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겪고 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지구의 풍경은 오히려 전보다 좋아졌다고 한다. 사람들의 왕래가 제한되고, 각종 산업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대기와 수질 오염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 3월,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는 자연의 가치를 되살리고, 회복과 치유를 소망하는 전시를 개최했다. 문화역서울 284 예술감독,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등으로 활약한 김노암 감독이 총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저마다 작품 색과 철학으로 주목받는 현대 미술가 5인이 참여했다. 주제는 <별 많은 밤 지구를 걷다>로, 비대면 시대에 맞게 모든 작품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다.

ⓒ아트스페이스 휴 ⓒARTSPACE HUE

전시 관람 링크

 

 

전시장 걸으며 꿈꾸는 인류와 자연의 공존

ⓒ아트스페이스 휴 ⓒARTSPACE 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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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관에 입장하면 별이 가득 보이는 밤하늘 아래, 마치 신비로운 동굴로 들어서는 듯한 좁은 입구가 관객을 기다린다. 그렇게 관객의 입장을 재촉하고, 몰입을 돕는 좁은 복도를 지나 본격적인 온라인 전시의 막이 오른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해 5개 공간 속 작품들을 둘러보며 자연스레 ‘인류와 자연의 공존’, ‘자연의 감각이 선사하는 치유’라는 질문과 답을 마주한다.

 

 

1관 | 한승구 작가 ‘나무를 심고 건강한 비료를 주며 생태도시(eco-city)를 꿈꾼다’

ⓒ아트스페이스 휴 ⓒARTSPACE 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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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가 심은 나무에 고한용(1903~1983)이 생태 친화적 비료를 주며 시작된다. 독일의 예술가로서 조각, 드로잉, 설치미술, 행위예술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친 요제프 보이스는 교육가, 정치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한 인물. 그는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고 주장하며 ‘사회 조각’이라는 확장된 예술 개념을 통해 사회의 치유와 변화를 꿈꾸었다. 짧지만 같은 시기에 활약한 고한용(1903~1983)은 한국 최초의 다다이스트*로 꼽히는 예술가다. 개성 출신으로 일본 도쿄에서 유학한 후 문학가로서 ‘고따따’라는 필명으로 국내에 다다이즘을 여러 차례 소개했다.

이런 두 사람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도시와 자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일찌감치 고민하고 이를 위한 작은 실천을 펼쳤다는 사실. 요제프 보이스는 1982년 독일에서 도시 곳곳에 ‘미래의 생명’을 의미하는 떡갈나무와 ‘과거’를 뜻하는 현무암 기둥을 세우는 <7천 그루의 떡갈나무> 프로젝트로 도시와 자연의 공존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으며, 고한용은 1959년에 예술가로서 국내 최초로 자연 친화적인 생태비료 배양장치 특허를 획득한 후 평생 조그만 정원을 가꾸며 자연과 인간이 모두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생태비료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한승구는 요제프가 심은 나무와 고한용의 생태비료 장치를 현대적인 3D 그래픽으로 오마주하여, 인간과 자연의 상생, 기술과 자연의 선순환 가능성을 재현한다.

* 다다이스트(dadaist): 다다이즘(Dadaism)을 추구하고 신봉하는 사람. 다다이즘은 20세기 초 기성의 권위, 도덕, 형식 등을 거부한 예술운동

 

 

2관 | 김창영 작가 ‘역대 길었던 장마’

ⓒ아트스페이스 휴 ⓒARTSPACE 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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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관에서는 부드럽고 고요한 이미지의 추상 회화가 관객을 반긴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뉴욕에서 활동했던 그가 한국에 돌아와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마주한 자연 풍경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다. 제목은 ‘역대 길었던 장마’. 변해버린 자연 환경으로 인해 과거 기억과 전혀 다른 계절감과 시간 감각을 느끼는 오늘을 되돌아보게 된다. “(전략) 우리는 더 이상 계절을 통해 시간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어느 해 여름의 역대 길었던 장마 속에서도 생명은 그들이 본래 생긴 모습 그대로 운동한다. 빛과 어둠이 서로 기대어 존재한다.”

 

 

3관 | 이은 작가 ‘달이 춤춘다’

ⓒ아트스페이스 휴 ⓒARTSPACE 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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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은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사방 벽과 천장, 바닥이 온통 작품으로 이루어진 것. 바닥에 물감을 흩뿌려 사유의 장을 확장하는 방식의 평면 회화 작업을 하는 이은 작가의 작품으로 달과 별무리를 나타낸 화려한 색감과 흩뿌림의 흔적이 몽환적인 기분을 자아낸다. 우주와 시간의 변화를 품은 과학의 대상으로, 인류 역사 영원한 낭만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달’을 그가 포착하고 채집한 찰나가 360도로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오롯이 재현되어 있다. 여기서 시그니처 롤러블TV 버튼을 클릭하면 가전과 작품이 하나되는 순간도 볼 수 있다.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기 전 숨은 공간에 또 다른 작품 ‘달빛은 순간에 범람한다’(2020)가 전시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자. “달은 숨구멍이다. 화면에 뜬 푸른 달의 기운으로 푸른 꽃이 점점 피어난다. (후략)”

 

 

4관 | 이상권 작가 <Silver&White Landscape>

ⓒ아트스페이스 휴 ⓒARTSPACE 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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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관에는 회화와 일러스트, 여러 미디어의 삽화를 그려온 이상권 작가의 작품 7점이 전시되어 있다. 뽀득뽀득 눈길을 걷고 있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백색과 은빛으로 물든 눈 내리는 숲길 풍경이 이내 도래할 봄의 시간을 차분하게 기다려주는 듯하다. 도시의 불빛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 오히려 삶을 위한 진정한 휴식과 생명의 잠재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겨울 숲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 길,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길로 가득하다. …”

 

 

5관 | 이경민 작가 ‘Coloring Live’

ⓒ아트스페이스 휴 ⓒARTSPACE 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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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시 공간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것은 인터랙티브 작품 ‘Coloring Live’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경기도 연천군 동이리 주상절리*가 바로 이어진 폭우에 휩쓸려 인간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겨진 채 맞이하는 겨울과 봄을 온라인 갤러리에 옮겨 놓았다. 출판, 디지털 매체, 설치, 평면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 이경민의 작품으로, 작가가 주상절리에서 직접 수집한 자연물과 인공물의 오브제로 아카이브를 세우고 관객들이 직접 컬러링 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 풍경이 완성되도록 구성했다.

* 주상절리: 용암이 급격하게 식어서 굳을 때 육각 기둥모양으로 굳어져 생긴 지형.

 

 

이번 <별 많은 밤 지구를 걷다>는 온라인 전시로 마련된 만큼 간단한 조작을 통해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으며, 공간별로 작가의 작품 소개와 이에 대한 수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사운드 큐레이터 한수지와 Kayip가 작품을 청각화한 음악은 공간 및 작품과 잘 어우러지며 몰입의 깊이를 더한다.

코로나19로 변화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더욱더 일상의 회복과 평안을 간절히 바란다. 시공간 제약 없이 만날 수 있는 이번 디지털 전시 <별 많은 밤 지구를 걷다>는 ‘도시 속 자연’, ‘일상 속 예술’, ‘휴식과 사유’라는 여러 가치를 동시에 만족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뜻깊다. 4월 30일까지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LG 코드제로 A9S’, ‘LG톤프리’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추천작 공유 이벤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겨우내 쓰러진 나무들이 봄기운에 태양을 향해 가지를 틀고 새순을 피우듯, 별이 쏟아지는 밤을 걸어 찬란한 새벽을 맞이하듯 이번 전시를 통해 삭막한 오늘을 잊고, 평화로운 자연을 만난다.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별 많은 밤 지구를 걷다>

일시 2021년 3월 17일 ~ 6월 16일
전시 링크

 

본 콘텐츠는 LG전자로부터 원고료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