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의 영광을 동시에 안은 영화 <노마드랜드>(Nomadland). 작년 9월 베니스 영화제 골든라이언 상과 토론토 영화제에서 피플스 초이스 상을 시작으로 170여 회의 경이로운 수상 실적을 안은 화제작이다. 안정된 일자리와 가정 생활을 버리고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저임금의 임시직 일자리를 따라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을 하는 미국의 유목민(Nomad) 문화를 그린 저예산 독립영화다. 이 영화에는 실제 오랫동안 유목민 생활을 경험한 비 전문배우들이 함께 출연하였고, 논픽션 다큐멘터리 같은 강렬한 캐릭터 묘사로 작품의 리얼리즘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여기에는 길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진실을 찾아 영화에 담은 세 사람이 있었다.

영화 <노마드랜드>(2020) 예고편

 

언론인 제시카 브루더의 르포 원작

이 영화 도입부에는 사회 구석구석의 현장 취재를 거쳐 뉴욕 타임즈나 와이어드(Wired) 같은 매체에 기고하는 르포르타주(Reportage) 언론인 제시카 브루더(Jessica Bruder)가 있다. 그는 3년 동안 자신이 록 밴드의 이름을 따 반 헤일런(Van Halen)이라 부른 캠핑용 밴을 타고 미국 전역의 약 3만 킬로미터를 돌아다니며 노마드(Nomad)의 삶을 취재했다. 이렇게 해서 출간된 논픽션 <Nomadland: Surviving America in the Twenty-First Century>(2017)은 뉴욕 타임즈 'Notable Book'에 선정되었고, 미국 최대 서점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의 디스커버리 어워드를 수상했다.

원작 <Nomadland: Surviving America in the Twenty-First Century>의 작가 제시카 브루더

 

트리플 크라운의 명배우 프란시스 맥도먼드

오스카상 2회, 에미상 2회와 토미상을 받으며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의 영예를 달성한 배우 프란시스 맥도먼드(Frances McDormand)는 우리에게 오스카 수상작 <파고>(1996)의 경찰 역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의 감독 로엘 코엔의 배우자이기도 한 그는 배우 피터 스피어스(Peter Spears)와 함께 제시카 브루더와 접촉해 영화화 판권을 사전 확보하여 영화 제작에 나섰다. 두 사람은 2017년 토론토 영화제에 참가했다가 여기에 출품된 영화 <The Riders>(2017)를 본 후 클로이 자오 감독을 낙점했다. 이들은 실제 '노마드'처럼 함께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2018년 가을, 4개월에 걸친 촬영을 마쳤다.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제작자 역할과 함께, 남편과 일자리를 잃고 노마드 생활방식을 받아들이고 자아를 발견하는 주인공 '페른'(Fern)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영화 <노마드랜드> 제작 후기 영상

 

디즈니에서 주목한 클로이 자오 감독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파헤친 이 영화의 감독은 의외로 중국인 감독 클로이 자오(Chloe Zhao)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는 데뷔작 <Songs My Brothers Taught Me>(2015)에서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살아가는 원주민의 삶을, 두 번째 영화 <The Riders>는 로데오 경기에서 정체성을 찾는 현대 카우보이를 소재로 하여, 미국 사회의 소외된 인생을 스크린에 담아 단번에 독립 영화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자오의 재능을 알아본 디즈니는 그를 고용하여 마블의 차세대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 영화 <이터널스>(Eternals)의 감독을 맡겼다. 그는 <이터널스> 제작에 들어가기 전 <노마드랜드>의 시나리오 집필과 제작을 완료했는데, 자신도 영화감독 데뷔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목민처럼 살았다며 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전했다. 이 영화 역시 단짝 촬영감독인 조슈아 제임스 리차즈(Joshua James Richards)가 함께 했다.

배우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감독 클로이 자오의 인터뷰 영상

클로이 자오 감독은 사우스 다코타주의 목장에서 데뷔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카우보이 브래디 잔드루(Brady Jandreau)와 친해졌다. 차기작 <The Riders>는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영화이며, 연기 경험이 전혀 없던 그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노마드랜드>에서도 세 사람의 실제 노마드가 연기자로 등장한다. 샬렌 스왱키(Charlene Swankie), 밥 웰스(Bob Wells), 린다 메이(Linda May)가 그들. 이들은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가 저예산 다큐멘터리인 줄만 알았지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 후보로 오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밥 웰스는 노마드 생활 방식을 전수하는 CheapRVliving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