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이코>에서 원조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안소니 퍼킨스

자신의 은밀한 욕망 충족을 위해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는, 영화의 흔한 소재로 자리잡았다. 영리한 살인자는 경찰의 수사망을 쉽게 빠져나가고 엽기적인 사건은 미궁에 빠지기 마련이다. 이 때 미미한 실마리에 끈질기게 매달려 연쇄 살인범을 끝까지 추적하는 영웅적인 수사관이 등장하여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간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그를 뒤쫓는 수사관의 이야기를 그린 크라임 스릴러 영화, 그 중 꼭 봐야 할 여섯 편을 꼽아 보았다.

 

<사이코>(1960)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최고 걸작이나, 개봉 당시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백만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적은 예산으로 제작되었지만, 예상을 깨고 영화관에서 5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슬래셔 영화의 원조로 인정되며, 영화의 폭력 장면에 대한 수위를 대폭 확장하였다. 히치콕 감독의 사망(1980) 후 속편 영화가 세 편 더 제작되었으며, 최근에는 프리퀄 TV 시리즈 <베이츠 모텔>(2013~2017)이 방영되었다.

영화 <사이코> 예고편

 

<양들의 침묵>(1991)

토마스 해리스의 동명 인기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로, 박스오피스 2억 7천만 달러를 올린 흥행작이었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을 포함한 진정한 오스카 5관왕이 되었고, 호러 필름 중 오스카 작품상을 안은 첫 사례가 되었다. 연쇄 살인마 버팔로 빌의 성적 정체성 때문에 LGBT 커뮤니티의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범인 검거에 협력한 또 다른 살인마 한니발 렉터를 내세운 후속 작품은 계속 제작되었다.

영화 <양들의 침묵> 예고편

 

<세븐>(1995)

스릴러 장르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가진 데이비드 핀처 감독 작품으로,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형사 역을, 케빈 스페이시가 성서상의 일곱가지 죄를 지은 희생자를 처단하는 연쇄 살인마로 등장한다. 음울한 분위기의 연출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며, 박스오피스 3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기괴한 분위기의 타이틀 시퀀스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다.

영화 <세븐> 예고편

 

<아메리칸 사이코>(2000)

논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작가도 영화로 제작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제작 도중 올리버 스톤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바뀌기도 했으나, 곧 크리스찬 베일 주연으로 돌아왔다. 도회적 분위기의 크리스찬 베일이 갑자기 도끼를 휘둘러 충격을 준 영화로, 관객들의 평가도 양극으로 나뉘었다. 7백만 달러의 적은 예산으로 3천 4백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슬래셔 팬들에게 컬트로 자리 잡았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예고편

 

<조디악>(2007)

조디악 킬러(Zodiac Killer)는 1960년대 말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트린 실제 연쇄 살인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 등은 아직 잡히지 않은 미지의 범인을 쫓아 18개월 동안 탐문한 끝에 영화로 제작했다. 제이크 질렌할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 등 인기 배우들이 출연했으나, 실제 사건에 충실해서 그런지 상업적인 성공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뽑은 21세기 최고 영화 100선에서 12위에 오르는 등, 이 장르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로 인정된다.

영화 <조디악> 예고편

 

<밀례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

스웨덴 작가 스티드 라르손(Steig Larsson)의 밀레니엄 3부작 중 한 편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 했다. 우리나라에선 이상한 제목을 붙였지만 원제는 <The Girl with Dragon Tattoo>로 루니 마라가 등에 용문신을 하고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실종 소녀를 추적한다. 박스 오피스에서 2억 3천만 달러의 성공을 거두었으나, 아쉽게 루니 마라의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놓쳤고 대신 편집상에 만족해야 했다. 배우와 제작진을 유지한 팀워크로 속편 제작이 기대되었으나, 시나리오 집필이 연기되며 무산되었다.

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