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홀리데이가 사망한 지 올해로 60년이 되었지만, 그의 독특한 스타일의 노래는 여전히 로맨틱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암울했던 그의 유년 시절은 자서전 <Lady Sings the Blues>(1956)을 통해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미혼모인 엄마와 함께 할렘 사창가에서 일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한동안 워크하우스(구빈원)에 지내야만 했다. 1년만에 출소한 그는 생계를 잇기 위해 노래를 시작했고, 그가 좋아하던 블루스 가수 베시 스미스(Bessie Smith)의 음반을 들으며 따라했다. 이 때 그의 나이 고작 열넷이었다.
할렘의 나이트클럽에서 소액의 주급을 받고 정기적으로 노래하면서 그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즉흥 연주자처럼 같은 곡을 매번 다르게 노래하는 어린 가수가 있다는 것이다. 프로듀서 존 하몬드(John Hammond)는 직접 할렘으로 가서 이를 직접 확인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밴드 리더인 처남 베니 굿맨을 종용하여, 1933년 11월 빌리 홀리데이와 함께 'Your Mother's Son-in-Law'와 'Rippin’ the Scotch'을 녹음하였다.
비록 두 곡 모두 Benny Goodman & His Orchestra의 이름으로 음반이 출반됐고 각각 300장 및 5,000장 판매에 그쳤지만,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수의 데뷔 음반으로서 지금도 재즈 애호가들의 수집 대상이 되고 있다.
빌리 홀리데이의 생애 첫 음반이 출반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18세였고, 존 하몬드 역시 다섯 살 위인 23세의 새내기 프로듀서였다. 이 때만 하더라도 그가 20세기 대중음악에 깊은 영향을 준 가수로 성장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콜럼비아 레코드도 마찬가지였다. 빌리 홀리데이가 그 다음 음반을 녹음하기 까지는 1년 이상이 걸렸다.
존 하몬드는 이번에 브런즈윅 레코드사를 설득하여 자신이 발굴하여 베니 굿맨에게 소개한 스윙 피아니스트 테디 윌슨(Teddy Wilson)과 그의 콤보를 1935년 7월 2일에 뉴욕의 스튜디오에 모았다. 여기에는 로이 엘드리지(트럼펫), 베니 굿맨(클라리넷), 벤 웹스터(테너 색소폰) 등 당대의 재즈 신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이 날 녹음된 네 곡 'Miss Brown to You', 'What a Little Moonlight Can Do', 'I Wished on the Moon', 'A Sunbonnet Blue'는 모두 빌리 홀리데이의 초기 명곡으로 인정된다. 빌리 홀리데이가 20세가 되기 전에 녹음된 곡들로, 갈수록 진지하고 구슬픈 스타일로 변하기 전에 경쾌한 스윙감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에 브런즈웍 레코드사는 그의 노래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What a Little Moonlight Can Do'가 히트하자 생각이 달라져 계속 음반을 발매했다.
그 이듬해 테디 윌슨은 베니 굿맨 트리오의 멤버로 시카고 콩그레스 호텔에서 사상 최초로 흑백 혼성밴드의 공연을 벌이면서 최고의 스윙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했고, 빌리 홀리데이 역시 자신의 이름으로 음반을 내는 스타로 부상했다. 두 사람은 그 후에도 100여 차례 함께 녹음하여 명콤비로 이름을 날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