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닌 운이 드디어 바닥이 난 것일까? 도서관에서 읽었던 낡은 책, 까뮈의 <페스트> 같은 상황이 도래했다.

나에게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조금 지루하고 평범한 삶조차 이젠 추억할 거리이자 불확실한 미래로 변모했다. 지루한 삶 속에서도 잠시 종교 같은 구원, 혹은 무한한 정열과 사랑을 체험하게 했던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공연을 가는 행위였다.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낯선 타인들과 뒤엉켜 부르는 노래의 짜릿함, 그리고 오직 낯선 우리만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아티스트가 있다는 건 이번 한 달을, 이번 한 해를 견뎌낼 용기를 주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의 축복이라 생각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수많은 공연이 취소됐고, 나를 포함한 많은 팬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음악을 생계로 삼고, 공연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며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음악이란 러브레터를 띄우던 아티스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모닥불의 불씨를 살리듯 작게나마 공연을 이어가기 위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 다양한 대안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전 어두운 조명 아래 침을 삼키며 기대감으로 뭉쳐진 관객들이 뿜어내는 공기, 그리고 공연이 시작된 후 음악에 맞춰 두 눈앞에 비처럼 쏟아지는 조명을 맞이하는 설렘과 아티스트의 목소리에 따라 호흡하던 기쁨의 구연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아티스트와 팬들, 그리고 공연장은 지독히도 얽힌 그리움의 삼각관계인데 병마란 벽에 막혀 만날 수가 없다니,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이 많이 활동하는 홍대는 라이브 공연이 급격히 줄어들며 인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공연장 역시 패닉에 휩싸였다. 수많은 아티스트와 관객들의 추억이 쌓여온 홍대의 작은 공연장들. 홍대 인근의 소규모 공연은 지난 5~6월 2개월간 45건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단어 '언택트'라는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도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공연이 사라진 공연장, 설 무대가 사라진 아티스트, 그리고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팬들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SK그룹의 사회 안전망 프로젝트 일환으로, <스테이지앤플로(stage&FLO : Hongdae): 홍대를 옮기다>는 언제 어디서나 홍대 공연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음악 소비 형식인 랜선 콘서트로 기획됐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 시국, 비록 진짜 공연장의 설렘을 옮기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언택트 시대에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보내는 한 곡의 희망 같은 멋진 공연 영상을 사회 분위기에 지친 사람들이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시작은 SK그룹사와 FLO의 구성원들이 함께 시작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상 인디 아티스트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100팀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숫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함께 공연에 목말라하고, 온라인으로나마 팬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들의 힘이라 생각한다.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티스트와 명곡들을 발견하는 낯설지만 새로운 기쁨을 더 많은 분들이 느끼시길 바라며 프로젝트에 참여해준 아티스트에게 수줍은 감사의 인사를 담은 소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스테이지앤플로> 티저 영상

세상엔 우리가 찾아들어야 할 좋은 아티스트가 많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유행과는 무관하게 지금 우리의 음악 신에는 정말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의 영상물이 아티스트분들, 음악 신의 지금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FLO app과 Cakepop 유투브에서 스테이지앤플로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Writer

음악 콘텐츠 PD, 하루키스트, Psychedelic rock. <중경삼림>의 영원한 팬. 읽고 듣고 보고 쓰는 것들을 좋아한다.
Stage&FLO 프로젝트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