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감독 켄 번스(Ken Burns)는 미국 역사 외에도 야구, 재즈, 컨트리 뮤직 같은 가장 미국적인 문화나 국립공원, 자유의 여신상 같은 미국의 풍광을 작품 소재로 삼는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어릴 적부터 독서를 통해 통찰력을 키웠고, 17살에 생일 선물로 받은 8mm 무비 카메라로 촬영 기법을 배웠다. 대학 졸업 후 친구들과 함께 영화사 Florentine Films를 설립해 BBC, PBS 등 방송사와 계약하며 기록영화 제작 일을 시작했다. 제작 현장에서 40년을 훌쩍 넘긴 그는 이제까지 아카데미상 후보에 두 차례 올랐고 에미상을 두 차례 받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서부>(Ken Burns Presents: The West, 1996)

켄 번스가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이 흩어져 살던 16세기부터 본격적인 이주가 진행된 19세기까지 미국 서부 개척사를 8부작으로 집대성했다. 제작팀은 제작기간 중 16만 Km를 이동하며 72명의 전문가와 인터뷰하고, 250시간 분량의 방대한 영상을 수집하고 제작했다.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과의 갈등, 멕시코 전쟁, 골드러시, 모르몬교의 집단 이주, 대륙 횡단철도 건설 등 서부 개척사의 주요 사건들을 상세히 담았다. 미국 공영방송 PBS 채널에 첫 방영할 때 무려 3,800만 명이 시청해, 자신의 뿌리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다큐멘터리 <서부> 예고편

 

<남북전쟁>(The Civil War, 1990)

현재의 미국을 만든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남북 전쟁을 9부작으로 다룬 걸작이다. 미국에서만 3,900만명이 최소 하나 이상의 에피소드를 시청하여 PBS 역대 최고 다큐멘터리로 남았고, 에미상과 그래미상을 포함해 약 40여 건의 수상 실적을 거두었다.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라 불리는 매튜 브래디(Mathew Brady)가 남긴 수천 장의 참전 사진을 바탕으로, 연방 해체 및 분단의 위기를 극복하게 된 참혹한 내전의 모습을 상세히 담았다. 다큐멘터리 방영 후 미국 내에서 한동안 잊혀진 남북전쟁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일어났고, 서적 출판이나 관련 행사 붐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다큐멘터리 <남북전쟁> 예고편

 

<전쟁>(The War, 2007)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병사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쟁의 기억을 7부작으로 담았다. 태평양, 아프리카, 유럽 등 미국 병사들의 참전 지역을 따라 다니면서, 전쟁이 그들과 가족에게 남긴 아픈 기억과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함께 조명했다. 하지만 미국인의 시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바라보았고, 히스패닉, 아메리칸 인디언, 여성 등 마이너리티에 대한 영향이나 그들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전쟁> 예고편

 

<금주법>(Prohibition, 2011)

금주법이 시행된 1920년부터 1933년 사이의 미국은, 이른바 재즈 에이지,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 무법의 10년이라 부르던 시기였다. 이 3부작 다큐멘터리는 남북전쟁 시기부터 조직화된 금주 운동부터 금주법의 제정 및 실시, 이 기간에 밀주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갱단이나 당국의 위선적인 행동과 부패 문제 등을 주로 다루었다. 뉴욕 타임즈의 발행인 다니엘 옥렌트(Daniel Okrent)의 저서 <Last Call: The Rise and Fall of Prohibition>을 바탕으로 했고, 재즈 뮤지션 윈튼 마살리스가 음악을 맡았다.

다큐멘터리 <금주법> 예고편

 

<베트남 전쟁>(The Vietnam War, 2017)

미국 역사의 가장 어둡고 아픈 시기인 베트남 전쟁을 집대성한 역작이며, 스크립트를 집필한 저프리 워드(Geoffrey Ward)의 저서 <The Vietnam War: An Intimate History> 출간과 동시에 방영되었다. 제작기간 10년에 걸쳐 3,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되었고, 2만 4,000장의 사진과 1,500시간 분량의 영상을 검토하여 10부작으로 제작되었다. 북베트남과 남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인터뷰를 포함하여 당사자들의 입장을 편견없이 담으려 했고, 당시 유행했던 밥 딜런, 사이먼 & 가펑클 등의 반전 음악 120곡을 함께 들을 수 있다. 로튼토마토 98%의 승인율을 포함하여 많은 언론들이 찬사를 보냈다.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 예고편

위에 소개한 켄 번스의 다큐멘터리 다섯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자막과 함께 감상할 수 있으며, 유튜브에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