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따스한 음악 영화들이 찾아온다. 시대를 풍미한 실존 인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부터 원작을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드라마, 그리고 청춘 음악영화까지 1월에 개봉하는 여러 음악영화들을 소개한다. 각각 클래식, 재즈, 락 밴드의 이야기로 음악 장르도 다양하다.

 

<파바로티>

새해 첫날,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의 음악과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세상을 떠났지만 역대 최고클래식 앨범 판매 기록을 포함해 여전히 깨지지 않는 기록들을 가진 음악가다. 다큐멘터리 <파바로티>의 감독을 맡은 이는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뷰티풀 마인드> 등을 연출했고 아카데미 4관왕을 기록한 론 하워드 감독.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파바로티> 이전에도 음악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적이 있다. 2016년 개봉한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에서 비틀스의 초창기 공연실황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파바로티의 역사적 공연을 스크린으로 가져왔다. 론 하워드 감독은 “파바로티의 삶이 한 편의 오페라”라고 표현했고, 그래서 다큐멘터리에 넣을 아리아를 먼저 결정한 뒤 그에 맞춰 삶과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한 편의 오페라와도 같은 삶을 산 그의 인생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담아내기 위한 것이다.

영화에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22개의 명곡이 흐른다. 파바로티의 음악적 성취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개인적인 삶과 다이애나 왕세자비와의 우정도 보여주며, U2, 스팅, 스티비 원더, 셀린 디온 등 장르를 뛰어넘어 뜻이 맞는 가수들과 함께 평화를 노래한 장면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한 ‘쓰리테너 콘서트’다. 클래식 역사상 최고의 이벤트로 꼽히는 이 공연을 극장에서 만나고, 파바로티의 대표적인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를 감상하는 순간은 파바로티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다시 만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피아니스트의 전설>

1월 1일 개봉한 또 한편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1998년 제작된 작품으로 22년 만에 한국에서 최초로 정식 개봉한다. 이탈리아의 소설가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원작 <노베첸토>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배에서 태어나 한번도 육지를 밟아본 적 없는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다. <시네마 천국>, <언노운 우먼>, <베스트 오퍼> 등을 연출한 이탈리아의 거장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로,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된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이번 한국 개봉을 앞두고 “오랜 세월이 흐른 영화가 한국에서 새 삶을 얻게 된 듯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음악감독이 1988년 <시네마 천국>을 시작으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여러 걸작들을 함께한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57회 골든 글로브 오리지널 스코어상과 44회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오리지널 스코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영화 전체에 흐르는 모든 음악이 아름답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Playing Love’는 주인공 ‘나인틴 헌드레드’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담은 테마로 이 영화의 대표곡이며, ‘나인틴 헌드레드’와 절친인 ‘맥스’가 처음 만나는 인상적인 장면에서 등장하는 ‘Magic Waltz’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이다. 피아노와 트럼펫을 연주하는 연기를 훌륭히 해낸 배우들 덕분에 극적이고 짜릿한 장면이 많은데, 실제 연주는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질다 부타(Gilda Butta)와 재즈 트럼펫터 치치 산투치(Cicci Santucci)가 맡았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와 엔니오 모리꼬네의 환상적인 스코어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썩시드>

연초에 상큼한 에너지를 얻고 싶다면 이 영화가 어떨까? 영화 속 주인공들의 밴드 이름이기도 한 <썩시드>는 가볍게 감상하기 좋은 태국의 청춘 음악영화다.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밴드를 결성하며 벌이는 좌충우돌과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풋풋한 감성이 녹아든 이야기로 태국 현지 개봉 당시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우린 찌질하다”고 외치는 십대의 주인공들이 ‘성공’이란 의미를 담아 ‘썩시드(Suckseed)’라는 밴드를 결성하는 장면이 등장하고, 수준급 기타 연주가 이어져 신나는 락 음악에 대한 기대도 품게 한다.

한 해가 시작되는 시기는 긍정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때. 이맘때 찾아온 <썩시드>의 순수한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코믹한 모습과 가슴 뛰는 락 밴드의 음악은 ‘시작’을 향한 기대감과 함께 유쾌한 기운을 전해줄 듯하다. 개봉은 1월 9일.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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