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불륜 치정극이다. 이들은 영화 제작사의 포트폴리오에서 빠지지 않고 비슷한 제목과 스토리라인으로 제작되나, 평론가의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물론 이중에도 상투적인 소재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고 상업적 성공을 이룬 영화들도 있다. 배우들의 명연기나 섬세한 심리 묘사로 시대의 아이콘이 된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위험한 정사>(Fatal Attraction)

삼각관계를 연기한 세 배우(글렌 클로즈, 마이클 더글라스, 앤 아처)

영국 단편영화 <Diversion>(링크, 1980)을 장편 스릴러로 제작해, 제작비의 스무 배가 넘는 3억 2천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으로 그해 최고의 상업 영화가 되었다. 가족들이 집을 비운 사이 잠깐의 일탈을 즐긴 남자가 그 대가를 치른다는 내용으로, 남자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알렉스' 역 글렌 클로스의 헤어스타일과 섬뜩한 연기가 화제를 모았다. 경계성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를 교과서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다. 반면에 여성 단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싱글 여성을 사이코패스로 묘사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영화 <위험한 정사>(1987) 예고편

 

<퍼펙트 머더>(Perfect Murder)

삼각관계의 세 배우(마이클 더글라스, 기네스 팰트로, 비고 모텐슨)

히치콕 감독의 <다이얼 M을 돌려라>(1954)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으로 완전히 새롭게 리메이크한 영화. 마이클 더글러스가 외도 중인 부유한 아내를 살해하고 유산을 가로채려는 '나쁜 남자'로 나오고, 오리지널 영화에서 그레이스 켈리가 맡았던 아내 역은 기네스 팰트로가 맡았다. 후일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 역으로 뜬 네덜란드 배우 비고 모텐슨이 불륜남으로 등장한다. 로튼토마토 56%의 지지율로 평론가들의 평가는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박스오피스 1억 3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선전하였다.

영화 <퍼펙트 머더> 예고편

 

<언페이스풀>(Unfaithful)

다이안 레인과 올리비에 마르티네즈

프랑스 영화 <Unfaithful Wife>(1969)을 뉴욕 배경으로 리메이크한 영화로, 매력적인 바람둥이 프랑스 남자(올리비에 마르티네즈)에 우연히 마음을 뺏긴 정숙한 아내(다이안 레인)와 이를 시기하는 성실한 가장(리차드 기어)의 이야기다. 진부한 스토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오랜만에 출연한 다이안 레인의 연기가 호평을 받으며 박스오피스 1억 2천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었다. <위험한 정사>의 애드리안 라인(Adrian Lyne) 감독이 자신의 <나인 하프 위크>(1986)를 잇는 감각적인 연출로 유명한 영화다. 마지막 결말을 대여섯 가지로 설정하고, 마스터 테이크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다가 결국 모호한 오픈 엔드로 마무리했다.

영화 <언페이스풀>(2002) 예고편

 

<나를 찾아줘>(Gone Girl)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인기 작가 길리언 플린(Gillian Flynn)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3억7천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린 그의 최고 성공작이다. 젊은 여자와 바람피우는 무능한 남편(벤 애플렉)을 자신 만의 방법으로 응징하는 아내(로자먼드 파이크) 이야기로, 2시간 반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마지막의 반전으로 향한다. 직접 극본을 맡아 다수의 상을 받은 작가 길리언 플린은,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은 선하다는 미디어의 젠더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싶었다”며 여성 작가로서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영화 <나를 찾아줘>(2004) 예고편

 

<프랙처>(Fracture)

호화 저택에서 연기하는 앤서니 홉킨스와 라이언 고슬링

형사와 내연의 관계에 빠진 아내를 총으로 살해하고도 법의 맹점을 이용해 무죄로 방면되는 부유한 항공 엔지니어와 신참 검사 간의 대결을 다루었다. 영화 초반에 바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불륜 자체보다 살인 이후의 법적공방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스토리의 타당성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으나, 앤서니 홉킨스와 라이언 고슬링의 팽팽한 연기 대결에 힘입어 로튼토마토 71%의 호평을 받았다. 제작비 1천만 달러 규모의 크지 않은 예산으로, 박스오피스 수입 9천 2백만 달러의 성공을 거두었다. 복잡한 통로를 따라 구슬을 굴려 보내는 정교한 기계장치가 자주 등장하는데, 범인이 높은 지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 <프랙처>(2007)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