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막바지다. 메뚜기는 유월이 한철, 방학과 휴가는 칠·팔월이 한철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평화로운 휴식과 새로운 일탈을 갈망한다. 마음껏 쉬거나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하여, 도시를 탈출해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국내 신곡을 모아봤다.

* 발매 최신순

 

U-Turn 'Crystal Trees' (2019. 08. 20)

U-Turn <Crystal Trees>

"Go into the sea. Jump to the sea."

인트로부터 리드미컬하게 총총 걷는 기타 사운드가 마치 걸음을 재촉하는 것만 같다. 꿈속을 걷는 듯 몽롱하게 흥얼대는 보컬은 바로 귓전에서 속삭이는 것 같다. 절망 속에 머무르지 말고, 집에서 뛰쳐나와 바다로 가자고. 바다로 뛰어들자고. 햇볕에 반짝이는 수면은 수정으로 만들어진 나무들처럼 빛나고, 밤하늘의 별처럼 춤을 춘다. 뮤직비디오 영상 속 시원한 바다는 아직 여름을 다 보내지 못한 우리 마음을 충동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이파리와 음악에 맞춰 까닥이는 두 사람의 고갯짓은 그런 마음을 대신해 흥을 돋운다.

U-Turn(유턴)은 카더가든의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로서 커리어를 출발했다. 이후 주로 힙합, R&B 장르에서 여러 뮤지션의 프로듀싱과 세션을 맡아 활동했으며, 지난해 'Better'를 시작으로 자신의 솔로 작업을 공개하고 있다. 이번 'Crystal Trees'는 따뜻하고 나른한 감성의 드림팝 'Way' 이후 1년 만의 싱글이다. 작사, 작곡과 기타 연주, 보컬을 직접 맡아 더욱 일관된 감성과 색깔을 보여주는 그의 음악이,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와 아름다운 색감의 영상미를 통해 이대로 보내기 아쉬운 여름의 낭만으로 그려지고 있다.

 

어쿠솔쟈 'Positive' (2019. 08. 13)

어쿠솔쟈 <+-Scale>

"보라, 이 긍정의 바다. 이 모든 어둠을 덮네."

어쿠솔쟈는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외친다. 레게, 스카, 덥 등 캐리비안 음악이 지닌 특유의 흥겨운 리듬과 가사의 무한한 긍정성이 노래와 뮤직비디오 영상에 잔뜩 묻어난다. 영상이 시작되면 어쿠솔쟈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며 길을 걷는다. 이들은 차도, 논밭, 빙하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비행기 날개 위나 우주까지 넘나들며 긍정의 노래를 널리 전한다. 영상 중반부를 지나 일상에 녹아들어 사람들에게 그 에너지와 즐거움을 전파하는 이 유쾌한 듀오를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어쿠솔쟈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쿠스틱 사운드를 지향하는 레게 듀오다. 사실 신나는 레게 음악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시원한 가창과 깊은 소울을 겸비한 Rupshan의 개성 넘치는 보컬, 추일엽의 마치 탭댄스를 추는 것 같은 가볍고 에너지 넘치는 기타 스트로크는 이들만의 환상적인 궁합이라 할 수 있다. '2018 무소속 프로젝트', '인디스땅스 2018' 등 경연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 후 처음 공개하는 작업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은 어쿠솔쟈의 이번 데뷔 정규앨범은 '+-Scale'이라는 타이틀 그대로 오르내리는 이들의 솔직한 감정들을 역동적으로 담아냈다.

어쿠솔쟈 인스타그램

 

코넛 '낯선 도시의 밤 (feat. 이유림)' (2019. 07. 31)

코넛 <Wash & Dray>

"회색빛에 물든 내 마음은 어디든 머물고 싶어요. 내게 차가운 도시의 밤은 아직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이 노래의 화자는 도시의 밤이 선사하는 차가운 공기로부터 미처 벗어나지 못한 채 어딘가 기댈 곳, 머물 곳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그런 화자의 바람을 들어주려는 듯,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는 뮤직비디오 영상 속 두 그림자의 눈이 향한 배경은 바다에서 낯선 도시로, 도시에서 우주로, 다시 바다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밤의 시간이 포착한 그림 같은 풍경들을 지나고 나면, 수평선 위 분홍빛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우리는 아침을 맞는다.

코넛은 베이시스트로도 활동하는 연주력을 바탕으로, 비트의 매력이 살아있는 블루지한 훵크부터 어두운 분위기의 얼터너티브록, 도발적인 신스팝과 환상적인 드림팝까지 다채로운 스타일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2015년 공식 데뷔 후, 2017년과 2018년 연이어 EP를 발표하며 천천히 여운을 남기는 신스사운드와 맑고 선명한 보컬, 소박하고 감성적인 언어가 어우러진 음악색을 유지하고 있다. 이 노래에서는 특별히 동료 싱어송라이터 이유림의 목소리를 빌려 간절한 심정과 따스한 인상을 더욱 강조했다.

 

죠지 'Camping Everywhere' (2019. 07. 14 발매)

죠지 <Dingo X 죠지>

"잔디 위로 누워, 구름을 바라보다 잠들래"

보트를 타고 도시에서 멀어져 "어딘가로 멀리멀리"('Boat') 가고 싶었던 그는, 이제 푸른 자연으로 캠핑 떠나기를 소망한다. 할 수만 있다면 열넷부터 열여섯까지, "맨 발로 걷고" "누가 날 보던말던" "창피한 줄도 몰라" 훌훌 벗고 자연을 즐기던 순수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차분한 기타 전주가 숨을 고르던 이 노래는, 그 위로 죠지의 보컬을 더하고, 농염한 선율과 그루브 넘치는 브라스 비트가 훅에 덧대어지며 듣는 이의 감상을 더욱더 광활한 세계로 이끈다.

죠지는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히 달콤한 음색과 유려한 가창력이 돋보이는 R&B 싱어다. 데뷔 싱글 'Boat'(2017) 한 곡만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후 첫 EP 'cassette'(2018) 발매 후엔 프로젝트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Camping Everywhere'는 도시의 감성과 제일 맞닿아있을 법한 R&B 싱어로서 흔치 않은 그의 자연친화적인 태도와 자유분방한 매력이 조화를 이룬 노래다.

죠지 페이스북

 

CHS '자유수영' (2019. 07. 11)

CHS <정글사우나>

'자유수영'은 굳이 멀리 떠나지 않는다. 크든 작든 어느 동네에나 하나씩 있을 법한 실내수영장으로 향해 평화로이 자유수영을 즐기는 감성을 가사 하나 없는 연주음악으로 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음악은 화려한 연주 스킬도, 어지럽고 요란한 소리의 어우러짐도 선보이지 않는다. 정해진 리프와 선율을 차분하게 짚어가는 기타 사운드와 이를 뒷받침하는 신시사이저 및 밴드 사운드가 그야말로 흐느적거리며 유영한다. 바람도 불지 않는 수영장의 고요한 물살에 몸을 맡기듯이.

데뷔와 동시에 평단의 극찬을 받고 각종 상을 휩쓸며 주목받았던 아폴로18의 프론트맨 최현석은, 지난해 솔로 프로젝트의 정체성으로서 자기 이름을 딴 CHS의 음악을 발표한다. 공개된 것은 놀랍게도 아폴로18의 그것과 정반대인 느리고 편안한 무드의 음악. 마치 이스턴사이드킥의 개러지록을 거쳐 아도이의 신스팝에 당도한 오주환의 음악적 변화처럼, 도시 뒷골목의 거칠고 혼란스러운 정서를 유난히 잘 표현했던 포스트록 밴드 아폴로18의 회색빛은 CHS가 스스로 정의한 '트로피컬 사이키델릭 그루브'라는 장르명 속 남국의 나른하고 선명한 주황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CHS가 데뷔 싱글에서 '땡볕'을 노래하고, 이번 정규앨범에서도 '정글사우나'를 앞세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Editor

정병욱 페이스북
정병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