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유명했던 영국 밴드 다이아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마크 노플러. 그는 런던의 한 클럽에서 들었던 무명의 재즈 밴드 이름에서 영감을 받고 그들의 데뷔곡 ‘Sultans of Swing’을 만들었다. ‘스윙 재즈를 연주하는 이슬람왕’이라는 매우 특이한 의미였는데, 알고 보면 미국에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에 이르러 이슬람으로 개종한 재즈 뮤지션들이 상당히 많았다. 인종차별 문제로 얼룩진 시카고,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같은 대도시의 재즈 뮤지션 중 상당수가 인도에서 건너온 이슬람 종파 아마디야(Ahmadiyya)로 개종하였고, 사람 간의 차별을 두지 않는 이슬람 신앙생활을 통해 삶의 목표와 안정된 생활을 찾았다.

1942년 개종한 최초의 이슬람 재즈 색소포니스트 린 호프(Lynn Hope)

디지 길레스피, 존 콜트레인과 같은 유명한 재즈 스타들도 한때 이슬람교의 영향을 받았지만, 평생 이슬람교에 몸담은 대표적인 재즈 뮤지션 세 사람은 따로 있다. 이들은 함께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순례 여행을 다니며 이슬람 교리에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의 음악이나 생활 양식 또한 종교적인 영향을 받았다.

 

아트 블레키(Abdullah ibn Buhainah)

약 35년 동안 재즈 메신저의 리더로 웨인 쇼터나 자니 그리핀 같은 전도유망한 뮤지션들을 발굴하여 유명해진 재즈 드러머 아트 블레키(Art Blakey). 그는 서부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1947년에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원래는 3개월 가량 여행하기 위해 여행지를 갔다가 거의 2년을 머물며 아마디야(Ahmadiyya) 선교사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 후일 <다운비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슬람으로 개종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나는 어릴 때부터 기독교 교회에 내던져져 어떠한 선택권도 없이 그것이 나의 살아갈 길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기독교도가 되기는 싫었다. 그래서 아프리카로 건너가 종교와 철학을 배웠다. 드럼을 배우기 위해 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이슬람과 관련이 깊은 용어인 메신저(The Jazz Messengers)라는 이름의 하드밥 밴드를 이끌었는데, 당시 밴드 멤버들과 함께 쿠란을 공부하며 그들을 인도에서 들어온 이슬람 종파인 아마디야 커뮤니티로 이끌었다. 이슬람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재즈 뮤지션 아마드 자말과 인연을 맺으면서, 두 사람이 함께 성지를 순례하고 그곳의 종교와 음악을 공부하기도 했다.

Art Blakey & Jazz Messengers의 히트곡 ‘Moanin'’ 실황

 

아마드 자말(Ahmad Jamal)

현재 아흔의 나이에 여전히 현역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인 그는 스물아홉이던 1959년, 아트 블레키와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다가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무슬림 양식의 이름을 받아들였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 그의 대표 앨범 <At the Pershing: But Not for Me>(1958)의 상업적 성공에 힘입어, 시카고에 이슬람 양식의 극장식 클럽 'The Alhambra'를 열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70여 장의 음반을 남긴 현존하는 재즈 피아노 레전드이며, 종교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은 그의 스타일은 미니멀리즘 또는 선(Zen)로 불리기도 한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삽입되기도 했던 Ahmad Jamal의 대표곡 ‘Poinciana’(2014)

 

유세프 라티프(Yusef Lateef)

색소폰, 오보에, 플루트 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의 다양한 전통 악기를 연주하던 그는, “월드뮤직이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전에 월드뮤직을 연주하였다”는 독특한 뮤지션이었다. 디트로이트에서 음악 활동을 하면서 그곳에 퍼진 아마디야(Ahmadiyya) 교리에 깊은 믿음을 가지면서 이슬람으로 개종하였다. 'Autophysiopsychic Study'이란 생소한 음악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딴 그는 매사추세츠 대학과 햄프셔 칼리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세계음악에 대해 많은 저서를 남긴 학자이자 재즈 뮤지션이었다. 2013년에 93년의 생을 마감한 그는, 재즈 또는 재즈 뮤지션이란 단어를 싫어할 정도로 음악의 탈장르와 보편성을 강조했다.

평생 음악을 연구하고 이슬람의 영적인 삶을 영위한 유세프 라티프 다큐멘터리

유세프 라티프의 햄프셔 칼리지 학생 중 한 명인 파커 맥퀴니(Parker McQueeney)의 논문 'The Sultans of Swing: The Prophetic and Aesthetics of Muslim Jazz Musicians'(링크)에서 이슬람 문화와 종교의 영향을 받은 재즈 앨범들을 엿볼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세 명의 뮤지션 외에도 케니 클락(드럼), 재키 맥린(색소폰), 프랭크 모건(색소폰), 케니 도햄(트럼펫) 역시 이슬람 양식의 이름을 가지고 이슬람 모자인 '쿠피'를 쓴 채 무대에 오른 '술탄 오브 스윙'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프랑스 마르시악 재즈 페스티벌에서 협연한 아마드 자말(피아노)과 유세프 라티프(플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