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미술관에 가는 이유가 꼭 그림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물론 미술관은 전시를 개최하는 공간이지만 그 외에도 공연이나 작가와의 만남 등 전시 외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경매가 열리는 공간은 어떨까? 올해 초 개관한 서울옥션 강남센터는 다양한 문화 체험이 가능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가 일부 컬렉터들만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경매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향유할 방법이 많다.

이곳은 경매 출품작들을 전시할 뿐만 아니라 아트와 관련된 강의나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 감상하고 배우며 즐길 수 있는 장소인 것. 문화예술이란 범주 안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곳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주목해보자. 전형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문화예술을 즐길 때 삶의 신선한 영감을 얻기도 하는 법이다.

 

작품이 걸린 공간에서 즐기는 ‘아트 요가’

올겨울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선보이는 프로그램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요가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인 요가원이 아니라 작품이 걸린 공간에서 수련하는 요가는 어떤 느낌일까? 11월 26일부터 서울옥션 강남센터 6층 전시장에서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아트 요가’는 ‘A_proYoga’의 김서진 대표가 이끄는 프로그램. 일반 요가 코스와 다채로운 컬러로 만나는 요가 코스가 있는데, 각각 저녁 무렵과 아침에 진행되니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햇살과 석양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요가 수련을 할 수 있다. 컬러로 만나는 요가는 ‘White(요가와 명상)’, ‘Yellow(몸으로 느껴보기)’, ‘Green(숨 그리고 삶)’, ‘Orange(에너지를 채우다)’로 구성된 프로그램. 요가는 몸을 이완하고 각 동작을 통해 몸을 단련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마음을 돌보는 수련이기도 하다. 예술작품에 둘러싸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 순간에 몰입하는 시간을 통해 색다른 ‘아트 힐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감상이나 소유를 넘어선 문화 경험

서울옥션 강남센터는 출발부터 관람객과 작품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의도로 개관했다.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가 디자인과 설계를 맡았는데 그는 삶을 다채롭게 하는 건축디자인을 추구해온 인물. 그는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박물관, 네덜란드 국립박물관 등 대규모 문화공간을 설계하거나 레노베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외관은 구리 컬러에 메탈과 유리 소재를 사용해 세련된 느낌이며, 높은 층고의 복층으로 설계돼 개방된 느낌을 선사하는 내부에는 카페, 경매장, 전시실, 아카데미홀, 이벤트홀 등 다양한 공간이 자리한다. 특히 문화공간에 대한 장 미셸 빌모트의 철학이 반영된 만큼, 개관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아트 요가’와 같은 예술과 함께하는 힐링 프로그램 외에도, 특별한 강의와 만남이 계속된다. 12월 12일에는 샤갈, 피카소, 바실리 칸딘스키 등 거장 미술가들이 와인 레이블을 그린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을 소개하고 와인을 시음해 보는 ‘아트 레이블 와인’ 강의가 열린다.

또 11월 30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작가에게 직접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작가와의 살롱’도 열린다. 스토리텔링으로 일상과 상상을 결합해 그림을 그리는 서상익 작가, 멸종한 새인 도도새에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해 작업하는 김선우 작가, 그리고 건축물 사진을 재료로 ‘건축조각’ 작업을 하는 원범식 작가의 살롱이 차례로 이어질 예정. 작가와의 살롱과 함께 일주일간은 해당 작가의 전시도 개최된다. 그리고 12월 13일에는 미술 시장의 최신 경향을 살펴보고 미술 관련 법률 상식을 쌓을 수 있는 ‘미술시장 리얼스토리’ 강의가 마련될 예정. 감상하는 것, 소유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힐링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이 공간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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