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너무 길고 고된데 유튜브 영상은 너무 길고, 포털사이트 웹툰도 무겁다. 단 몇 장의 그림과 한두 줄의 문장만으로 일상의 단비 같은 웃음과 공감을 준다는 점에서 인스타툰은 이제 웹툰 작가들의 대세 플랫폼이 되었다. 창작자와 독자가 서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각자 다른 생활 영역에서 저마다의 관점으로 하루를 그리는 일상툰 작가들을 모아봤다.
<키니일기>
<키니일기>는 작가 멍디의 반려견인 갈색 푸들 '키니'의 일상을 그리는 일상툰이다. 이름은 멍디가 키니를 처음 봤을 때 그 모습이 치킨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것으로 '치킨이(치키니)'의 '키니'. 풋사과와 고구마를 사랑하고, 멍디의 손에 간식이 없으면 애교 파업을 피우기도 하는 장난끼 많은 강아지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삶은 이야기 속에 거의 드러나지 않고, 오롯이 강아지 키니와 반려인 멍디의 풋풋한 일상이 중심이 되어 한 컷, 한 컷이 흘러가다 보니, 그림을 보다 보면 지친 일상으로부터 온전히 분리되어 내가 직접 키니를 키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림과 함께 키니를 찍은 실제 사진과 동영상도 함께 올라와 상상력을 채워준다.
<키니일기> 인스타그램
<삼우실>
<삼우실>은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직장에서의 일상을 그리기 때문이다. 2017년 SNS 팀에서 처음 만나 카드 뉴스를 제작하던 김효은 기자와 강인경 디자이너가 점차 협업 콘텐츠를 늘려가던 중에 <삼우실>도 함께 만들게 되었다. <삼우실>의 배경은 '대팔 기획'이라는 회사다. 누가 봐도 꼰대 같은 인물 '구 대표'와 '조 상무', 워킹맘 '김 과장', 늘 야근에 시달리는 '일만 사원', 소심한 막내 '꽃잎 사원' 등이 등장인물이다. 비록 실화는 아니지만 언제인가 내가 직접 겪었을 법한 상황, 어디에선가 봤을 법한 익숙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직장인들에게 큰 공감을 준다. 물론 회사 생활을 그린 일상이 유쾌하지만은 않을 터. 다행인 것은 주인공 '조용히'가 할말 다 하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그 이름처럼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도, 주말에는 상사의 전화를 받지 않고 원치않는 회식을 단호하게 거절할 줄도 아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는 이의 답답한 기분까지 풀어준다.
<삼우실> 인스타그램
<사연그리는 간호사 비자>
누구나 공감할 수는 없지만, 누구의 곁에나 있고,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인스타툰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간호사들의 일상을 그린 <사연그리는 간호사 비자>가 그것. 작가 비자는 지방 병원에서 임상 간호사로 근무 중인 실제 간호사로 병원에서 겪은 힘든 일들과 갖가지 사연들을 동료 간호사들과 수다로 풀다가 이를 그림으로 그려 소통하고픈 마음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의 이야기 소재는 주로 병원 근무 중 벌어지는 간호사 동료, 주치의, 환자들과의 에피소드, 간호사로 살면서 느끼는 보람과 어려움 등으로 그의 간호사로서의 관점과 직업 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그의 이야기에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어, 동료 간호사들은 물론 간호사의 삶을 궁금해하던 대중에게도 많은 공감을 사며 인기를 끌었고, 이는 2019년에 책 <리얼 간호사 월드>로 출간되기도 했다.
<사연그리는 간호사 비자> 인스타그램
<썬비의그림일기>
<썬비의그림일기>는 작가 '썬비'와 남편 '조엘', 그리고 "엄마 밥주세요, 걱정하지 마요"라는 뜻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 '마요' 세 사람의 일상을 다룬 육아툰, 생활툰이다. 어려서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을 그려왔다는 썬비는 임신 후 태교 삼아 그림 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그의 이야기에 공감한 엄마, 아빠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육아맘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인이 되었다. 딩크족, 딩펫족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 한편에서 아이를 키우며 그들만의 고된 하루를 견디고 있는 따뜻한 긍정과 응원의 메시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 웹툰의 인기를 바탕으로 책 <월화수목육아일>이 세상에 나왔으며, 작가는 육아용품 일러스트와 이모티콘 제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썬비의그림일기>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