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거대한 세계의 지형도를 그린다면, 그중 박다함이 차지하는 영역은 꽤나 넓을 것이다. 그가 명함을 판다면 공연기획자, 레이블 ‘헬리콥터레코즈’ 대표, 노이즈뮤지션, 디제이, 그밖의 다양한 수식이 우선순위 없이 아로새겨져야 한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박다함은 중학 시절부터 인천과 홍대를 오가며 ‘인디씬+@’란 복잡하고 드넓은 미로를 조금씩 헤쳐왔다. 이제 박다함의 행보는 한 문화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거나, 때론 창조하기에 이른다. 그런 그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플레이리스트를 얻어냈다.

Park Daham says,
“인천에서 태어났다.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컸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택시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울과 인천을 오가다 6년 전부터 서울에서 살기 시작했다. 서울을 가장 느끼는 순간은 택시 안에서 서울을 바라볼 때이다. 지하철 안에서 잠시 마주치는 서울의 풍경보다 택시를 타고 한강을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의 서울 풍경이 나에게는 더 깊게 스며든다. 피할 수 없이 택시를 타는 시간이 많아 택시 안에서 들은 노래, 비디오 따위 밤의 서울 택시 안에서 만난 시청각을 소개한다.”

 

1. 조월 <깨끗하게, 맑게> 

낮에는 주로 약속에 늦거나 들고 있는 짐이 많아 종종 택시를 탄다. 밤에는 주로 취했거나 집에 가기 힘들어 타는 경우가 많다. 택시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노래를 듣는 때가 있지만, 특별히 한강을 보고 있으면 생각나는 앨범이 있다. 새벽,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주로 들었다. '서울' 하면 생각나는 ‘모임 별’의 멤버 조월의 앨범 <깨끗하게, 맑게>를 들으면 강변북로가 생각난다.

조월 <깨끗하게, 맑게>에 수록한 '밤밤'

 

2. 아프리카 티비

밤에 집으로 갈 때는 기사님과 대화를 이어가기가 애매해 무언가를 시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아프리카 티비를 가끔 보았다. 지금의 아프리카 티비는 먹방이 대세인 것 같은데, 내가 주로 시청하는 시간엔 트랜스젠더 언니들의 방송이 많다. 언니들의 방송을 볼 때는 다행히(?) 시청자 수가 많지 않아 실시간으로 소통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정기적으로 방송하는 것도 아니고 저녁에 방송하는 분이 대부분이어서 집에 가는 길에 챙겨보곤 한다. 라디오를 대신할 수 있고 누군가 이야기하는걸 들으면서 집에 가는 기분이 좋아 자주 본다.

트랜스젠더 서우 <트랜스젠더 결심한 이유!>

 

3. 이은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미소처럼’ + ‘BCNMIX03 Magico’

원곡이 있는지 몰랐다. 영화 <반칙왕>을 본 뒤 이 노래만 기억에 남았다. 우연히 새벽 택시를 탔다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이게 원곡이라는 것을 알았다. 새벽 택시 안에서 흘러나오는 청승 맞은 노래를 좋아할 때가 있다. 덕분에 이런 저런 노래들을 많이 알아냈다. 그리고 가끔 듣는 새벽에 잘 어울리는 믹스셋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추천해본다. 원래 ‘K-발라드’에 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저녁-새벽-서울-택시 안에서 듣게 된다면 이해할 수 있는 게 이런 거구나,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은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미소처럼'

 

박다함은?
공연기획자, 노이즈뮤지션.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문래동에 위치한 공연장 로라이즈를 친구들과 함께 운영하고, 두리반에서 파생된 자립음악생산조합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2012년부터 독립음악레이블 ‘헬리콥터 레코즈’를 운영하고 있고, 2009년부터는 일본 밴드 P-heavy의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일본 아티스트와의 교류 및 한국 아티스트의 일본 투어를 진행한다. 2015년부터는 ‘아시안 뮤직 파티’라는 행사를 기획, 아시아의 음악과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공연을 만들고 있다.

▼ 박다함의 믹스셋을 들어보자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