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갱스 오브 뉴욕>(2002)은 100여 년 전 출판한 허버트 애즈베리(Herbert Asbury)의 논픽션 <Gangs of New York: An Informal History of the Underworld>(1927)을 부분적으로 차용해 각색한 작품. 애즈베리는 이탈리아계 마피아가 금주법을 틈타 뉴욕을 장악하기 전인 19세기 뉴욕의 무법자들을 탐문하여 800페이지가량에 달하는 방대한 책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 책에는 뉴욕 뒷골목을 주름잡은 수많은 갱스터들의 이름(혹은 별명)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는 여성의 이름도 적지 않다.

그 중에도 ‘헬-캣 매기’(Hell-Cat Maggie)라는 인물은 영화 <갱스 오브 뉴욕>에서 날카로운 이빨과 고양이 발톱 모양의 장갑을 끼고 뉴욕의 파이브 포인트 광장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파이터로 등장한다. 그를 비롯해 18세기의 뉴욕에서 여성 갱스터로 유명세를 떨쳤던 세 명의 여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Hell-Cat Maggie(헬-캣 매기)

애즈베리의 저서에 따르면, 그는 1820년생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으로, 갱단 데드 래빗(Dead Rabbits)에 가담하여 바우어리 보이즈(Bowery Boys)와 수많은 길거리 싸움을 벌이다가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근거가 다른 신문기사나 문헌에 남아있지 않아서, 가공 인물이거나 다른 조직 ‘Little Forty Thieves’의 일원인 와일드 매기(Wild Maggie)와 동일 인물일 가능성도 있다. 그 이름은 유명세를 타고 널리 퍼져 술집이나 여성 상품의 브랜드로 애용되었고, 최근에 시판된 아일리시 위스키의 이름으로 다시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헬-캣 매기’ 위스키의 광고 문안

 

Gallus Mag(갈루스 마그)

본명은 알려지지 않은 채 ‘갈루스 마그’라는 별명으로 불린 그는 ‘The Hole in the Wall’라는 유명 바의 바운서(경비원)로 명성을 떨쳤다. 그가 일하던 술집은 1794년에 영업을 시작하여 동일한 장소의 브릿지 카페(Bridge Café)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최근까지 명소로 전해진 곳이다. 6피트(182센티미터)가 넘는 큰 키의 우람한 체격으로, 남장을 하여 당시 유행하던 서스펜더(멜빵) 브랜드 ‘Gallus’를 별명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말썽을 부리는 취객의 귀를 잡아 끌거나 물어 뜯어, 뉴욕 유흥가에서 가장 포악한 여성으로 악명이 높았다.

젊은 시절 갈루스 마그의 실제 사진
200여 년 역사의 뉴욕 명소, 브릿지 카페(Bridge Café)

 

배틀 애니(Battle Annie)

1870년대 아일리시 갱단 고퍼(Gopher Gang)의 일원으로, 본명은 애니 월시(Annie Walsh)다. 그는 ‘The Queen of Hell’s Kitchen’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수백 명의 무장한 여성 조직원을 동원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이 컸다. 그의 조직을 별도로 ‘레이디 고퍼’(Lady Gophers)라 부르기도 했으며, 라이벌 갱단과의 싸움이나 폭력적인 노동 쟁의와 같은 이권 사업에 무장한 여성 조직원들을 동원하여 악명을 떨쳤다.

배틀 애니의 경찰 기록사진(Mug shot)
아일리시 갱들이 활개치던 18세기의 뉴욕 파이브 포인츠(Five Poi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