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미첼의 아홉 번째 앨범 <Don Juan’s Reckless Daughter>(1977) 표지의 세 사람 모두 조니 미첼이다. 좌측은 할로윈에 흑인 남성으로 변장한 사진

조니 미첼(Joni Mitchell)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는 포크 가수다. 초기에는 작곡가로만 활동하다가 자신의 첫 앨범 <Song to a Seagull>(1968)로 가수 데뷔하여, 40여 년 동안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모두 19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고 그래미를 9회 수상한 레전드다. 그의 음악은 대부분 기타나 피아노 반주의 단출한 형식이었지만, 자신이 직접 쓴 가사에는 시대 정신이 담겨 있었다. 조니 미첼의 대표곡 ‘Both Sides Now’(1966)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2003)에서 남편의 외도를 알아챈 엠마 톰슨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삽입되었고, 그의 ‘Chelsea Morning’(1969)을 들었던 클린턴 대통령 부부는 딸의 이름을 ‘Chelsea’라 지을 정도로, 그의 음악은 사회적 영향력이나 반향이 컸다.

앨범 <Clouds>(1969)에 수록되었던 히트곡 ‘Both Sides Now’

어린 시절 독학으로 기타를 마스터한 그는, 캐나다 북서부 서스캐처원 지역의 와스케시우(Waskesiu) 호숫가에서 친구들과 모닥불을 피워 놓고 노래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다가 집 근처의 클럽에 고용되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함께 일하던 포크나 재즈 뮤지션들과 어울렸다. 그는 재즈 스타일로 노래하거나 연주하지는 않았지만,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을 좋아했고, 재즈 보컬 트리오 ‘Lambert, Hendricks & Ross’의 베스트 음반 복제판을 구해서 밤마다 반복하여 들었다. 결국 그 음반에 수록된 재즈 스탠더드를 외우다시피 했는데, 이때부터 재즈 음악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Shadows and Light>에 수록된 ‘Free Man in Paris’. 재즈 뮤지션인 팻 매스니, 라일 메이즈, 자코 패스토리우스, 돈 앨리어스 등이 대거 백밴드로 참여했다.

재즈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된 때는 1970년대 중반, 재즈를 위시하여 음악 전반에 장르 간 결합, 즉 퓨전이 대세로 자리 잡을 무렵이었다. 그의 여덟 번째 앨범 <Hejira>(1976)을 기획하면서 전통적인 포크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음악을 하고 싶던 차에, 록이나 팝 계열의 세션 뮤지션 대신 재즈 계열의 자코 패스토리우스(Joco Pastorious)을 소개받은 것이다. 두 사람은 즉각 의기투합했고, 자코는 자신이 속한 퓨전 밴드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의 동료인 드러머 돈 앨리어스(Don Alias)와 색소포니스트 웨인 쇼터(Wayne Short), 그다음에는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을 차례로 불러들여 잼 세션 활동을 함께 하곤 했다.

허비 행콕, 바비 맥퍼린, 웨인 쇼터, 데이비드 샌본 등과 함께 한 잼 세션(1987년 8월)

조니 미첼의 열 번째 앨범 <Mingus>(1978)는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찰스 밍거스와의 협업으로 유명하다. 죽기 전 뭔가 뜻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던 밍거스는 프로듀서가 들려준 조니 미첼의 아홉 번째 앨범 <Don Juan’s Reckless Daughter>(1977)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조니 미첼은 밍거스의 제안에 따라 뉴욕의 아파트에서 그를 만났고, 그와의 협업에 반대하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협업을 강행했다. 밍거스가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작곡한 신곡 6곡에 조니 미첼이 가사를 쓰고 노래를 하였다. 명반 <Mingus An Um>(1959)에 수록되었던 ‘Goodbye Pork Pie Hat’에도 가사를 붙여 처음으로 노래했다. 하지만 최종 앨범을 보지 못한 채 발매 한 달 전에 밍거스는 생을 마감하였다.

앨범 <Mingus>에 수록한 ‘Goodbye Pork Pie Hat’

조니 미첼은 신작 <Mingus>의 홍보를 위해 공연에 나섰다. 자코 패스토리우스, 돈 바이어스, 팻 매스니, 마이클 브레커 등 재즈 스타들이 대거 참가한 공연이 비디오로 제작되어 영상 <Shadows and Light>과 LP 음반에 담겨 발매했고, 오늘 날 유튜브에서 부분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앨범 <Mingus>는 평론가들의 평가나 음반 판매는 신통치 않았으나, 라디오에 자주 방송되어 앨범 차트 17위에 오르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조니 미첼은 친구이자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게펜을 따라 게펜 레코즈로 이적하였고, 그곳에서 연인을 만나 팝 계열의 음악으로 다시 돌아왔다.

2020 NAMM TEC 시상식에 참여한 조니 미첼

건강이 악화해 쓰러지기도 했던 조니 미첼은 근래에 많이 회복되어, 지난해 NAMM TEC 시상식에 참여하여 여성으로는 최초로 레스 폴 어워드(Les Paul Award)를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는 올해로 78세의 생일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