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Adrian Samson

두아 리파의 <Future Nostalgia>가 디스코 소환의 불씨가 된 걸까? 팝 음악계는 물론, BTS의 ‘Dynamite’ 이후로 가요계에도 본격적으로 디스코가 등장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엔 반짝이는 의상과 미러볼,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 조명의 댄스 플로어를 중심으로 한 1970~80년대의 클럽 풍경이 재현된다. 춤추기 좋은 네 박자 비트에 전자 사운드를 곁들여 미래적인 느낌을 버무린 현대식 디스코다. 2020년, 뮤지션들이 과거를 재료 삼아 흥미로운 시도를 벌이는 가운데, 씁쓸하게 퇴장했던 디스코에 화려한 조명이 다시 비춘다.

 

새드 팝에서 춤을 부르는 디스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빌리 아일리시, 포스트 말론이 이끄는 다운템포 음악을 들으며 개인의 우울감과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을 어루만지곤 했다. 한 곳으로 흘러가던 음악 시장의 흐름을 바꾼 곡으로 두아 리파의 ‘Don’t Start Now’를 꼽기란 어렵지 않다. 이 곡의 제작자들은 한 바에서 열린 ‘디스코의 밤’ 행사에 참석한다. ‘역시 춤추기엔 디스코만 한 게 없다’라며 디스코를 주제로 한 곡을 만들기로 한다. ‘Don’t Start Now’는 발매된 이후, 마치 게임 체인저처럼 어둡고 내면의 얘기가 주를 이루던 팝 음악 신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한다. 위켄드의 정직한 디스코 트랙 ‘Blinding Lights’와 디스코가 가미된 도자캣의 ‘Say So’ 역시 ‘Don’t Start Now’와 비슷한 시기에 히트하며 디스코 부활에 힘을 실었다.

위켄드 ‘Blinding Lights’ 공연 영상 of 2020 MTV VMAs
두아 리파 ‘Don’t Start Now’

돌이켜보면, 디스코의 명맥은 가늘지만 계속 유지되어왔다. 마돈나가 있었고, 그 뒤에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디스코를 소환하는 움직임이 커진 적이 있던가? 앞서 소개한 디스코로부터 영향을 받은 곡들이 모두 빌보드 핫 100 차트 1, 2위를 찍으며 성공한 영향일 수도 있고, 비대면 시대의 우울함을 춤으로 이겨내고 있는 걸 수도 있겠다. BTS도 신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악으로 펑크와 디스코를 택해 ‘Dynamite’를 선보였다. 레이디 가가, 마일리 사이러스는 물론 두아 리파에게 영향을 준 디스코 여신 카일리 미노그도 올해 디스코 음악으로 귀환했다. 지난 8월에 열린 VMA(Video Music Awards)는 디스코가 스며든 2020년 상반기 음악 시장을 되돌아보는 데 좋은 예다. 무대를 구현한 기술력은 흡사 2030년 같지만, 음악에서는 1970, 80년대의 무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레이디 가가 VMA 공연 영상(2020)
마일리 사이러스 ‘Midnight Sky’ 공연 영상 of 2020 MTV VMAs
카일리 미노그 ‘Real Groove’

 

쏟아지는 디스코 음악 중 보물 찾기

Róisín Murphy <Róisín Machine>

디스코 음악이 쏟아지는 가운데, 반짝이는 보물 같은 음반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로이진 머피(Roisin Murphy)는 앞에 나열된 대형 팝 스타와는 다르다. 그는 94년부터 활동해온 자신만의 색이 확실한 뮤지션이다. 다섯 번째 앨범 <로이진 머신>에서 섬세하고, 화끈하며 진정어린 자세로 디스코를 대한다. 과거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소외 계층들은 디스코 음악에 맞춰 실컷 춤을 추며 자유와 쾌락주의에 손을 뻗었다. 로이진 머피와 앨범의 프로듀서 DJ Parrot은 1990년대 초 이런 클럽 문화를 즐겼던 행복한 기억을 머금고, 인생 파티를 열어줄 디스코 음악을 완성했다. 곡마다 같은 비트가 없고, 분위기가 처지는 순간이 없다. 그중에서도 차분히 끓어오르는 비트의 ‘Murphy's Law’와 매혹적인 보컬과 오케스트라 세션이 센슈얼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Narcissus’를 추천하고 싶다.

로이진 머피 ‘Narcissus’
로이진 머피 ‘Murphy's Law’

바로 디스코 유행 덕분이다. 디스코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메이저 신에 속하지 않은 로이진 머피의 앨범도 더 많은 조명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에 디스코의 재료만을 추출해 잠깐의 춤이 되어줄 음악들도 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댄스 음악을 찾는다는 통계가 있듯이 앞으로의 상황에 디스코의 운명도 달려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랜만에 팝 음악계에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70, 80년대의 디스코를 잇는 흐름이 얼마나 오래갈지, 얼마나 더 커질지 흥미롭게 지켜보자.

 

Writer

소니뮤직 코리아 팝 마케팅 팀에서 근무했음. 월드뮤직, 해외의 서브컬쳐 음악과 인디 음악이 취향입니다. 취향을 살려 아주 작은 해외음악 레이블을 혼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