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S에서 무려 12 시즌 동안 방영된 장수 시트콤 <빅뱅 이론>의 작가 겸 제작자 척 로어(Chuck Lorre)는 '시트콤의 왕' 또는 '코미디의 왕'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그가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트콤 <코민스키 메소드> 시즌 1으로 골든글러브 상을 안았고, 올해 10월 25일에 두 번째 시즌 8편을 공개했다. 이 드라마는 시트콤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마냥 웃고 즐기는 코미디와는 조금 다르다. 여기에는 두 사람의 노배우가 절친 사이인 투톱으로 등장하는데, 1944년생 올해 75세의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가 할리우드에서 연기학교를 운영하는 전직 배우로, 그보다 10년 먼저 태어난 앨런 아킨(Alan Arkin)은 현역에서 은퇴한 탤런트 에이전트로 나온다.
나이를 먹는다는 잔인한 현실
이전에는 HBO가 당시 53세의 작가 겸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Curb Your Enthusiasm>으로 최근까지 아홉 시즌을 방송하여 에미상과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한 바 있다. <코민스키 메소드> 역시 할리우드를 주요 무대로 현역에서 은퇴하고 황혼기에 접어든 두 남자의 삶과 애환, 그리고 우정을 코믹하게 담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며 나름 노년의 즐거운 삶을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쉽지는 않다. 지인들이 하나 둘 저세상으로 사라지고 전립선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는 와중에도 재미난 농담을 주고받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잔인한 현실을 감출 수 없다.
마이클 더글라스의 단짝, 캐서린 터너

두 번째 시즌에서 마이클 더글라스의 전처 역으로 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재클린 비셋(Jacqueline Bisset)이 캐스팅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내 캐스팅이 취소되고 캐서린 터너(Kathleen Turner)로 교체되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흥행 상영된 <보디 히트>(1981)로 등장하여 198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배우였다. 캐서린 터너로의 교체에는 마이클 더글라스가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로맨싱 스톤>(1984), <장미의 전쟁>(1989)에 함께 출연하며 거의 사귈 뻔한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그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하며 1990년대 들어 영화에서 사라졌고, 최근 뉴욕대에서 연기를 가르치며 가끔 드라마에 등장하고 있다.
유명 셀렙들의 카메오 출연

HBO의 경쟁작 <Curb Your Enthusiasm> 처럼 이 드라마에도 유명한 셀리브리티가 연이어 등장하여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시즌 1에서 비뇨기과 의사로 나오는 대니 드비토(Danny DeVito)은 유전적으로 일찍 성장을 멈춘 채 <배트맨>의 펭귄맨으로 출연한 단신 배우다. 장례식 장면에서 깜작 등장한 제이 레노(Jay Leno)는 자니 카슨의 뒤를 이어 1992년부터 2009년까지 NBC 투나잇쇼의 호스트를 맡은 바 있다. 가수 패티 라벨(Patti Labelle) 또한 직접 출연하여 장례식에서 노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식스 센스>, <A.I.>에서 놀라운 아역 연기를 선보였던 할리 조엘 오스먼트(Haley Joel Osment)도 오랜만에 성인이 된 모습을 보여준다. 클럽 장면에서 직접 출연했던 1970년대 록 스타 에디 머니(Eddie Money)는 지난 9월 13일 암으로 70년의 생을 마감하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