안 20여 차례의 침공에도 함락된 적이 없던 난공불락의 테오도시우스 삼중 성벽, 헝가리 기술자가 개발한 대포 ‘바실리카’의 위력, 76척의 함선을 육상을 통해 골든혼(Golden Horn)으로 옮긴 파격적인 전략, 콘스탄티노플 함락 후 메호메트 2세가 가장 먼저 들어간 소피아 성당 등 역사적인 사실들이 드라마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조지 크로울리, 제이슨 굿윈 등 지중해 역사에 능통한 역사학자들이 해설을, 인기 역사극 <크라운>, <왕좌의 게임> 등에 출연했던 영국 배우 찰스 댄스(Charles Dance)가 내레이션을 맡아 극적인 무게감을 더했다. 터키의 이스탄불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드라마를 보면서 사전 지식을 쌓아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