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영화(Legal film or Courtroom film)는 상당 분량의 촬영 장소가 법정이다. 재판 과정에서 벌어지는 변호인 간의 논리 대결, 법률상의 딜레마, 정의의 실현 등을 주요 모티프로 삼는다. 할리우드에서 1950년대에 법정 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이 장르에서 클래식으로 인정되는 다섯 편을 뽑았는데, 모두 1950년대와 1990년대에 제작되었다.

 

<12명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 1957)

살인 사건의 평결을 내리기 위해 모인 12명의 배심원이 토론과 논쟁을 거치면서 의사 결정을 이루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대학의 토론 수업이나 법대 강의실에서 자주 인용되는 클래식 영화다. 당시 기준을 감안해도 33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되었고,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으나 대신 평단의 찬사가 이어졌다. 아카데미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아쉽게 모두 놓친 대신, 베를린 영화제에서 골든베어 상을 받았다. AFI(미국영화학교)의 법정 영화 순위에서 <앵무새 죽이기> 다음으로 2위에 올랐다. 유튜브에서 한글 자막과 함께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 (상) 보기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 (하) 보기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 Bird, 1962)

미국 작가 하퍼 리(Harper Lee)의 퓰리처상 수상 동명 소설(1960년 출간)을 바탕으로 한 흑백영화다. 작가가 열 살이던 어린 시절, 인종 차별이 심했던 1930년대 앨라배마 고향에서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근간으로 썼다. 백인 소녀를 추행했다는 죄를 뒤집어쓴 억울한 흑인 청년을 변호하는 정의로운 변호사 이야기로, 아카데미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3개 부분에서 수상했고 변호사를 연기한 그레고리 펙(Gregory Peck)은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제작비 2백만 달러의 여섯 배가 넘는 1천 3백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거두면서 법정 영화의 최고 클래식 반열에 오른 영화다. 이 영화 역시 유튜브에서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앵무새 죽이기>(상) 보기
영화 <앵무새 죽이기>(하) 보기

 

<의혹>(Presumed Innocent, 1990)

변호사 출신의 법정 스릴러 작가 스콧 터로우(Scott Turow)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소설이 출간된 후 영화사들의 판권 확보 경쟁이 치열했을 만큼 원작이 탄탄하다. ‘인디아나 존스’ 역으로 최고의 스타에 오른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가, 동료 검사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피고인으로 나와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검사로 출연한다. 평단의 평가나 상업적인 성공을 모두 이뤄 2억 2천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실적을 거두었다. 제목의 ‘무죄 추정의 원칙’ 대로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도 수사를 계속하는 미국 법체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의혹> 예고편

 

<어 퓨 굿맨>(A Few Good Men, 1992)

해병대 사령관의 안보 논리에 맞서 정의를 세우는 군사재판 이야기로, 극작가 애런 소킨이 쓴 동명의 연극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법대를 졸업한 동생이 쿠바 동부에 있는 관타나모 미군기지에서 법무관으로 일할 당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전해 듣고 집필하였다. 막 스타로 부상한 톰 크루즈, 데미 무어가 루키 법무관으로 등장하며, 잭 니콜슨, 케빈 베이컨 등 배우들이 연기력 또한 뛰어났다. 아카데미 4개 부문, 골든 글로브 5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 모두 놓쳤고, 대신 박스 오피스에서 제작비의 여섯 배에 이르는 2억 4천만 달러의 흥행으로 만족해야 했다. 법정 영화 리스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표 영화다.

영화 <어 퓨 굿맨> 예고편

 

<필라델피아>(Philadelphia, 1993)

<스플래쉬>, <빅>,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같은 하이틴 영화로 뜬 톰 행크스(Tom Hanks)가 연기 변신하여, AIDS로 죽어가는 변호사 역으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았다. 할리우드에서 에이즈와 동성애 이슈를 정면으로 다룬 첫 번째 영화라는 상징성을 가진 영화다. 영화의 오프닝 스코어로 삽입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Streets of Philadelphia’(링크)는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함께 그래미 4관왕을 수상했다. 박스 오피스에서 2억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며 에이즈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와 유사한 경위로 사망한 저프리 바워스(Geoffrey Bowers) 가족들과 소송에 휘말렸고, 영화 측이 고인의 이야기를 “부분적으로 참고했다”는 선에서 최종 합의 조정되었다.

영화 <필라델피아> 예고편