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열차에 탑승하여 날뛰던 좀비들이 최후를 맞은 것도 잠시, 아직 도시 곳곳에는 괴상한 존재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일단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따르고, “나만 살면 된다”는 비명을 지르며 날뛴다. 휴대폰처럼 생긴 무기를 들고 무절제한 전쟁에 참여한다. 권력에 눈이 멀어 진실을 외면한 채 이리저리 배회한다. 새로운 좀비인가? 싶지만 한편으론 낯설지 않은 존재들이다.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지금,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도시•도시인> 전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이 존재들을 직접 확인해보자.

<검은 질주>(2000) 유비호. 개인들이 태양으로부터 달아나려는 듯 숨이 차오르도록 제자리 뛰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일방적이고 획일화된 집단문화에 속한 개인의 내면 상태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Adjective Life - Out of Frame>(2007) 함양아. 유명한 큐레이터의 초콜릿 두상에 달려드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통해 달콤한 권력에 반응하는 개인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SeMA 소장작품 기획전 <도시•도시인>은 우리 사회에서 좀비로 은유되는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그것이 태어나는 사회 배경에 주목한다. 특히 올해 북서울미술관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주변성', '경계성'에 대한 고찰로 시작한 이번 전시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품은 한국 현대미술작품들을 시대, 장르, 양식에 상관없이 선별했다. 선별한 작품들은 각각 '영원한 노예', '욕구만 남은 몸', '보이지 않는 사람들', '편의점 인간', '희망적 파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좀비화된 면모들을 표현한다. 도시의 블록처럼 구역을 나눈 전시장에서 관객들은 마치 길을 걷다 마주치듯 좀비화된 작품의 존재를 더욱 실감나게 바라볼 수 있다. 

<좋은, 살인 #28>(2008) 노순택. 폭력과 살인의 상징인 무기들이 그것의 실제적인 의미는 휘발된 채 단순한 구경거리이자 유희의 대상이 되는 장면을 포착하여 군사페스티벌의 모순을 지적한다
(왼쪽부터)<무제#08>,<무제#12>(2013) 이지양. 우리가 사회적으로 견디고 있는 외부적인 힘, 압력을 시각화한다. 다양한 직업군의 유니폼을 입은 이 사람들은 거꾸로 매달렸지만 똑바로 서있는 듯이 포즈를 취해야 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도시•도시인>은 소비자본주의나 권력에 의한 소외, 주체성 상실 같이 현대 도시에서 확산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시각화하고 그로부터 야기되는 문제를 풍자한다. 이는 나아가 좀비로 비유한 도시인들에게 기존의 틀을 깨고 인간다움 회복의 기회를 제시하는 것과 같다. 더는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차가운 좀비가 될 것인가, 현상을 직시하고 사회를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도시’인’이 될 것인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전시장 내부 전경
일시 2017.01.17~2017.03.26 (매주 월요일 휴관)
시간 평일 10:00~20:00, 토일공휴일 10:00-19:00
요금 무료
문의 02-2124-5270
주소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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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자료제공=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