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닉'(Sputnik)은 러시아의 세계 최초 인공위성으로, 미국의 '아폴로'처럼 러시아 우주 개척 역사의 상징성을 가진 이름이다. 러시아의 신예 감독 에고르 아브라멘코(Egor Abramenko)는 3년 전 인터넷에 공개했던 콘셉트 단편 <The Passenger>(2017)을 통해 우주 궤도여행에서 귀환한 비행사의 몸에 숨어서 지구로 들어온 에이리언을 묘사했는데, 이 콘셉트를 확장한 영화 <스푸트닉>(2020)으로 자신의 첫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2020년 4월 뉴욕의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시연하기로 예정되었으나 COVIC-19로 인해 영화제가 무기한 연기되어, 그 대신 러시아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했다.

러시아에서 성공적인 온라인 데뷔를 치른 뒤 애플 TV와 아마존 서비스를 통해 미국 시장에 공개된 이 러시아 영화는 로튼토마토 88%의 평점을 받으며 상당히 잘 만든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존 카펜터 감독의 <Starman>(1984)이나 <에이리언>(Alien) 시리즈로 대표되는 SF 호러의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상당히 독창적인 디테일을 보여주었다는 평이다. 특히 1980년대 구소련의 숨막히는 통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역시 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미지의 존재인 에이리언의 행동 양식을 분석해 인간 숙주로 삼은 우주 비행사 '콘스탄틴'과 이를 인간으로부터 분리하려고 하는 정신심리학자 '타티아나' 박사가 대립하는 역할 설정은 <에이리언> 시리즈의 영웅 '리플리' 캐릭터를 떠오르게 한다. '타티아나'를 연기한 오크사나 아킨쉬나(Oksana Akinshina)는 러시아의 아역배우 출신으로, 영화 <본 수프리머시>(2004)에서 본에게 살해당하는 러시아 정치인의 딸로 단역을 맡기도 했다.

영화 <스푸트닉>의 콘셉트 단편 <The Passenger>(2017)

영화 <스푸트닉>에 등장하는 우주 생명체의 디자인 또한 화제다. 콘셉트 단편 <The Passenger>의 앙증맞고 인형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 H.R.기거의 성체 <에이리언> 지노모프(Xenomorph)를 떠올리는 공격성과 무서운 외양을 갖췄다. 그는 자신의 신체를 최소화하여 인간의 식도 안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인간의 입을 통해 밖으로 기어나와 원래의 크기로 팽창하며, 인간의 뇌를 공격하여 공포심에서 유발되어 생성되는 코티솔(Cortisol) 호르몬을 먹는다.

영화 <스푸트닉>에서 모습을 드러낸 에이리언

영화 <에이리언>과 유사하게, 구소련 군부 역시 에이리언을 숙주 인간과 분리하여 통제하고 이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에이리언과 인간 숙주는 서로 동화되고 공생하게 되어 억지로 분리하게 될 경우 둘 다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스푸트닉>의 외계 생명체 디자인은 러시아의 VFX 디자인 하우스 Main Road Post에서 맡았으며, 뱀과 코모도 도마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둘이 우주로 보냈는데, 셋이 돌아왔다”는 섬뜩한 슬로건과 함께 에이리언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초반 긴장감과 몰입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스토리의 힘이 떨어지고 과잉 살육과 일방적인 탈출극이 전개된다. 초반에 잔뜩 기대를 갖게 하고는 후반으로 갈수록 B급 고어영 화처럼 변질된다는 평이다. 애플TV에 공개되었던 첫 주에 다섯 번째 순위에 오르며 선전한 만큼, 할리우드의 제작팀이 전편의 콘셉트를 기반으로 속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