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베트남을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가 된 꾸찌(Cu Chi) 터널은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려 250km에 이르는 땅굴을 지하 요새로 삼은 베트남 전사들은 게릴라전을 전개해 미군을 괴롭혔다. 단편 영화 <Wandering Soul>의 배경은 1966년 베트남 전쟁 당시의 꾸찌 터널이다. 두 명의 베트남 전사가 지하로 이동하던 중 제대로 땅에 묻지 않은 시신을 발견한다. 그 때 들려오는 괴이한 소리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힌 베트남 전사는 겁에 질려 땅굴을 빠져나가게 되고, 입구를 지키고 있던 미군들에게 붙잡히거나 사살되고 만다.

단편영화 <Wandering Soul>(2016)

호주의 조쉬 태너 감독이 제작한 <Wandering Soul>(배회하는 영혼)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실제로 기획하여 실전에 활용한 심리전 프로파간다 'Operation Wandering Soul'을 모티브로 했다. 제대로 땅에 묻지 못한 시신의 영혼이 그 주위를 배회한다는 베트남인들의 종교적 믿음을 이용하여 전세를 역전시키려고 했다. 어디선가 무섭고 기괴한 소리를 녹음하여 'Ghost Tape No. 10'이라고 불렀다. 이를 요새 밖이나 전투 중에 스피커로 내보내 베트남 전사들의 사기를 꺾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다.

실제 베트남전에 쓰였던 미군의 'Ghost Tape No. 10' 사운드

이 단편영화는 역사적인 사실을 채용한 점과 밀실 공포증을 유발하는 숨 막히는 촬영 기법으로 호평을 받았다. HollyShort 영화제, 피닉스 영화제 등에서 수상하였고, 많은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 스크린 호주(Screen Australia)의 영화 펀딩으로 단편을 제작한 감독은, 이 모티브를 기반으로 한 장편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단편영화 <Wandering Soul> 촬영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